윤석열 대통령 “비이성적인 북한 도발 대응 안보 강화해야”…북한, 남북 경협 관련법·합의서 일방 폐기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 특별대담을 녹화하고 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비이성적인 정치세력인 점을 전제로 이들의 도발에 맞서 더 튼튼한 안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한 북한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 법률과 합의서들을 일방적으로 폐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7일 밤 공개된 한국 공영방송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북한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은 세력들이기 때문에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을 가할 때도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결론을 낼 수도 있는 세력이란 걸 전제로 안보를 더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결국은 주민들을 위해서 경제를 살려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선 핵을 접고 개방을 하고 투자를 받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집단으로서 저것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게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데 대해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단일민족에서 소위 두 개 국가란 원칙으로 변경하는 것이 큰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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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그러나 “그 기저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북한이 주장하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주장에 따라 판단하기보다 북한의 군사력과 경제 상황, 과학기술 역량 이런 것을 아주 면밀히 분석해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보여주기식 외교나 정치 일정은 안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든 안 하든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톱다운 방식은 곤란하고, 실무자 간 교류와 논의가 진행되며 의제도 만들고 결과를 준비해놓고 정상회담을 해야지, 그냥 추진한다고 해서 끌고 나가는 것은 또 아무 결론과 소득 없이 보여주기로 끝날 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왼쪽) 한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 특별대담을 녹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대남정책을 전환한 상황에서 대화 가능성을 모색하기 보다 북한의 예측하기 힘든 도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또한 어떤 전향적 제안을 해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그런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북한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그런 내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여져요.”

윤 대통령은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대해선 “동맹국 선거 문제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선거 결과를 예측하거나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한 정상회담과 미국 측 인사 접견 경험을 언급하며 “여야가 따로 없이 미국 대외 기조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선 큰 변화와 차이가 없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해 방한한 미 상원의원단으로부터 ‘대통령은 바뀌지만 의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들었다며,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란 게 그렇게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한 게 아닌가 생각되고 우리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더 업그레이드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윤 대통령이 미 대선 향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한동맹이 유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발언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기본적으로 북한의 도전이 커지고 있는 것이고 동북아의 전체 정세를 봤을 때 한미동맹의 북한에 대한 대응력, 지역 안정을 위한 기여 등이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것은 만약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내부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견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식의 정책 기본방향에 대한 필요에 대해서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확인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된 법률을 폐지하고 남북 간에 체결된 경협 관련 합의서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0차 전원회의가 진행됐다고 8일 보도했습니다.

회의에서는 북남경제협력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그 시행 규정, 그리고 남북경제협력 관련 합의서 폐지 안건이 상정돼 통과됐습니다.

폐지된 북남경제협력법은 지난 2005년 채택된 법안으로 남북 간 건설, 관광, 통신, 기술, 물자교류 등에서의 협력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법은 특히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경제 발전’을 사명으로 내세우면서 ‘민족의 이익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보장’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2010년 제정된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은 한국이나 외국 기업과 개인이 금강산지구에 투자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들 법률과 함께 남북 간 체결된 경협 관련 합의서들도 일방적으로 폐기해 한국 측과 경제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경협의 법적 근거 자체를 폐기함으로써 한국과의 전면적인 관계 단절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남북한의 정부 간 대화와 교류, 경협, 민간 교류 모두를 사실상 안 하겠다라는 거거든요. 그것에 근거가 됐던 법령을 폐기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에게 보내는 상징적인 압박 메시지인 거죠.”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다음달 초 최고인민회의 제15기 대의원선거를 치를 예정이고 이어서 4월 중 최고인민회의 15기 1차 회의를 열어 한국과의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명문화하고 관계를 청산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8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예상했던 바”라며 “이 같은 조치는 북한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대응과 관련해선 “현재 남북 경제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고, 당장 임박해서 할 조치에 대해서 예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아울러 북한의 폐기 선언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일방적 선언만으로 합의서 폐지 효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남북한이 체결한 합의서는 정상회담 합의문부터 실무접촉 공동보도문까지 모두 망라해 250여 건입니다.

이 가운데 경제는 110여 건을 차지합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이번 조치는 동족관계를 저변에 깔고 한국과의 경협을 자신들의 경제발전 전략의 하나로 여겼던 과거의 의존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한 대내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어차피 제재 때문에 남북 경협을 추진하기 어려운 그런 조건이 있기도 하지만 북한 기업인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그런 남한 기업에 대한 의존도도 완전히 없애려고 하는 그런 조치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남북 교류를 담당하는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