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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군사협력’ 놓고 외교전 가열…러 외교차관 이르면 다음주 방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 (자료사진)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 (자료사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움직임을 놓고 관련국들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러시아 외교차관이 조만간 한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의 대북 군사 지원을 미리 차단하고 중국의 북러 밀착 동참을 견제하는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이르면 다음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러 양국은 루덴코 외교차관의 방한 일정을 조율 중입니다.

루덴코 차관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으로 장호진 한국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 6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루덴코 차관과 면담한 데 따른 답방 형식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 북러 간 정상회담 개최와 군사 협력 강화로 한러관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이뤄지는 러시아 고위급 인사의 첫 방문이어서 주목됩니다.

외교가에선 루덴코 차관이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 측과 양국관계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북러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사항 또한 공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루덴코 차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지난 12일 “한국은 여전한 무역파트너”라며 “한국 측이 요청하면 김 위원장의 방러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단순히 정상회담 내용 설명에 그치지 않고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입장 차를 조율하는 방한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한국과 서방국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재래식 무기와 탄약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핵과 미사일 등 첨단 무기체계 또는 기술을 지원할 가능성에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러시아는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점을 한국 측에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러시아 입장에서도 북한만 바라보고 갈 순 없을 거에요. 북한의 재래식 포탄이라든가 이런 거 지원받고 나머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몰리는 데 대한 부담이 있을 거에요. 그래서 아마 그런 제재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포함하지 않는다거나 등등 얘기를 해명하기 위해서 올 가능성이 있겠죠.”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러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미 주도의 대러시아 하이브리드 전쟁 맥락에서의 대결적인 성명”이라며 “미국 정부가 발의하고 미국과 한국 언론이 뒤쫓은 북러 협력 폄훼 선전전에 가세한 것은 깊은 유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반박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러 간 갈등이 커지는 양상인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한러 간 공방은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한국 당국의 입장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북한산 탄약이 (러시아로)가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지원을 한다는 말은 안 나오거든요. 그걸 막기 위한 사전 경고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한러 간엔 수위를 조절하는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또 그게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이런 가운데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가 오는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현재 중국 측과 회담 일정을 협의 중”이라며 “회담이 열리는 것은 사실상 확정이며,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회담은 23일 오후 열리는 아시안게임 개막식 전에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총리는 같은 날 시 주석이 주재하는 참가국 오찬에도 참석합니다.

중국 외교부는 화춘잉 대변인의 발표문에서 시 주석이 개막식에 참석한 외국 지도자들을 위한 환영행사를 열고 양자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고위급이 시 주석을 만나는 것은 작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 이후 10개월 만입니다.

한 총리는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서울에서의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 희망을 전하고 윤 대통령이 작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시 주석의 방한도 재차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위급 교류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동시에 최근 강화하는 북러 밀착 흐름에 중국이 동참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중국 전문가인 전병곤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미한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북러 간 일정 수준의 군사와 경제협력에 대해선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지만 북러 밀착에 동참하는 데에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 부원장은 중국은 한국,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미한일 공조 강화를 일정 정도 제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한중일 정상회의 12월 개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부원장] “북한과 러시아와 같이 긴밀하게 공조하는 데 대해선 그렇게 하면 한미일이 더 강화될 것이고 북중러 라는 것에 스스로 갇혀 있게 되니까 중국 스스로 경제성장도 지속해야 하고 대외적 위상도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데 있어서 불리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선 찬성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한일중 협력에 대해선 굉장히 긍정적이고요, 거기엔 미국이 배제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결과를 논의했습니다.

22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모든 분야에서 쌍무관계를 보다 활성화하고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건설적인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을 언급했습니다.

김성남 당 국제부장은 방문 결과 보고에서 북러 관계가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서고 세계 정치지형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 국제부장이 “전망적인 북러 관계 발전계획들을 소개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방러 행보를 지도력 선전에 활용하는 양상이지만 선전 수위가 그리 높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북러 간 합의 내용과 향후 협력 수준이 모두 불명확한 상황이고 과거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김 위원장의 정치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던 기억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수석연구위원] “그래도 뭔가 선전을 하려면 주민들한테 말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지 않습니까. 암묵적으로 강조할 수 있는 것은 군사적 측면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건데 이건 주민들에게 시시콜콜 말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선전해봐야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당 정치국회의를 개최해 주요 간부들과 러시아 방문 성과를 공유하고 방러 후속조치를 주문하는 등 향후 러시아와 북한 간 구체적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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