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과의 군사 협력 시도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무기 또는 무기 개발 기술 지원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비공개회의에서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어떠한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 거래 금지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규정한 대북 제재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 간 무기 거래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겁니다.
러시아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북러의 군사 공조 강화 움직임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견제하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주요 자금원인 가상자산 불법 탈취와 노동자 송출을 차단하는 데 아세안이 적극 동참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정상회담 안건에 대해서는 “북한 입장에서는 새로운 무기 개발을 위한 기술 도움을 받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이 갖고 있는 탄약이나 군사물자 지원을 고려할 수 있겠다”고 예상했습니다.
이 장관은 북러 간 무기 지원 또는 개발 기술 지원 등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한 “분명한 위반”이라며 “정부에서도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북러 정상회담을 통한 북중러 세 나라의 합동군사훈련도 예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제안되고 논의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러시아는 김 위원장의 방러와 북러 정상회담 추진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곧 만나느냐’는 질문에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의 반응으로 미뤄 북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러 정상회담은 동방경제포럼 이게 가장 유력하지만 그러나 이미 동선이 노출됐기 때문에 이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고요. 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 가는 건 기차를 타고 가야 하고 좀 번거롭습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을 하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비행기를 타면 평양까지 2시간 이내에 오거든요. 그러니까 경우에 따라선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이거든요.”
이런 가운데 오는 9일 북한 정권수립 75주년 기념일인 이른바 9.9절을 맞아 중국과 러시아가 축하 대표단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러 간 국방 협력 강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3각 밀착 과시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는 지난 2일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9.9절 행사와 관련해 “러시아 대표단의 참석이 상당히 중요하고 거창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중국도 매우 고위급의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대북 밀착에 적극적인 러시아의 경우 국방 인사를 포함시킨 대규모 경축단을 보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현재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핵심적인 현안이 군사 문제이고 그게 또 한미일을 견제하는 효과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일단 그 부분이 중심이 되고 그 다음엔 아마도 문화사절단을 크게 보낼 가능성도 있죠.”
중국도 당장 오는 23일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있고 북한이 지나치게 러시아와 밀착하는 데 대한 견제 차원에서도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일종의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입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고 북한도 그런 걸 필요로 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중국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고 최소한의 자기 성의들을 보여야겠죠. 그래서 상응하게 보내진 못할지라도 러시아가 그렇게 성대하게 보낸다면 중국도 상당히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김 소장은 중국의 경우 미한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격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가 자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서 북러와 보조를 맞추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9.9절을 지난 7월27일 이른바 ‘전승절’ 70주년 때처럼 미한일에 맞선 북중러 연대를 대외에 부각시키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무대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인태 수석연구위원] “정권 수립 75주년을 맞춰서 과시할 민생 성과 등이 부족한 탓에 그러다 보니까 이번 정권 수립일도 북한의 수요는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 들여서 같이 행사를 하면 대내 메시지, 그리고 여기에 플러스 대외 메시지가 될 텐데 기본 대내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행사가 진행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전인 지난 2018년 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 때 중국은 당시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을 보낸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