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해 협력 강화를 도모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의 고립이 깊어지고 있는 반증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스리랑카의 새 대통령으로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선출됐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를 다룬 ‘2022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한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란 방문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이 19일 이란을 방문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구소련권 국가가 아닌 나라를 방문한 건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략 후 처음인데요. 특히 지금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을 첫 국가로 선택해 더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그러고 보니까 러시아와 이란 두 나라 모두 현재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이란은 핵 합의 위반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이번 이란 방문은 소위 ‘동병상련’ 처지인 이란과 ‘반미 연대’를 강화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푸틴 대통령의 방문은 특히 얼마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동 순방 후 이뤄지는 것이라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이란 대통령이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양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 보도를 정리하면, 푸틴 대통령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에너지, 무역, 교통, 지역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두 나라가 경제와 안보, 지역 현안 분야에서 좋은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말도 들어보죠.
기자) 네. 라이시 대통령은 회담 후, 이란과 러시아는 테러 대응에서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이는 역내에 더욱 강력한 안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두 독립국 간의 협력이 더욱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만났습니까?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먼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회담하고, 이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예방했는데요. 이는 두 나라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정책 보좌관은 “하메네이와의 만남은 매우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그러면서 대부분의 주요 현안에서 양국의 입장은 매우 가깝거나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발언 내용도 전해 주시죠.
기자) 네. 이란 국영 TV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의 속임수”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란과 러시아는 장기적인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우크라이나 사태도 언급했습니까?
기자) 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전쟁은 가혹하고 힘든 일이며, 이란은 보통 사람들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서방은 러시아가 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전혀 대안이 없었다고 편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만일 당신(푸틴)이 먼저 주도권을 잡지 않았으면, 상대방(서방)이 스스로 전쟁을 야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의 방문으로, 양국 간 협력 분야에서 어떤 실질적 결과물은 있었습니까?
기자) 네. ‘이란국영석유회사(NIOC)’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이 400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투자 관련 협약에 서명했습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양국 국영 에너지 기업의 이 전략적 협력에는 가스전 개발,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설치, 원유 제품 생산 등을 포괄한다고 전했는데요. 러시아와 이란은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 1, 2위 국가입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푸틴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맞춰 터키 대통령도 이란을 찾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의 이란 방문 일정에 맞춰 19일 이란을 방문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회담 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예방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터키 , 이 세 나라 간에 어떤 공통 현안이 있어 한자리에 모인 걸까요?
기자) 일단 세 나라 정부가 내놓은 의제는 시리아 내전 문제입니다. 이들 러시아와 이란, 터키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요. 러시아와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그리고 터키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반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번 3자 회담이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 협상 중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터키 간에도 중요한 의제가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흑해 항구에 묶여 있는 엄청난 양의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 문제입니다. 터키는 유엔과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이 문제를 중재하고 있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 후 푸틴 대통령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터키의 중재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의 고립이 깊어지고 있는 증거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19일 언론 브리핑을 했는데요. 커비 조정관은 푸틴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얼마나 고립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또 푸틴 대통령이 이번 이란 방문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이란산 드론 구입과 관련해,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넘겼다는 정황은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스리랑카의 새 대통령이 선출됐군요?
기자) 네. 국가부도 사태와 정국 혼란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스리랑카가 20일 차기 대통령으로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선출했습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지난주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왔습니다.
진행자) 스리랑카 의회가 간접 선거로 진행한 거죠?
기자) 맞습니다. 스리랑카 의회는 전날(19일) 위크레메싱게 총리와 덜라스 알라하페루마 전 교육부 장관, 좌파 지도자인 아누라 디사나야케 등 3명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고 발표했고요. 이날(20일) 비밀 투표를 통해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진행자) 의회 선출이면, 몇 표나 얻어야 하는 겁니까?
기자) 스리랑카 의원 225명 중 과반 지지가 필요한데요. 의원 134명이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뽑았습니다. 반면 알라하페루마 전 장관은 82표, 좌파 후보는 3표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이미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미 대다수 여당 의원이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그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고요. 야권 후보도, 질 것을 알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 나서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세는 이미 어느 정도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의 임기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오는 2024년 11월까지입니다.
진행자)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올해 73세로, 총리직을 무려 6번이나 수행한 관록의 정치인입니다. 하지만 이번 포함, 임기를 다 마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반세기 스리랑카 정치 역사에서 어떤 의미로든 위크레메싱게라는 인물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여우’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정치에 노련하지만, 스리랑카 국민 여론은 썩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왜 그런 거죠?
기자) 지난 몇 달간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반정부 시위대는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을, 축출된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보고 있습니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시위대에 쫓겨 해외로 탈출하고 대통령 사임을 발표했고요. 위크레싱게 총리를 권한 대행으로 임명했었습니다.
진행자)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이 전 정부에서 기용된 총리였기 때문에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라자팍사 전 정부는 지난 5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의 형이자 전 대통령이었던 마힌다 라자팍사 당시 총리를 물러나게 하고,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임명하며 재무장관직도 겸하게 했는데요. 하지만 시위대는 지난 두 달간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며 반감을 나타냈습니다. 이들은 지난 13일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권한대행이 되자, 총리 집무실을 점거하고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민심을 잡지 못하면 정국 운영은 한동안 계속 어렵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반정부 시위대가 퇴진을 요구했던 인물이 대통령직을 잇게 되면서 스리랑카 정국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은 지난주와 이번 주 두 차례, 권한대행 신분으로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스리랑카의 이런 정국 혼란은 경제 상황에서 비롯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스리랑카는 1948년 독립 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스리랑카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주 국가 수입원인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요. 여기에 라자팍사 전 정부가 중국과 경제 협력을 추진하면서 중국 자금을 빌려 대외 부채도 급증했습니다. 현재 스리랑카는 외화 부족으로 휘발유, 가스 등 필수 품목의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를 다룬 미 국무부의 보고서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19일, ‘2022 인신매매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000년 인신매매피해자 보호법이 제정된 이듬해부터 매년 전 세계 약 190개국의 인신매매 실태를 다룬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올해 보고서는 630여 쪽의 방대한 양인데요. 국가별로 인신매매 실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무부는 인신매매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물리력이나 강압, 사기 등으로 강제 노역이나 용역을 위해 사람을 모집, 이송하는 행위, 강요에 의한 성매매, 정부군이나 정부 지원 무장 집단에 의한 소년병 강제 징병 등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진행자) 그럼 각국의 인신매매 실태는 어떤 식으로 평가되죠?
기자) 네. 크게 세 개의 등급으로 나누는데요. 해당 국가의 인신매매 실태와 정부의 근절 노력 등을 종합 평가해, 기준을 충족하는 나라는 1등급,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중요한 노력을 하고 있는 나라는 2등급, 기준도 미치지 못하고 정부의 개선 의지도 없는 나라는 3등급으로 구분합니다.
진행자) 그럼 먼저 1등급에는 어떤 나라가 속했는지 보죠?
기자) 네. 총 30개국이 1등급으로 분류됐는데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 캐나다, 호주 등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들이 포함됐습니다. 중남미나 아시아 국가들도 일부 눈에 띄는데요.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완 등이 이름을 올렸고요.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서는 나미비아가 유일하게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2등급에는 어떤 나라들이 들어갔습니까?
기자) 보고서는 2등급을 두 개로 다시 나눠, 일반적인 나라들과 주목해야 하는 나라로 구분했는데요. 90여 개국은 일반 2등급에, 30여 개국은 주목해야 하는 나라로 구분했습니다.
진행자) 대부분의 나라가 일반 2등급에 속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멕시코, 브라질, 노르웨이, 라오스 등이 이 그룹에 들어갔고요. 주목해야 하는 2등급 국가 목록에는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등이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한국이 2등급 국가에 들어간 게 눈에 띄는군요?
기자) 네. 한국은 이 보고서가 처음 나온 2001년 3등급을 받았고요. 그 후 지난해까지는 줄곧 1등급에 속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보고서에서는 처음으로 한 단계 하락한 건데요. 보고서는 국가별 설명에서, 직전 보고서 기간만큼 한국 정부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이 진지하거나 지속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3등급 국가들도 소개해주시죠.
기자) 최하위, 3등급에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미얀마,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22개국이 들어갔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20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목됐는데요. 3등급으로 지정된 나라들은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와 북한 등 11개국은 인신매매를 후원하는 정책이나 양상을 보이는 나라로도 분류됐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