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러 정제유-무기 거래 비판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비행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자료화면)

한국 정부는 대북 제재를 방해하는 러시아의 잇단 노골적 행동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활동이 중단된 유엔의 대북제재 감시 기구의 실효성 있는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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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러 정제유-무기 거래 비판

한국 정부는 미 백악관이 공개한 대북 정제유 공급, 북한과의 무기 거래 등 러시아의 잇단 대북제재 위반 행위들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이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전문가패널 활동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중단된데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는 북한과의 불법적 무기 거래와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종료시키는 등 국제법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보란 듯이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이런 행위는 안보리 권위를 훼손한 것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대북제재 회피 또는 위반 행위 감시 기구인 전문가 패널의 활동 종료로 대안 마련이 중요해졌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인애 부대변인] “전문가 패널의 활동은 중단되었지만 모든 유엔 회원국의 대북제재 준수 의무에는 변함이 없으며 정부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김 부대변인은 또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공급에 대한 신규 제재와 관련해 “정부는 규범을 훼손하는 북한의 불법적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한미일 공조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이 보기: 백악관 “러시아 3월에 정제유 16만5천 배럴 북한에 공급”

미 국무부는 앞서 2일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와 정제유 거래와 관련한 신규 제재를 이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유엔 회원국들이 전문가 패널 대체 기구 설치의 필요성을 천명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 실효성 있는 방안을 놓고 여러 견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한일 등 유엔 회원국 50개국은 앞서 지난 1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전문가 패널의 활동 종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미한일이 주도해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독립 기구를 조속히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새로운 다자기구를 통해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 제재의 위반 행위를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겁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총회 내에 조직을 신설하거나 유엔 밖에 새로운 다자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엔 총회 내에 대북 제재 감시기구를 신설할 경우 안보리와 달리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공간을 안보리와 다른 총회에서 다루는 것이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감시기구가 총회 내 설치되면 기존 안보리 내 조직보다 강제력 측면에서 약해질 수 밖에 없지만 대북 제재 실효성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면담하기 전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과 다르게 국제사회 눈치를 보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 패널 기능을 대체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감시기구를 만드는 게 없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이고요. 그리고 중국 같은 경우 대다수 국가들이 동의하는 감시기구가 작동하면 명시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울 거에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가급적 유엔이라는 국제기구 틀 안에서 감시기구를 두는 게 회원국들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명분이 있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제여론을 환기하는 데도 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밖 다자기구 설치 방안이 이미 여러 회원국들이 유엔 밖에서 대북 제재 이행 감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대안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유엔 총회 내 조직을 만들려면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북중러 연대에 맞서 비동맹 진영 국가들을 상대로 한 득표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대사. (자료화면)

총회 의결은 통상적 안건은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총회가 중대한 안건으로 결정하면, 3분의 2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박원곤 교수는 감시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러의 개입 여지가 없는 유엔 바깥 조직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 국가들은 확실하게 한 마음으로 묶을 수 있는 국가들이고 그리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거죠. 상징적으로, 예를 들어서 50개국 정도 묶는다면 그 본부를 어딘가 구성을 하고 대표단을 패널과 비슷하게 그 정도 숫자로 한다면 나름대로 오히려 의미가 있지 않을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러는 물론 중국도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제재 매커니즘에서 이탈하는 과정이라며 중러의 협조 없이 대북제재 감시 기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다자 감시기구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져도 감시 결과를 토대로 위반대상에 벌을 줄 수 있는 대북제재위원회와의 연결 고리가 모호해진다는 겁니다.

임을출 교수입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 (자료사진)

[녹취: 임을출 교수] “감시는 감시이고 제재 위반행위는 제재 위반이고 이게 별개로 갈 수 있다는 말이에요.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다자기구를 통해서 북한 제재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의미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제재 위반 행위를 제한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상당한 불투명성을 안고 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죠.”

박원곤 교수는 대북제재 위반 감시기구가 유엔 바깥에 만들어질 경우 해당 기구가 단순히 위반 사항을 적시하는 수준을 넘어 패널티를 부과하는 기능까지 갖추는 문제들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