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방문한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발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크이우 시내 지하철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일(24일) 미국에서 사람들이 오는 것은 비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대러시아 전황에 관해, "전략 동반자인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비롯한 지원들을 공급받고 있다"며 "내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을 만나 우리의 필요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더 강력한 무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며, 무기 제공 목록과 일정들을 확인하고 조율할 예정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안전이 확보대는 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와서 이야기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같이 공개한 미 국무·국방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에 관해, 미국 정부는 아직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 마리우폴 함락 부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이날(23일) 회견에서,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전투 승리를 선언한 러시아 측에 반박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아직 항전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마리우폴 수비 병력을 단 한 명이라도 더 사살하거나 헤르손, 자포리자 등 에서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강행할 경우 더 이상 평화협상은 없다"며 배수진을 쳤습니다.
현재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 시내 '아조우스탈' 제철소 안에 우크라이나 측 병력 수천명과 함께 1천 명 가까운 민간인이 고립된 상태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더 이상 공격하지 말고 봉쇄하라고 최근 명령했으나, 23일 제철소 단지에 포격이 이어졌습니다.
아울러 흑해 연안 최대 물동항구가 있는 남서부 오데사에도 이날(23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단행됐습니다.
오데사 시 당국은 이날 크루즈 미사일 6발이 시내에 떨어져, 민간인 최소 6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측은 오데사 공격 사실을 즉각 인정하고 "서방 측이 지원한 무기들이 쌓여있는 군용 창고를 타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이 시내 아파트 등지에 떨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이로 인해 3개월 된 여아와 어머니, 할머니를 포함한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을 통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상상이나 할 수 있느냐"면서 "그놈들(러시아군)은 그저 빌어먹을 놈들일 뿐"이라고 격분했습니다.
■ "러시아, 다른나라도 공격할 것"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점령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 밤 소셜 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경고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군 고위 사령관의 발언은 다른 나라들도 공격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리우폴 전투에서 승리를 선언한 러시아는 다음 목표로 동부와 남부 일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이웃나라 몰도바까지 진격하겠다는 계획을 이날(22일) 앞서 밝힌 바 있습니다.
러시아 중부군관구 사령관 직무대행 루스탐 민네카예프 소장은 이날 '특별군사작전 2단계 과제'를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사령관의 이같은 발언은 내가 여러 번 말한 것을 재확인해 줄 뿐"이라며 "러시아 측은 몰도바에서 러시아어를 쓰는 사람들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 러시아어 사용자의 권리를 돌봐야 할 곳은 러시아 자체"라며 "언론의 자유와 선택의 자유가 없고 반대할 권리가 없는 곳, 가난이 번성하고 인간의 삶이 가치 없는 곳"이 러시아라고 비난했습니다.
■ 주요국 대사관 크이우 복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크이우 대사관을 폐쇄했던 서방 국가들이 대사관을 잇달아 재개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사관 운영 정상화를 검토 중입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22일 인도 수도 뉴델리 방문 중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 주에 우크라이나 수도(크이우)에 대사관을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계획은 "탁월한 강인함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대항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라고 존슨 총리는 강조했습니다.
영국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크이우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 거점도시 르비우에서 외교 업무를 계속했으나, 대면 방식의 영사 지원 등은 중단해왔습니다.
지난 2월 크이우 대사관을 철수했던 캐나다도 복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는 이날(22일) "이 문제(공관 재개)에 관해 우크라이나 친구들의 말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별도 성명을 통해, 크이우 대사관 재개설을 위한 캐나다의 최우선 관심은 안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등 10여개 유럽 국가들이 크이우에 있는 대사관을 다시 열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의 대사관 복귀가 "침략자(러시아)에게 보내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데니스 쉬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22일 미국 방문 중 크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 운영 재개에 대해 "언제가 될지 장담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와 접촉에서 대사관 운영 재개 보증을 받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될 것이지만 아직 기다려야 한다"라고 답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