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미 사법당국이 적발한 북한의 미 금융망 불법 접근 수법은?

최근 미국 정부로 부터 대북 금지품목 수출과 관련해 거액의 벌금을 부과 받은 중국 기업 ZTE의 베이징 연구센터.

미 사법당국이 지난주 2건의 불법 대북 거래에 관한 몰수와 기소 조치를 발표하며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을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위장회사를 설립하고 불법적으로 미 금융망에 접근했는데요, 지다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중국 통신업체인 ZTE(중싱통신)이 연루된 사례부터 살펴보죠. 북한의 ‘조선체신회사(KPTC)’와 ZTE가 불법 거래에 어떤 방식을 사용한 건가요?

기자) 각각 위장회사를 설립한 후 이들을 중개자로 거래를 진행했습니다. ZTE는 중국 선전에 설립한 ‘상해 렌지 국제무역회사’를 대북 거래에 이용했고, 홍콩에 등록된 ‘라이어 국제무역회사’는 조선체신회사를 대신해 거래를 진행했습니다. 미 사법당국이 이 위장회사들을 개별 법인이 아닌 연계된 회사로 파악하는 점도 주목할 만한데요, 양측이 공조 하에 위장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북한을 대신한 ‘라이어 국제무역회사’는 불법 대북 거래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한건가요?

기자) 미 사법당국은 라이어 무역회사가 조선체신회사를 대신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19차례에 걸쳐 미화 776만 달러 상당을 미국 금융망을 거쳐 ZTE에 송금했다고 파악했습니다. 또 미 검찰의 소장에는 제재 대상인 북한 금융 기관들이 협력자와 공모 기관을 거친 다단계 거래를 통해 라이어 무역회사에 자금을 전달한 주요 수법과 사례가 명시돼 있어 주목됩니다.

진행자) 미 사법당국이 평가한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과 특징은 무엇인가요?

기자) 미 사법당국은 북한 금융 기관이 다수의 행위자를 통해 ZTE에 거래 대금을 전달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우선 제재 대상인 북한 금융 기관들이 거래 조력자들에 자금을 제공하고, 조력자들은 중국 등 제3국에 설립된 위장회사 등에 자금을 전달합니다. 이어 이 회사들이 라이어 무역회사에 미 달러화 자금을 제공하고, 라이어 무역회사가 최종적으로 이를 ZTE에 결제 대금으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진행자) 소장에 제시된 사례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무엇인가요?

기자) 북한이 무연탄 판매 비용으로 ZTE로부터 통신장비를 구입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7년 8월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단둥즈청 금속회사’가 불법 거래에 개입한 사례인데요, 미 사법당국은 단둥즈청 금속회사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전달받은 무연탄을 전 세계 고객에게 판매하고, 수익금을 라이어 무역회사에 미 달러화로 송금했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어 무역회사는 이 자금을 몇 주 후에 ZTE에 송금해 휴대폰 구입 비용으로 지불했다는 것이, 미 사법 당국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단둥즈청 금속회사 이외에도 ZTE로부터의 통신장비 조달에 관여한 제3국 설립 회사가 더 있나요?

기자) 네, 2016년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단둥홍샹 산업개발’이 세운 위장회사인 ‘굿필드 무역회사’가 한 예입니다. 이 회사는 북한 거래 조력자로부터 받은 미화 11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7차례에 걸쳐 라이어 무역회사에 전달했습니다. 또 북한 ‘조선무역은행 (FTB)’의 위장 회사로 2017년 미 제재대상에 오른 ‘밍정국제무역회사’도 동일한 방식으로 라이어 무역회사에 달러 자금을 제공했습니다.

진행자) 미 검찰의 몰수 소장을 보면 , 북한이 자금 세탁을 위해 미국 내 계좌를 설립하기 했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라이어 무역회사의 법적 대표인 탕씬이 2013년 미국 은행의 개인 당좌∙적금 계좌뿐 아니라 라이어 무역회사를 대표해 미국 은행 계좌를 개설했는데요, 미 사법당국은 이를 자금 세탁 시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라이어 무역회사의 해외 계좌로부터 탕씬 등이 소유한 미국 내 계좌로 2013년 10월부터 2년 동안 약 241만 달러가 넘는 돈이 송금됐습니다.

진행자) 또 미 사법당국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 중의 한 명인 리정철을 기소해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리정철은 최소 2015년 8월부터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면서 북한으로 물품 조달과 구매를 하며, 이 과정에서 미 금융망을 거쳐 달러로 결제 자금을 불법 지불한 혐의가 있습니다.

진행자) 이들이 미 금융망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겁니까?

기자) 역시 위장회사를 통해 미국 은행을 거쳐 대금을 지불했습니다. 이 위장회사는 리정철의 지시에 따라 ‘조선경은무역회사’를 대신해 계약 상대자인 베트남 회사에 2015년 9월부터 4개월간 4차례에 걸쳐 약 20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진행자) 이 사건을 미 법무부 산하의 수사∙정보 기관인 연방수사국(FBI)이 주도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기자) 연방수사국은 미국 제재를 위반하고 미 금융망에 은밀히 접근하려는 북한 당국의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금융망 건전성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다겸 기자와 미 사법당국이 지난주 발표한 북한 당국의 불법 금융 행위와 제재 회피 수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