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미한 동맹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연합훈련을 마치고 한국 해역을 떠났던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다시 한국 쪽으로 전개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우려 해소를 위해 한국과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서에서 “미한 동맹을 강화하고 양국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한국과 함께 핵심적인 역할이 수행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이어 ‘친서에 북 핵과 미사일 관련 논의는 나오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친서에 적시된 ‘양국의 공동 목표’라고 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양국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북한이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하면서 한반도와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데 대한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한은 북한이 4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일본 열도 너머로 발사한 데 대해 적극적인 군사적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말 미한 연합훈련을 마치고 한국 해역을 떠났던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5일 한국 동해 공해상으로 다시 전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는 미한 정상 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합의에 따라 북한의 IRBM 도발 후 양국 국방장관의 협의로 결정됐습니다.
미 항모 전단의 이례적인 재출동에 대해 합참은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한 동맹의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동맹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은 지난달 25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26일부터 나흘간 미한 연합 해상훈련을 벌였고 이어 동해 공해에서 미한일 3국 연합 대잠수함 훈련도 펼쳤습니다.
미한 두 나라 군은 북한의 IRBM 도발에 대응해 5일 동해상으로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했습니다.
한국 합참에 따르면 한국 군과 주한미군은 에이태킴스 2발씩 모두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해 가상표적을 정밀타격했습니다.
이에 앞서 4일엔 두 나라 군이 연합공격편대군 비행과 함께 정밀폭격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연합 비행에는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4대와 주한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가 각각 참가했고, 특히 한국 공군의 F-15K는 전북 군산 앞바다의 직도사격장에 설정한 가상표적을 향해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 2발을 발사하는 정밀폭격 훈련을 했습니다.
미한 두 나라 합참의장은 5일 전화통화를 가졌습니다.
한국 합참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통화에서 “한반도 방위를 위한 미국의 공약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며 “향후에도 미한이 긴밀하게 조율된 공동대응을 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승겸 한국 합참의장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음을 분명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북한이 도발을 거듭할수록 동맹의 대응태세는 더욱 강력해진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의장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시행된 미한 연합 공중무력시위와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이 동맹의 강력한 대응 능력과 결의를 잘 보여준 것이라는 데 공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수록 미한일 공조가 강화되고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IRBM을 통해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 또는 일본에 경고메시지를 주고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고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한미일이 이것을 들어줄 수가 없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결국은 김정은이 원하는 것과 반대되는 현상으로 전개된다는 말이죠.”
한편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도발 양상에 대해 “최근 일련의 상황으로 볼 때 북한 미사일 사거리가 계속 증가하고 미사일 관련 플랫폼이 달라지고 있다”며 “7차 핵실험으로의 가능성을 높여가기 위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밟아가는 게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미한, 미한일 공조를 더 강화하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잇단 도발의 궁극적 목표는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그런 속에서 국제사회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는 것이라며 북한의 잇단 도발이 결국 7차 핵실험으로 가는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제재 등으로 극도로 악화된 경제 사정 때문에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어떤 형태로든지 자신들이 기존 노선을 바꾸거나 특히 대외정책에서 새로운 형태로 가기 위해선 벼랑 끝 전술이죠, 끝까지 몰아붙이고 그 다음에 새로운 형태로 정책을 바꿔 나가는 게 북한의 정형화된 행동양식이라고 보면 그런 의미에서 7차 핵실험이 중요한 것이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도 북한이 사실상 전략무기로 분류되는 IRBM 도발에 나서면서 핵실험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홍 실장은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한의 움직임에 대한 맞춤형 대응을 공언한 바 있다며, 북한이 단기간 내 핵실험으로 직진하기 보다는 미한 또는 미한일 군사공조 움직임을 봐 가며 시기를 신중하게 저울질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한미가 향후 어떤 훈련 또는 전력증강 또는 확장억제력 강화 이것들과 관련된 어떤 움직임을 하느냐가 북한에게는 다음 카드를 꺼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핵실험은 미사일 발사와는 파장의 차원이 다른 대량살상무기 도발이라는 점에서 국제 정치 역학관계가 중요 변수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결심한 단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가 매우 악화된 상황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마무리 된 이후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가까운 시일 내 일어나는 중국 내부정치라든가 경제 상황 등을 봤을 때 중국으로선 그렇게 달갑지 않은 거다, 그래서 저는 북한도 그런 국제정세를 고려했을 때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이번 IRBM 발사에 대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언급만 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 이뤄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미국이 참여한 한반도 주변에서의 합동군사훈련 개최 사실과 함께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