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공군이 처음으로 최첨단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동원된 연합비행훈련을 한반도에서 펼쳤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7차 핵실험 준비 움직임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한 공군은 지난 11일부터 한국 내 임무 공역에서 5세대 전투기인 F-35A를 포함한 다수의 전투기가 참가하는 연합비행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국 공군이 14일 밝혔습니다.
한국 공군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가상의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공격 편대군과 방어 제공, 긴급 항공차단 등 항공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번 훈련은 한국에 F-35A가 도입된 후 양국 F-35A가 함께 참가하는 첫 연합훈련으로, 연합작전 수행 능력과 F-35A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훈련에는 미 공군의 F-35A, F-16 그리고 한국 측 F-35A와 F-15K, KF-16, FA-50 등 총 30여대의 전력이 참가했습니다.
스텔스 전력의 최첨단 5세대 전투기 간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4세대와 5세대 연합전력의 통합운용 능력도 강화하는 효과를 노린 훈련이라는 설명입니다.
미 공군은 앞서 이번 훈련을 위해 알래스카주 아일슨 기지 소속 F-35A 전투기 6대를 지난 5일 한반도에 전개했습니다.
미 공군 F-35A의 한반도 전개가 공개된 건 2017년 12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F-35A는 F-22 랩터와 함께 현존 세계 최강 성능의 스텔스 전투기입니다.
최고속도 마하1.6의 이 기종은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어 다른 전투기 지원 없이도 적 레이더 망을 피해 목표물을 선별 타격할 수 있습니다.
8t이 넘는 무장을 탑재할 수 있고 전자전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F-35A는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을 탐지·추적하고 격파하는 킬체인의 핵심 전력입니다.
이번 훈련은 올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방사포 사격 등 모두 21차례 무력시위를 벌였고 7차 핵실험 준비 동향까지 보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양욱 부연구위원] “이런 막강한 전력이 언제든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 군 자체도 F-35A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력들이 같이 모여서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면 북한의 방공망 제압은 물론 주요 시설 혹은 지휘부까지도 모두 제압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 군은 미국으로부터 F-35A를 40대 구매해 실전배치했고 내년부터 2020년대 중후반까지 20대 정도 추가 도입할 방침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 당시 한국 군의 “군비 현대화 시도가 도를 넘을 정도로 노골화되고 있다”며 F-35A 전투기 도입를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박사입니다.
[녹취: 이호령 박사] “북한이 지금 전략무기다 전술무기다 해서 미사일 중심으로 굉장히 공격력을 높여나가고 있는데 반면에 방어적 측면에서의 역량은 북한과 한-미 간 능력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고 있고 바로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자신의 취약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두려워하고 있는 거죠.”
이번 훈련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간 미-한 정상회담에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한다’는 합의가 이뤄진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핵과 재래식 그리고 미사일 방어 등의 확장억제 제공 공약을 확인했고 연합훈련 범위와 규모 확대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미-한 군 당국의 후속 협의를 통해 이번에 F-35A가 전개됐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문재인 전임 정부에선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F-35A를 처음 도입하면서 이를 공개하기를 꺼려 했지만 윤석열 새 정부는 대북 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이를 적극 공개하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정부가 바뀌면서 F-35A 전투기를 적극적으로 꺼냈다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 끈은 유지하되 북한을 압도할 수 있는 대북 억제전력은 앞으로 더 공개를 할 뿐 아니라 더 발전시키겠다는 그런 의지로 보여지고 그래서 이 전투기 추가 도입이 지연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20대 추가 도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도발 등에 따라 향후 미군의 다양한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연합비행훈련은 미-한이 사실상 북한 최고 지도부를 겨냥한 경고 메시지라며 향후 북한과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F-35A는 사실 비행을 해도 북한이 포착을 못하거든요. 그런데도 공개리에 이것을 공지하고 있다는 얘기는 결국 북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경고를 하고 있는 거고요. 북한 역시 이에 대해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고 그 다음에 방사포 발사나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동해안 축선 작전지도를 공개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양측이 사실 상호 경고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강대강 대치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양욱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미-한 연합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미국 측의 우려가 컸다며, 미국은 단순히 대북 억제 차원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작전역량 향상을 위해 한국과의 합동훈련을 다양한 수준에서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