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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은, 미한일 정상 막말 비난하며 연합훈련 경계…한국 “미한일 안보협력에 위기 의식 노출”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해군절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29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해군절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29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한일 정상들을 막말 비난하면서 3국 합동훈련 정례화 등 합의에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해군절 기념연설을 하면서 해군 핵 전력화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해군절인 28일 해군사령부를 방문했다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축하연설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정상들을 ‘깡패우두머리들’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들이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고 하였다”고 말했습니다

미한일 정상이 지난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연합훈련 정례화 등에 합의한 데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해 처음으로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의 대결 책동으로 한반도 수역이 가장 불안정한 핵전쟁 위험수역으로 변했다고 주장하면서 “선제적이고 단호한 공세로 적들을 압도적으로 제압구축하기 위한 ‘주체적해군작전전술적방침’들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국가 핵무력 건설 노선이 밝힌 전술핵 운용의 확장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며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9일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정상회의에 따른 안보협력 강화 등 미한일 협력체의 획기적 진화에 위기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미한일 정상을 ‘깡패우두머리’라는 막말로 호칭한 데 대해선 “발언자의 저급한 수준을 드러내는 것으로, 기초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언급에 대해 평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한일 안보협력의 핵심이 해군력에서의 절대적 우위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은으로선 단기간 열세를 만회하는 방법으로 해군의 핵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 입장에선 한미일이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안보협력 강화의 핵심은 해상에서 북한을 억제하는 건데 거기에 대해서 자신들의 대응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대응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 메시지가 실질적인 대응 능력 강화로 되느냐 안되느냐는 별개 문제다. 또 단기간 내 그런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거기에 핵무기를 장착하는 거죠.”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21일에도 해군 전대를 찾아 전쟁 준비 실태 점검에 나서는 등 해군의 현대화와 전투력 강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 위원장의 연설은 북한이 최근 실험한 핵 어뢰 ‘해일’ 시리즈와 전략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등 전술핵의 해군 배치 임박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홍 박사는 이와 함께 미한일 군사협력과 미한 연합 을지프리덤실드, UFS 실기동 훈련과 쌍용훈련에 대응한 북한식 ‘반접근’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해군절에 해군 부대를 방문한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입니다.

홍 박사는 김 위원장이 해군절 기념행사를 주관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최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 나아가서 중국과의 연합훈련을 염두에 둔 행보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최근 러시아가 계속 실무적으로 북한과 접촉하고 있는 것은 무기와도 관련될 수 있지만 전격적으로 해상연합훈련 그리고 혹여나 거기에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훈련에 참여할 가능성 이런 것을 염두에 둘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김정은이 관련된 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이런 걸 보고 작전 준비태세라든지 이런 걸 점검하는 의미 이걸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해 봤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해군사령부 방문에는 딸 주애도 동행했습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해군절을 맞아 딸 주애(왼쪽)과 함께 해군사령부를 방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29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해군절을 맞아 딸 주애(왼쪽)과 함께 해군사령부를 방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29일) 공개한 사진.

김 위원장과 김주애의 동행이 북한 매체에 보도된 것은 지난 5월 16일 정찰위성 발사준비위원회 현지 지도 이후 100여일 만입니다.

북한은 작년 11월부터 김 위원장과 김주애의 동행 사진들을 15차례 공개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주애가 모습을 드러낸 분야 중 12건은 군사, 2건은 체육경기, 1건은 경제와 관련된 것으로 주로 군사 분야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자신의 핵과 미사일 강국 건설 정책을 계승할 ‘미래의 후계자’로 키우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정 박사는 김주애가 이번에도 단순히 동행하는 수준을 넘어 공개석상에서 김 위원장 바로 왼편에 서서 북한의 군부 핵심 지도자들과 함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북한의 굉장히 취약한 부문이 해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정은이 해군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그런 와중 속에서 해군사령부를 방문해서 해군들 격려하고 해군 간부들에게 김주애를 알리는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김 위원장의 이번 해군사령부 방문 수행인원엔 리병철 당 비서와 강순남 국방상과 함께 박정천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포함됐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박정천을 ‘군 원수’로 호명하며 군복 입은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해군절을 맞아 딸 주애(앞줄 오른쪽 세번째)과 함께 해군사령부를 방문하고 있다. 왼쪽 카키색 복장이 박정천.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29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해군절을 맞아 딸 주애(앞줄 오른쪽 세번째)과 함께 해군사령부를 방문하고 있다. 왼쪽 카키색 복장이 박정천.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29일) 공개한 사진.

올해 초 각종 직위에서 해임됐다가 최근 다시 주요 보직에 재기용된 것으로 보이는 박정천이 군의 최고 보직인 원수로 호명됨으로써 그가 해임 전과 비슷한 정치적 위상을 회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리병철은 전략무기이고 박정천은 재래식 포병 여기에 특화된 인물이고 김정은에겐 군부의 좌우 날개와 같은 사람들이에요. 그렇다면 최근 박정천이 완전히 좌천된 게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박정천은 당분간은 계속 중용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박정천은 앞서 이달 초 김 위원장이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공장을 비롯한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 지도할 때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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