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의 협조가 없더라도 새로운 대북 제재 이행 감시체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기능을 유엔 밖 기구로 대체할 경우 보다 정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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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달 말 활동을 종료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을 대신할 새로운 메커니즘 구상안을 두고 “러시아와 중국 동의 없어도 한국, 일본 등 유사 입장국과 협의해 새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17일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 디플로머시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제재 회피 노력을 감시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은 이러한 노력을 계속 막으려고 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러 군사협력 등을 통해 이미 대북 제재를 위반하며 중국과 함께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들 국가가 다른 메커니즘을 찾는 우리 노력에 협조하거나 동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그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일본과 양자 또는 3자 협력을 안보리 안팎에서 강화하며 대화할 것이며 결국엔 대북 제재 이행 감시를 계속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앞서 16일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DMZ)를 찾은 자리에서도 전문가패널 임기 종료 이후에도 대북 제재 이행이 지속되도록 유엔 시스템 안팎의 모든 가능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하고 서방이 주도하는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대북 제재 위반 혐의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매년 두 차례 관련 심층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임기 연장이 무산됐고, 곧 활동이 중단됩니다. 중국은 기권표를 던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밖에서 전문가패널 기능을 하는 기구를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면서 효과 측면에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러가 기존 전문가패널에 참여하면서 패널 보고서의 선명성을 희석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중러를 배제한 새 기구에선 산발된 정보 역량을 집결시켜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더 촘촘하게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문가패널이 사라진다고 해도 유엔 제재 이행 기능은 살아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방법은 충분히 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현실적으로 정밀한 새로운 감시기구를 만들고 강제력은 없다고 하더라도 국제 여론을 선도할 수 있거든요. 좀 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다면 중국과 러시아, 북한도 명백한 증거 앞에선 할 말이 별로 없거든요.”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도 유엔 밖에서 미국과 서방의 동맹 또는 파트너 국가들 간 연합체 성격으로 제재 위반 행위를 조사하는 새로운 기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중러가 유엔 밖 조사기구 추진에 반발하고 해당 기구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존재 가치를 깎아 내리려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런 기구가 만들어지더라도 유엔 회원국 모두에게 제재 이행을 촉구하고 압박하는 기존 전문가패널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유엔 내부에서 전문가패널에 의해서 제재 위반 조치가 발표되고 거기에 대한 제재위원회에서의 제재 이행 추진을 하더라도 유엔 회원국 중에 그걸 제대로 지키지 않는 국가들이 나오는데 유엔 밖에서 그걸 해서 얼마나 유효하겠는가 그런 의구심이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또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의 실효성 논란과 관련해 “제재는 도구 중 하나이며 그 자체는 효과적인 도구”라면서 “북한의 목표를 방해하기 때문에 제재의 이행이 중요한데 러시아와 이란 등 국가들이 제재를 이행하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미한일과 EU, 호주 등은 불법 환적 등 대북 제재 위반 행위를 단속하는 데 이미 공동 대처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제재 위반 조사기구를 놓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사실 지금도 대북 제재 전문가패널 존재와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그런 국가들간 연합을 통해서 실효적인 대북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기존 기조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이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와 함께 북한과 이란 간 군사협력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우리는 모든 기회를 다 활용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보 당국은 이란이 지난주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북한 군사기술이 쓰였는지 여부에 대한 파악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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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정보원은 17일 “과거 북한과 이란 간 미사일 분야 협력 사례를 고려해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 활용된 이란 탄도미사일에 북한 기술이 포함됐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4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나흘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