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늘(19일)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협정은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아 사실상 양국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격상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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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약 2시간에 걸친 일대일 회담을 마치고 이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협정에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하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양국 관계를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협정이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협정에 대해 "북한과 '획기적' 협정으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새 협정 내에서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외국의 협박의 말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정치적 동기에 따른 제재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두 나라 관계는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역과 세계 평화와 안전 환경을 굳게 수호하면서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두 나라 지도부의 원대한 구상과 인민들의 세기적 염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법적 기틀이 마련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장에서 진행된 푸틴 동지와의 상봉에서 새 국가 간 조약 문제를 토의한 후 불과 9개월만에 변화된 국제정세와 새 시대의 조로(북러)관계의 전략적 성격에 걸맞은 위대한 국가간 조약을 체결하게 된 것을 대단히 만족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두 나라 관계는 정치와 경제, 문화, 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 상호 협력 확대로서 두 나라의 진보와 인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보다 훌륭한 전망적 궤도에 올라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일대일 회담에 앞서 열린 확대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북한의 일관되고 확고한 지지에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러시아는 수십년 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양국 간 소통은 평등과 상호 이익에 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어떤 복잡다난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러시아 지도부와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긴밀히 하면서 러시아의 모든 정책들을 변함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양국이 "지난 세기 양국 관계 시절과도 대비할 수 없는 최고조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가장 의의있는 전략적인 행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서 강력한 러시아 연방이 맡고 있는 중요한 사명과 역할에 대해서 평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현승수 선임연구위원은 "푸틴이 지향하는 글로벌 전략은 다극화 질서"라며 "미국의 패권 약화에 따라 러시아가 세력권을 확보하고 발언권을 갖는 세계를 지향한다"고 말했습니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김정은 위원장이 추구하는 신냉전 구도와 상당 수준 맥을 같이 한다며,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에 맞선 안보공동체의 일원으로 북한과 함께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현승수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생존은 동아시아 질서에 달려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안보 정세와 이 곳에서의 새로운 세계질서 형성의 구도로 봤을 땐 북한이 지금 보고 있는 신냉전 구도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북한이 보는 신냉전 구도를 러시아가 공감해준다고 봐야 하는 거에요.”
현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이런 비슷한 국제정세 인식과 서방에 대한 공동대응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푸틴의 글로벌 전략 속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확대정상회의에서 차기 북러 정상회담이 모스크바에서 열리길 기대한다고 김 위원장에 대한 초청 의사를 밝혔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양국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만큼 김 위원장과의 강력한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홍민 선임연구위원] “외교적 형식이나 등급 수준으로 보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지만 내용적으론 군사적 협력 관계를 소위 동맹 수준 가깝게 끌어올리고 싶다, 그래서 어느 정도 협력 구도를 더 강화하고 싶다는 의도이기 때문에 계속적인 정상회담을 통해서 협력을 유지할 수 있는 틀을 계속 서로 확인한다고 할까요, 이런 면에서 정상회담을 지속하는 데 대해 러시아는 굉장히 원할 거라고 보여져요.”
북러 확대정상회담에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이외에 북러 양측 대표단 인사들이 각각 6명, 그리고 13명이 참석했습니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북한 측에서는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윤정호 대외경제상 겸 북러경제공동위원장, 김성남 당 국제부장, 임천일 러시아 담당 외무성 부상이 참석했습니다.
주로 외교, 군사 분야 대표들입니다..
러시아 측에선 데니스 만투로프 제1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부문 부총리,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겸 북러경제공동위원장이 포함됐습니다.
또 로만 스타로보이트 교통부 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국방차관,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 즉 연방우주공사 사장, 올레그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도 배석했습니다.
외교, 군사뿐 아니라 에너지, 교통, 철도, 우주, 보건 등 분야 수장이 참석한 겁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의 책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며, 특히 러측의 배석자 면면은 북한의 관심이 큰 분야에 대한 협력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임을출 교수] “우주공사 사장이나 철도공사 사장이 배석한 것은 논의 수준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북한이 가장 우선 협력하고 싶은 분야가 결국 우주항공 또는 철도 분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이렇게 배석자가 구성된 게 아닌가 보는 거죠.”
한편 푸틴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 극동 사하공화국을 방문한 뒤 북한으로 향해 이날 오전 2시께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18일 저녁 늦게 평양에 도착해 19일 오후까지 머물 예정이었지만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1박2일 일정이 당일치기 일정으로 축소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2000년 이후 24년 만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