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주민자치기구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된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도로명을 설치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5년 전부터 추진된 ‘웜비어 길’ 지정 노력에 진전이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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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맨해튼 커뮤니티보드(CB) 6지구 교통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 4일 회의에서 오토 웜비어를 기리는 도로명을 설치해달라는 제안 등 총 7건의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된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기리기 위해 맨해튼 동쪽 44번가와 2번 대로의 남동쪽 코너를 웜비어 길로 공동 명명하자는 제안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해당 코너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입주해 있는 건물 앞길입니다.
도로명 관련 안건은 시의회 의결을 거치기 전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커뮤니티보드 교통위원회의 검토를 먼저 거쳐야 합니다.
뉴욕시 커뮤니티보드는 시정부에 자문 역할을 하는 주민자치기구로, 지방 자치구인 보로장과 시의원 추천을 통해 임명된 주민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커뮤니티보드 6지구 교통위 관계자는 28일 VOA에 이날 회의에는 웜비어 길 지정을 제안한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뉴코리아여성연합 이소연 대표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 6월 웜비어 사망 7주기를 맞아 웜비어 길 명명을 요청하는 서한을 뉴욕 시장 및 시의원들에게 보내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앞길에서 추모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소연 대표는 탈북 과정을 담은 다큐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에 출연한 탈북민 출신으로, 이 대표의 아들은 강제 북송돼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맨해튼 웜비어 길 지정 노력은 2019년 공화당 소속인 조셉 보렐리 시의원이 관련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지만 결의안은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커뮤니티보드 6지구 교통위 관계자는 28일 VOA에 이번 회의 후 절차는 “위원회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위원회가 입장을 밝히기 전 추가 정보를 요청하거나 해당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안건이 위원회를 통과해야 커뮤니티보드 전체회의 검토 및 비준을 거쳐 시의회 차원의 검토가 공식 제안될 수 있습니다.
뉴욕 시장실, 최근 VOA에 지지 입장 밝혀
애릭 아담스 뉴욕시장실은 최근 VOA에 “아담스 시장은 북한이 저지른 인권 유린을 진심으로 규탄하고 오토가 잡혀갔을 때 웜비어 가족이 겪은 상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의회가 오토의 이름을 딴 도로를 개명한다면 시장도 이런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웜비어 길 지정 노력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웜비어는 2016년 북한 관광 중 평양에 있는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체제 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17년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풀려나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엿새 만에 숨졌습니다.
북한은 웜비어가 체포된 이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았으며 건강 악화는 수감 중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서 자신들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웜비어가 사망한 2017년 7월 미국 시민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이후 이를 매년 갱신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