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위반 전력이 있는 북한 선박이 러시아 항구로의 입항을 예고하고 현재 근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의 제재 유조선 1척도 뱃머리를 러시아로 향하고 있어 실제 러시아 항구 입항 여부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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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항구로의 입항을 예고한 선박은 북한 선박 금야호입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금야호는 현지 시각으로 15일 새벽 4시 현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서쪽으로 약 115km 떨어진 곳에서 위치 신호가 포착됐습니다.
금야호의 현재 위치는 러시아 극동지역 육지와 불과 40km 떨어진 곳입니다.
한 국가의 영해가 국제법상 12해리, 약 22km인 만큼 러시아 영해 기준선을 약 20km 남겨뒀다는 의미입니다.
금야호는 현재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목적지를 포함한 항행 정보를 외부로 발신 중입니다.
이에 따르면 금야호의 목적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입니다.
물론 북한 선박이 AIS를 통해 실제와는 다른 정보를 발신한 경우가 많은 만큼 이 정보를 전적으로 신뢰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금야호가 러시아 근해에 머문다는 점과 지난해 블라디보스토크에 기항한 점 등을 종합할 때 금야호가 러시아로 입항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금야호는 지난해 6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90km 떨어진 나홋카 항구에 입항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북한 선박이 러시아에 기항한 첫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금야호의 러시아 입항이 주목되는 건 이 선박의 과거 행적 때문입니다.
지금은 해체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 2022년 발행한 연례보고서에서 금야호의 제재 위반 사례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2021년 5월 청진에서 선적한 석탄을 중국의 닝보-저우산 항에 하역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유엔 관계자는 지난해 금야호가 러시아 항구에 입항했을 당시 VOA에 “이 선박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북한산 석탄을 수출했다는 내용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언급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북한산 석탄을 수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이 대북 결의 2397호의 9항에 따른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2397호 9항에는 “해당 선박이 여러 안보리 결의 위반 활동에 관여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유엔 회원국은 자국 항구에 있는 어떤 선박에 대해서도 억류와 조사, 압류를 하며, 선박의 기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991년 건조된 중소형 화물선인 금야호는 파나마와 팔라우 선적을 거쳐 2016년부터 북한 깃발을 달았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에는 함경남도 함흥 소재 성천강수산회사가 금야호의 소유주로 등재돼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극동 지역 방향으로 운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 삼마2호는 14일 오후 10시경 한국 제주도에서 남동쪽 약 117km 지점에서 위치 신호를 보냈습니다.
당시 삼마2호는 뱃머리를 동쪽으로 향한 채 대한해협을 통과 중이었습니다. 전례로 볼 때 제주도 남해상과 대한해협을 거쳐 한반도 동해로 이어지는 경로를 운항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이 선박의 목적지가 북한 동해의 항구나 러시아 극동지역의 항구라는 의미인데, 북한 서해를 출발한 유조선이 굳이 큰 반원을 그리며 반대쪽 동해로 갈 가능성이 낮은 만큼 최종 목적지가 러시아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삼마2호를 포함한 선박 27척을 전격 제재했습니다.
특히 삼마2호를 포함한 13척에는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는 문구가 붙었습니다.
이는 자산 동결이나 입항 금지 혹은 선적 취소 등을 명령한 다른 선박에 대한 제재보다 더 강도가 높은 조치였습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 항구에서 억류될 위험이 높은 삼마2호가 어떤 목적으로 이 해역을 지나쳤는지 의문입니다.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해상에서 발견되는 것은 최근 크게 늘어난 현상입니다.
앞서 VOA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러시아 나홋카항 인근 해역에서 발견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 선박 업계에는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유류를 운송할 유조선을 찾는다는 ‘선박 수배 공고문’이 배포됐습니다.
또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도 북한 유조선이 직접 러시아 항구에 입항해 정제유를 선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방향으로 이동 중인 선박의 운항은 더 주목될 수밖에 없습니다.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지난달 18일 VOA에 “현재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를 거래하며 유류와 식량, 군사장비, 기술 지원 등의 형태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With North Korea, as far as I can tell, all the reports I'm seeing are, it's much more a barter thing, much more a barter thing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than it is payments for weapons. The payments are in the form of oil, food stuffs, military gear, technological support. That's what I'm seeing in all the reports I've seen.”
벡톨 교수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북한 항구로 향하는 러시아 유조선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는 서방이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같은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1일 “우리는 대북제재 체제를 위반하고 있지 않으며, 제기되는 모든 의혹은 물적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네벤쟈 대사] “We’re not violating the North Korea sanctions regime and all those allegations that that come out, they are not proved by material evidence.”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금야호와 삼마2호의 운항 목적 등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