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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도발에 유엔 안보리 또 '빈손' 종료...무용론 확산


1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에 관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1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에 관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문제로 회의를 가졌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쳐 또 다시 결론 없이 끝났습니다. 안보리 무용론이 커지면서 북한의 도발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 발사 문제를 놓고 13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는 미한일을 비롯한 서방과 북중러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이번 회의엔 안보리 비이사국이지만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남북한 대사들도 참석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10개국은 회의 뒤 별도의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거듭된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했지만 안보리 차원에선 대북 결의 채택은 커녕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이나 언론성명조차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에 필요한 행동과 책임’을 갖는 유엔 최상위 기구인 안보리에 대한 ‘무용론’이 확산하는 양상입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를 거듭 위반하는데도 안보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거부권을 쥐고 있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7년까지만 해도 안보리 대북 결의 채택에 찬성했습니다.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 문제가 국제 비확산 체제 유지에 큰 위협 요소라는 데 공감한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러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5월 27일 미국 주도로 열린 유엔 안보리 새 대북 결의안 채택이 중러의 거부권 행사로 실패한 이후 대북 제재 결의안은 상정조차 어려워졌습니다.

북한의 ‘화성-18형’이 미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고체연료 ICBM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도 중러는 한 목소리로 미국 책임론으로 공세를 폈습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미국의 압박으로 북한은 어마어마한 안보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며 미국의 한반도 주변 연합훈련이 “전례 없는 규모”라고 비판했습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13일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13일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북한의 대형 도발이 있으면 유관국들에게 냉정을 촉구하던 중국 특유의 중립적 표현도 쓰지 않았습니다.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김흥규 소장은 미중 패권경쟁과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 흐름으로 중국의 북한을 옹호하는 태도가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친미 노선을 분명히 하는 상황 속에선 북한은 중국이 결코 버릴 수 없는 카드가 되고 장차 더 활용해야 될 카드가 되는 거죠. 그런 차원에서 보면 북한의 핵 문제나 도발이 중국의 주요 어젠다가 될 수 없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북 핵 문제를 두고 중국식의 전략적 명확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한 핵협의그룹 출범과 전략핵잠수함 SSBN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으로 한반도 주변 상황이 질적으로 변화하면서 중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북한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분명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 핵 고도화와 도발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에 호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겁니다.

[녹취: 조한범선임연구위원]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 상대적 자율성을 가져왔는데 중국이 만약 선을 넘는 압박을 할 경우 아마 양국 관계 파탄을 선언할 거에요. 그러면 중국 입장에선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전략적 동맹을 상실하게 되는 거거든요.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끝나더라도 일방의 승리로 끝나지 않고 장기간 미러 갈등이 불가피한 방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과 중러의 대립구도 속에서 안보리는 사실상 ‘식물기구’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화성-18형’ 발사는 미 본토 타격 능력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걸 보여준 중대 도발이지만 미국은 별다른 정책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국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교수] “미국의 입장에선 의도적 무시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것에 대해서 미국이 좀 더 강력한 대응이나 반응을 노골적으로 보이면 그게 사실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죠. 그래서 일부러 좀 로우키로 접근하는 모습이 보이고 동시에 또 한계도 있는 거죠.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미국의 입장이나 한국 입장이나 이걸 막을 방법이 뾰족한 게 없지 않습니까. 그 두 가지가 다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중러의 반대로 안보리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한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미한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견고하게 유지함으로써 북한은 물론 중국을 압박하는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지금 북한의 태도를 보면 당장 협상에 나올 것 같진 않지만 그러나 과연 김정은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할 것인가 또 중국과 러시아가 언제까지 북한 편만 들면서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분명히 변수가 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한미일 공조 강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유엔 안보리 무력화가 지속되면 북한은 한반도 긴장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는 논리를 더 공세적으로 전개할 것이라며, 각종 무기 실험과 훈련을 내세운 무력 도발도 한층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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