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수복 지역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9월 들어 오늘까지 우리 전사들이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서 6천㎢ 이상을 해방시켰다"면서 "우리 군의 진격은 계속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날(11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달들어 탈환한 영토 면적이 3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루 사이 수복 면적이 두 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소도시 20곳을 되찾았습니다. 9월들어 탈환한 소도시는 30곳이 넘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수복지에서 국가를 부르는 모습, 부상한 동료 병사를 부축하고 진군하는 현장, 그리고 수개월동안 러시아군 점령 하에 있던 주민들이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을 환영하는 장면 등이 잇따라 영상으로 촬영돼 올라오고 있습니다.
13일에도 하르키우 주 보우찬스크 등지를 탈환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시내에서 러시아 국기를 내리고 찢은 뒤, 우크라이나 국기를 다시 게양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됐습니다.
■ "일부 지역 국경 도달"
현재 우크라이나 북동부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주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진군 속도가 빨라지는 중입니다.
올레흐 시네구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 군이 러시아 국경까지 도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자는 수복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대거 항복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 전쟁포로는 러시아 측에 붙잡힌 우리(우크라이나) 장병들과 교환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붙잡힌 러시아군 포로의 구체적인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군 정보당국은 "상당한 숫자"라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과 국방부는 12일,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퇴각한 러시아군이 남긴 전투 식량과 무기고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 바라클리아 포격으로 반격
우크라이나군의 하르키우 주 반격은 지난 6일 남부의 바라클리아 포격으로 시작됐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바라클리아를 신속하게 돌파하고 10일 이지움을 포위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수세에 몰리게 된 러시아군은 사실상 하르키우 주에서 철수를 발표했습니다. "바라클리아와 이지움에 배치된 부대를 동부 도네츠크로 재편성하기로 결정했다"고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이 10일 밝힌 것입니다.
다음 날(11일)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퇴각시켰습니다.
이어서 12일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 국경에 도달하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 미국 등 서방 제공 무기 큰 역할
우크라이나군이 이렇게 빠르게 영토를 탈환한 데는 서방 지원 첨단 무기의 공이 컸습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주둔 전력은 이번 진격 작전을 수행하기 앞서, 미국이 보낸 고속기동포병시스템(HIMARS·하이마스)으로 러시아군의 탄약고를 파괴했습니다.
하이마스는 사거리 최대 80km인 중거리 유도다연장로켓시스템(GMLRS)을 탑재해 발사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에 최적화된 무기 체계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하이마스로 타격 당해 탄약고를 잃은 러시아군의 포격은 범위와 빈도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크라이군은 이어서 러시아군 주요 보급로를 차단하는 작전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지원한 '고속대레이더미사일(HARM·함)'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함은 항공기에서 지상으로 발사하는 공대지 미사일로, 최장 145km 떨어진 곳에서 러시아의 첨단 미사일 방어체계 S-400 등을 찾아내 정밀 타격할 수 있습니다.
방공체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포병 진지를 탐지하는 레이더까지 파괴 가능합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공군 주력 기종인 미그(MiG)-29, 수호이(Su)-27S 전투기들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군의 주력 기종과 미사일 장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함 장착용 어댑터를 탑재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은 최근 하이마스와 신형 GMLRS 등 생산·보급 시설을 시찰하고 조달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 러시아군 병력 분산 작전
러시아군의 병력을 분산시킨 작전도 주효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측은 남부지역에서 대대적인 탈환 작전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당국자들은 헤르손과 크름반도(크림반도) 일대에서 공세 계획과 전과를 선전해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8일 밤 영상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지난주 동부와 남부 일대에서 1천㎢ 넘는 영토를 수복했고, 수십 개 소도시들이 해방됐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남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주력 부대를 남쪽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북부 전선에 빈틈이 생겼습니다.
이 빈틈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밀고 들어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바라클리아를 돌파할 때 탱크를 15대 정도만 동원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주력 부대들은 헤르손 일대를 비롯한 남부에 집결돼있다고 러시아군이 판단하도록 이끄는 전술이었습니다.
미군 고위 작전 관계자는 13일 VOA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대공세가 예상되던 남부로 러시아 주력 부대들이 집결하면서 북부 전선이 느슨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북부 주둔 병력을 동부 도네츠크 등지로 재편성하겠다는 러시아 당국의 계획도 수월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하르키우 주에 주둔하던 러시아군 장병들은 대부분 귀국한 상태입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