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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장관 18일 방북 양국 밀착 강화…푸틴 대통령 평양 답방 협의 주목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6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6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이 지난달 정상회담에 이어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 계획이 공식 발표되면서 한층 긴밀해지는 양상입니다. 양국 간 대규모 무기 거래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북을 위한 실무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8일부터 이틀 간 북한을 공식 방문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도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 계획을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은 지난달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입니다.

북러 두 나라의 밀착은 지난 7월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을 계기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가시화됐고, 이어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그리고 이번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으로 밀착의 강도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평양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 등을 만나 정치와 외교, 경제 등 양국 간 다방면의 교류를 위한 실무 협의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을 사전에 공식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양국 간 협력을 과시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사전에 공개하고 또 일정을 향후 진행하게 되면 북한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이것은 그만큼 외교적 형식을 빌어서 밀착을 과시하고 이것을 대미 견제용, 폭넓게는 대남 견제용 의미도 있겠죠. 그런 의미를 다분히 내포한 그런 외교적 행보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대선 1년 여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까지 두 개의 전장을 상대하는 부담스런 상황을 북러가 반미 연대를 강화하는 기회로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반미 전선을 놓고 중국과의 관계 급진전이 어려워지면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대미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한 명예교수] “한미 또는 한미일 유대가 강화되고 규칙 기반 질서라든가 자유주의 연대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서서 대응한다는 논리로 북한은 북러 관계에 집중하는 모습이고 북한 주민들에겐 거기도 마찬가지로 안보 불안감이 있으니까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안보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테고”

북러 간 대규모 무기 거래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양국 밀착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1천 개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면서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미 ‘워싱턴 포스트’(WP) 신문은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를 인용해 8월 중순부터 러시아가 민간 선박 2척을 이용해 북한으로부터 군사물자를 들여온 정황이 포착됐다고 16일 보도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북러 정상회담 전에 이미 러시아에 대규모 탄약 지원에 나선 정황을 감안할 때 가급적 빨리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바꿔나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이 자기들이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발언권이 높아진 상황, 이런 상황을 활용해서 국익을 최대한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시간을 질질 끌기 보다는, 그러니까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일정을 최대한 단축시켜서 압축적으로 성과를 내는 게 실익이라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거든요.”

라브로프 장관이 방북 기간 중 북한 측과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러시아 방문 기간 중 푸틴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고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이 수락했다며 “방문 시기는 라브로프 장관의 10월 평양 방문 등 외교채널을 통해 합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러 간 무기 거래가 생각보다 빠르게, 대규모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라며 국제사회 비난에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이런 태도로 미뤄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러시아도 본격적으로 북한의, 탄약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을 수급 받고 있다는 상황이니까 그렇다면 북한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그런 측면에서 제일 좋은 것은 푸틴이 오는 건데 이 정도면 푸틴이 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북한이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무기 공급을 하느냐에 따라서 푸틴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볼 수 있겠죠.”

임을출 교수는 라브로프 장관이 방북 기간 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포럼을 계기로 18일 열리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 간 중러 정상회담 논의 결과도 북한과 공유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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