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에서 선박 간 환적 정황…석탄 거래 여부 주목

북한 서해 석도 북부 해상에서 28일 선박 여러 척이 맞댄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이 서해 해상에서 불법 선박 간 환적을 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석탄 거래 등 불법 행위 여부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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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서해에서 선박 간 환적 정황…석탄 거래 여부 주목

북한의 서해 석도 북부 해상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선체를 맞댄 선박 여러 척이 보입니다.

28일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는 70m와 80m 길이 선박이 맞대고 있고, 반대편으로 40m 길이 선박이 밀착한 장면이 담겼습니다.

과거 북한의 불법 환적 양상으로 본다면 크레인을 장착한 선박이 두 선박의 화물 선적을 돕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약 700m 떨어진 지점에선 길이 85m와 40m 선박이 선체를 맞대고 있습니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와 올해 발행한 보고서에서 북한 서해 해상을 새로운 환적지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과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해상에서 횡행하던 선박 간 환적이 북한 영해로 옮겨져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안보리 등이 공개한 북한의 불법 환적과 일치하는 장면이 또다시 포착된 것입니다.

이 일대에서의 움직임이 또 주목되는 건 올해 3월 한국 정부가 나포한 선적 미상 선박 ‘더 이(De Yi)’호의 행적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3월 21일 북한 서해 석도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선박 간 환적 장면. 더 이호와 덕성호로 추정되는 선박 사이에 바지선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더 이호와 북한 선박 덕성호가 올해 3월 북한 해상에서 북한산 석탄을 환적했다며, 관련 위성사진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두 선박이 밀착한 지점을 석도 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석도 해상에서 포착된 환적 정황도 석탄 거래 등 불법 행위를 위한 것이 아닌지 주목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5호 11조를 통해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어떤 물품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이들 선박이 환적을 통해 어떤 물품을 주고받았든 모두 제재 위반입니다.

최근 중국 선박이 석도 인근 해상에 출현한 점도 이번 사안과의 연관성을 의심케 합니다.

중국 선박 칭안9048호가 북한 서해에서 포착됐다. 자료=MarineTraffic

앞서 VOA는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를 분석해 중국 화물선인 칭안9048호가 26일 북한 서해 석도 북부 해상에서 위치 신호를 발신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칭안9048호는 이후 약 하루 정도 머문 뒤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했는데, 이 선박이 머문 해상은 이번에 환적 정황이 발견된 곳과 멀지 않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북한의 환적은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지만 이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응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인해 지난 2018년을 끝으로 6년 넘게 불법 행위에 가담한 선박을 제재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북한의 불법 행위를 감시하는 전문가패널마저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가 안보리, 특히 대북제재 1718 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만큼 더 이상의 (선박) 제재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So, that designation seems no longer possible, since the P5 can no longer agree at the Security Council, and specifically at the DPRK Committee, the 1718 Committee. So, when it comes to implementing the sanctions, it's left up to countries now and bloc such as the European Union...”

그러면서 “선박을 제재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은 각국 그리고 유럽연합과 같은 국가 연합체에 달려 있다”며 미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의 독자 제재를 제재 위반을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제시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