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한국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정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상 가동됐던 시기와 비슷한 차량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박동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개성공단의 전자제품 생산업체 밀집 구역을 촬영한 플래닛 랩습의 지난 9일 자 위성사진입니다.
인터넷용 광통신 케이블과 커넥터, 인공치아 등을 생산했었던 한국 중소기업 제시콤사가 위치했던 곳에 버스 여러 대가 포착됐습니다.
이들 버스들이 주차하면서 건물 앞 공터 상당 부분을 가렸습니다.
VOA는 2021년 8월부터 제시콤 건물 앞에서 버스 8~9대가 정기적으로 정차하는 모습을 포착해 보도했습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낮아 정확한 버스의 수는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전례로 볼 때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로 추정됩니다.
제시콤에서 포착된 버스는 현대 자동차의 에어로시티로 확인돼 북한이 한국 기업 소유 공장에 근로자를 정기적으로 출근시킨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에어로시티 버스 1대당 25명에서 최대 50명까지 태울 수 있어 이곳에서 포착된 8~9대의 버스로 이동한 근로자는 최대 450명으로 추산됩니다. 제시콤 인근 다른 건물 공터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VOA는 반도체 부품과 전자제품, 유공압 패킹 등을 생산하던 한국 기업 에스제이 지에스의 공장 앞 공터에 하얀색 대형 물체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는데, 9일 자 위성사진에도 하얀 물체가 공터에서 포착된 것입니다.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되던 시절 이곳에서는 동일하게 모습이 생겼었는데, 모두 하얀색 트럭들이 주차하며 생긴 현상이었습니다.
VOA는 또 민간 위성사진을 통해 지난 2016년 이후 최근까지 제시콤과 별도로 쿠쿠전자와 명진전자, 만선 등이 운영되던 공장부지에서 북한의 무단 가동 정황을 포착해 보도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해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됐습니다.
북한이 이들 근로자들을 통해 벌어들이던 수익금은 매년 약 1억 달러로 추산됐습니다.
하지만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잇달아 감행하자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통일부는 지난 6일 북한에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시설의 무단 사용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발송하려 했지만 북한은 수령을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을 규탄하고 북한이 한국 정부의 촉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박동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