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약 2주 만에 다시 중국 근해에서 발견됐습니다. 이전과 반대 방향으로 북상하고 있어 불법 환적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중국 근해에서 또다시 포착됐습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현지 시각 28일 오전 8시 30분경 타이완 해협에서 위치 신호를 노출했습니다.
이후 29일 새벽 2시 현재, 타이완 해협 북쪽 약 200km 떨어진 해역에서 북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주 만에 다시 등장한 천마산호
VOA는 지난 14일 천마산호가 타이완 해협에서 남쪽으로 항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천마산호는 곧바로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했으며, 최종 목적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약 2주 만에 같은 해역에서 이전과는 정반대인 북쪽으로 항해 중인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천마산호는 2018년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선박입니다.
당시 안보리는 천마산호가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불법 선박 간 환적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하고, 각 유엔 회원국에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천마산호는 중국을 포함한 어느 국가의 항구에도 입항할 수 없으며, 발견 즉시 억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 남포에서 무려 1천400km나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천마산호가 발견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북한 선박이 제3국 선박과 불법 환적을 통해 유류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진 지역입니다. 따라서 천마산호가 위치 신호를 끈 채 자취를 감췄던 2주 동안 이 지역에서 불법 환적 행위를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천마산호 제재 위반 ‘노골화’
천마산호의 의심스러운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VOA는 천마산호가 지난달 20일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했다고 보도한 바 았습니다.
제재 대상 선박이지만, 천마산호는 이후 아무런 제재 없이 러시아 항구를 빠져나와 북한 남포로 돌아갔습니다.
또한, 지난 6월 러시아 나홋카항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1년 동안 중국 근해에 여러 차례 출몰하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미국, 천마산호 등 제재 위반 선박 주시
미국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천마산호의 활동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천마산호와 안산1호, 금진강3호 등 북한 유조선 3척을 언급하며 “정제유 이전에 관여한 이들 선박은 이미 유엔에 의해 입항 금지 대상으로 지정됐고, 이는 이 선박들이 러시아 항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ree of the vessels involved in these transfers – the Kum Jin Gang 3, An San 1, and the Chon Ma San – have already been designated at the UN for port entry bans, meaning that just entering Russian ports violates the UNSCRs. Two of these vessels, the An San 1 and the Chon Ma San, are subject to the UN asset freeze. Transferring oil to these vessels is a violation of UN targeted financial sanctions.”
또한 “이 중 두 척인 안산1호와 천마산호는 유엔의 자산 동결 대상 선박”이라며 “이 선박으로 유류를 옮기는 행위는 유엔의 표적 금융 제재 위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류 선적도 명백한 ‘제재 위반’
천마산호의 운항뿐 아니라 유류 운반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올해 5월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한도를 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커비 보좌관] “Russia has been shipping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Russian shipments have already pushed DPRK inputs above mandated by the UNSC. In March alone, Russia shipped more than 165,000 barrels of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이에 따라 올해 5월 이후 북한에 공급된 모든 유류는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VOA는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에 천마산호의 운항과 관련해 질의했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