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인근 해상에서 자취를 감춘 유엔 제재 대상 유조선 ‘천마산’호가 다시 포착됐습니다. 약 닷새 전까지만 해도 중국 해안선을 따라 남하하던 천마산호가 이번엔 북쪽으로 이동 중인데, 유류 등을 불법으로 선적했던 과거의 항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또다시 나타났습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현지시각 4일 오후 11시 27분경 중국 닝더 인근 해상에서 위치 신호를 노출했습니다.
이후 중국 해안선을 따라 계속 북상하던 천마산호는 6일 오후 2시경 중국 상하이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해상에 도달한 뒤 곧바로 레이더망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는 천마산호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의도적으로 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7일 새벽 현재 천마산호의 위치 정보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천마산호가 지난 1일 새벽 2시경 중국 닝더 인근 해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돌연 AIS를 끄고 잠적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닷새 만인 이날 천마산호가 북쪽으로 이동 중인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천마산호 등 불법 유류 환적에 가담한 북한 선박을 대거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유엔 회원국은 천마산호에 대해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사실상 다른 나라로의 운항이 불가능하지만 천마산호는 북한 남포에서 1천km 이상 떨어진 해역에서 위치 신호를 외부로 드러냈다가 다시 감추는 수상한 항적을 보인 것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지난달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산 동결 대상 선박은 (제재) 지정 선박으로 압류돼야 한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안보리 결의 2270호 12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A vessel subject to asset freeze is a designated vessel, should be seized. That's what asset freeze means. And if you look at 220 paragraph 12, you'll see that the vessel is an economic asset that may be frozen, in other words, seized.”
천마산호가 잠적한 중국 동중국해 일대는 과거 북한 선박이 제3국 선박과 불법 환적을 통해 유류를 건네받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약 사흘 간 이 일대에서 자취를 감춘 천마산호가 불법 환적을 통해 유류를 넘겨받아 다시 북한으로 향하는 게 아닌지 주목됩니다.
최근 임무가 종료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과거 천마산호가 동중국해 해상을 운항한 항적을 공개하면서, 천마산호가 유류를 선적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항적은 이번 천마산호의 운항 경로와 동일합니다.
미국주재 중국 대사관은 지난 1일 천마산호가 중국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것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안타깝게도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관련 기관에 문의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중량톤수 2천808t인 천마산호는 지난 2005년 건조된 유조선입니다.
건조 첫해부터 북한 선적의 고말산4호로 운항되다가 2012년 지금의 천마산호가 됐습니다.
소유주, 즉 선주는 평양 중구역 소재 ‘조선아침쉬핑’ 회사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