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한일 정상들을 막말 비난하면서 3국 합동훈련 정례화 등 합의에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해군절 기념연설을 하면서 해군 핵 전력화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해군절인 28일 해군사령부를 방문했다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축하연설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정상들을 ‘깡패우두머리들’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들이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고 하였다”고 말했습니다
미한일 정상이 지난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연합훈련 정례화 등에 합의한 데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해 처음으로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의 대결 책동으로 한반도 수역이 가장 불안정한 핵전쟁 위험수역으로 변했다고 주장하면서 “선제적이고 단호한 공세로 적들을 압도적으로 제압구축하기 위한 ‘주체적해군작전전술적방침’들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국가 핵무력 건설 노선이 밝힌 전술핵 운용의 확장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며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9일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정상회의에 따른 안보협력 강화 등 미한일 협력체의 획기적 진화에 위기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미한일 정상을 ‘깡패우두머리’라는 막말로 호칭한 데 대해선 “발언자의 저급한 수준을 드러내는 것으로, 기초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언급에 대해 평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한일 안보협력의 핵심이 해군력에서의 절대적 우위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은으로선 단기간 열세를 만회하는 방법으로 해군의 핵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 입장에선 한미일이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안보협력 강화의 핵심은 해상에서 북한을 억제하는 건데 거기에 대해서 자신들의 대응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대응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 메시지가 실질적인 대응 능력 강화로 되느냐 안되느냐는 별개 문제다. 또 단기간 내 그런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거기에 핵무기를 장착하는 거죠.”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21일에도 해군 전대를 찾아 전쟁 준비 실태 점검에 나서는 등 해군의 현대화와 전투력 강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 위원장의 연설은 북한이 최근 실험한 핵 어뢰 ‘해일’ 시리즈와 전략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등 전술핵의 해군 배치 임박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홍 박사는 이와 함께 미한일 군사협력과 미한 연합 을지프리덤실드, UFS 실기동 훈련과 쌍용훈련에 대응한 북한식 ‘반접근’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해군절에 해군 부대를 방문한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입니다.
홍 박사는 김 위원장이 해군절 기념행사를 주관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최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 나아가서 중국과의 연합훈련을 염두에 둔 행보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최근 러시아가 계속 실무적으로 북한과 접촉하고 있는 것은 무기와도 관련될 수 있지만 전격적으로 해상연합훈련 그리고 혹여나 거기에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훈련에 참여할 가능성 이런 것을 염두에 둘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김정은이 관련된 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이런 걸 보고 작전 준비태세라든지 이런 걸 점검하는 의미 이걸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해 봤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해군사령부 방문에는 딸 주애도 동행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김주애의 동행이 북한 매체에 보도된 것은 지난 5월 16일 정찰위성 발사준비위원회 현지 지도 이후 100여일 만입니다.
북한은 작년 11월부터 김 위원장과 김주애의 동행 사진들을 15차례 공개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주애가 모습을 드러낸 분야 중 12건은 군사, 2건은 체육경기, 1건은 경제와 관련된 것으로 주로 군사 분야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자신의 핵과 미사일 강국 건설 정책을 계승할 ‘미래의 후계자’로 키우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정 박사는 김주애가 이번에도 단순히 동행하는 수준을 넘어 공개석상에서 김 위원장 바로 왼편에 서서 북한의 군부 핵심 지도자들과 함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북한의 굉장히 취약한 부문이 해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정은이 해군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그런 와중 속에서 해군사령부를 방문해서 해군들 격려하고 해군 간부들에게 김주애를 알리는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김 위원장의 이번 해군사령부 방문 수행인원엔 리병철 당 비서와 강순남 국방상과 함께 박정천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포함됐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박정천을 ‘군 원수’로 호명하며 군복 입은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올해 초 각종 직위에서 해임됐다가 최근 다시 주요 보직에 재기용된 것으로 보이는 박정천이 군의 최고 보직인 원수로 호명됨으로써 그가 해임 전과 비슷한 정치적 위상을 회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리병철은 전략무기이고 박정천은 재래식 포병 여기에 특화된 인물이고 김정은에겐 군부의 좌우 날개와 같은 사람들이에요. 그렇다면 최근 박정천이 완전히 좌천된 게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박정천은 당분간은 계속 중용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박정천은 앞서 이달 초 김 위원장이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공장을 비롯한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 지도할 때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