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인 이산가족 정보를 담은 공식 기록을 구축하도록 하는 법안이 미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법안 대표 발의자인 제니퍼 웩스턴 하원의원은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내 모든 한인에게 희망을 주는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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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74주년을 맞은 25일 열린 미 하원 본회의에서 ‘이산가족 국가등록 법안’이 가결돼 상원으로 넘겨졌습니다.
버니지아주의 제니퍼 웩스턴 민주당 하원의원과 캘리포니아주의 미셸 스틸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 법안입니다.
법안은 지난 2월 외교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바 있습니다.
법안은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내 한인들의 정보가 담긴 ‘국가 등록부’(National Registry)를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과 북한에 있는 그 가족들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해 향후 대면 및 화상 상봉을 포함한 이산가족 상봉에 대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파킨슨병을 진단받아 말하기가 어려운 웩스턴 의원은 이날 법안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기 위해 인공지능 음성 기기의 도움을 받고 연단에 섰습니다.
[녹취:웩스턴 의원] “I've heard the stories of Korean American families in Virginia and across the country who have sought for most of their lives for a chance to reconnect with their loved ones, but have faced too great of a challenge in accessing any official channels to do so. My bipartisan legislation being taken up by the House today, hopes to fix that problem… By taking up this legislation today, we are giving these Korean American families hope. This is a long overdue step to help make these families whole again, fittingly, on the anniversary of the start of the Korean War.”
웩스턴 의원은 “버지니아와 미국 전역의 한인 가족들이 거의 평생 사랑하는 가족들과 재회할 기회를 찾고자 노력해왔지만 공식적인 채널에 접근하는 데 너무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늘 하원에 올려진 나의 초당적 법안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 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우리는 한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며 “이는 한국전쟁 발발 기념일에 걸맞게, 이 가족들을 다시 완전체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한참 전에 이뤄졌어야 할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안은 국무장관이 북한인권특사 등을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상봉을 희망하는 한국계 미국인을 파악하고 이들의 이름과 기타 관련 정보를 담은 국가 등록부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향후 미북 대화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주요 의제로 다루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는 담겼습니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 표결에 이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야 법으로 제정됩니다.
상원에도 하원과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현재 외교위에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민주당의 팀 케인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지난 3월 하원과 동일한 이름의 이산가족 국가등록 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법안과 관련해 한인 이산가족단체인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의 이차희 대표는 VOA에 미국 정부가 국내 한인 이산가족 명단을 만드는 것은 상봉을 추진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 대표] “가장 근본적인 첫 단계가 이 명단을 제출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 추진위원회에서 제가 중심이 돼 지난 10여 년간 등록을 받아왔는데요. 저희에게는 공신력이 없습니다.”
이 대표는 또 이산가족들이 고령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상봉이 시급하다면서 위원회 측은 이런 입장을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에게 계속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남북한은 지금까지 21차례의 대면 상봉과 7차례의 화상 상봉한 반면,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들은 한국전 이후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재회할 공식적인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터너 특사는 지난해 12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북한인권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미국 내 이산가족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재회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터너 특사] “We're focused on seeking a humanitarian solution to allow for divided family members in the United States to reunite with their loved ones.”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현재 이산가족 문제에 진전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내 한인은 2001년 기준 10만 명으로 추산됐었지만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서 최근 들어서는 그 규모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