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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 "확장억제 의지 확고"...'전술핵 한국 재배치'에 부정적 입장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연설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연설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의 전술핵 위협 고조에 따라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북한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뿐인 7차 핵실험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습니다.

지난 7월 부임 이후 한국 언론이 주최하는 공식 토론회에 처음 나선 겁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과거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론에 대해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며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그러면서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확고함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Extended deterrence means the protections provided by U.S. in all areas including nuclear. We have this iron-clad commitment. Nobody should have any doubt about that.”

골드버그 대사는 “확장억제는 미국이 가진 핵 전력을 포함한 모든 부문을 동원해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약속은 그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최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을 언급하면서 “전술핵이든 아니든 위협을 증가시키는 핵무기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긴장을 늦추기 위해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가설적 상황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고 역설했습니다.

미국의 핵과 유럽국가의 군용기를 연계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식 핵공유에 대해서도 “핵능력을 포함한 확장억제에 대한 의지를 이미 설명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골드버그 대사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대남 핵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식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외교를 통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기존 원칙을 거듭 확인한 겁니다.

한국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17일 “김정은이 만에 하나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사용했을 때, 괌과 오키나와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무릅쓰고 과연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에 반격할 수 있겠는가”라며 한반도 내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반도 인근 수역에 항모전단이나 핵 추진 잠수함 같은 미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를 한국이 요청했는지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실시된 미한·미한일 훈련과 관련해선 “몇 가지 전략 훈련을 더 추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적이고 지속 가능한 노력을 보여주는 문제”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이 현실화할 개연성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강행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골드버그 대사] “The exact day I cannot predict but every indication is that is the direction in which DPRK & Kim jong eun is headed. I have to say such a step would be further evidence of irresponsibility and of engaging in threats and provocations that only heighten tensions in the region.”

골드버그 대사는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관련해 “정확한 날짜는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조짐을 봤을 때 북한이나 김정은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한 조치를 취한다면 무책임과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뿐인 위협과 도발에 나서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또 타이완과 관련한 미중간 무력 충돌시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차출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주한미군과 미국의 의지는 한반도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역내에서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나든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는 철통같은 약속이라는 데 대해 한국 국민들이 안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다만 외교적 수사 이상의 답변을 요구하는, 이어진 질문에 미국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종류의 결정은 자신이 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바이든 정부가 한일 협력을 위한 중재에 나설 생각이 있는지 묻자 “미국도 한일 양국 간의 역사 문제가 있고 이것을 풀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해결 가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역사적 우려에 대해서 이해하는 동시에 협력에 대한 시급한 필요성도 이해하고 있다”면서 “안보와 같은 시급한 사안에 관해서는 3국이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국제사회 질서에 끼치는 부정적인 면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스스로 주장한 것처럼 책임있는 행위자가 될 것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면서도 지역문제와 도전과제 해결을 위해 중국 지지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국가들이 서로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제재 회피 노력을 막지 못한 중국은 이 같은 위협에 대해 한 일이 거의 없다”며 “북한은 평화, 특히 비핵화를 대가로 한 평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녹취: 골드버그 대사] “Our adversaries are equally committed to changing the current world order in which freedom & rule of law prevail and the only the way to answer them is for like-minded democracies to work together.”

골드버그 대사는 “우리의 적들도 자유와 법치가 다스리는 현대 세계 질서를 바꾸기 위해 똑같이 의지를 발휘하고 있고, 그들에게 답하는 유일한 방법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러시아,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적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 간의 불화를 바탕으로 성장한다”며 “그들이 분열의 씨앗을 심을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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