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라진항에 또다시 컨테이너 더미가 자리했습니다.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이고 이를 대형 선박이 싣고 떠나는 움직임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1일 북한 라진항에 또다시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VOA가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이날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라진항의 ‘북한 전용’ 부두에 직사각형 형태로 길게 늘어선 컨테이너 더미가 식별됐습니다.
컨테이너 더미는 바다 쪽 끝부분에 붙어 있었으며, 그 길이는 약 80m로 측정됐습니다.
이곳에 새로운 컨테이너가 쌓인 건 나흘 만입니다.
앞서 VOA는 지난 17일 자 위성사진을 통해 이 지점에서 약 90m 길이로 쌓인 컨테이너를 포착했으며, 이틀 뒤인 19일엔 이곳에서 컨테이너를 선적 중인 115m 길이의 대형 선박을 발견해 보도했습니다.
이후 이 선박은 다음 날인 20일 오전 11시 1분에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포착됐지만 약 4시간이 지난 오후 3시 43분 촬영된 위성사진에선 식별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선박은 그 사이 어느 시점에 라진항을 떠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선박이 컨테이너를 모두 싣고 떠난 듯 부두에선 컨테이너 더미를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인 21일 또 다른 컨테이너 더미가 쌓인 장면이 확인된 것입니다.
앞서 지난 13일 백악관은 북한이 컨테이너 1천개 분량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며 지난달 7일과 8일 이 지점에 적재된 해상 운송 컨테이너가 촬영된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백악관은 적재된 컨테이너가 약 300개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컨테이너와 이번에 발견된 컨테이너 더미의 적재 형태가 비슷한 점으로 볼 때, 현재 현장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의 수도 대략 300개 정도로 추산됩니다.
VOA는 라진항 북한 전용 부두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 8월 26일 이곳에 최소 5척의 대형 선박이 드나들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선박이 입출항할 때마다 컨테이너 더미도 이곳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를 토대로 본다면 북한 전용 부두를 드나든 선박 5척이 1회 출입당 컨테이너 300개씩, 총 1천500개의 컨테이너를 선적해 떠났다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바로 옆 중국 전용 부두에도 지난 9월 초부터 컨테이너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최근까지 최소 4척의 선박이 정박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두 달 남짓한 기간 라진항 일대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컨테이너가 선적됐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를 모두 무기 거래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이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곳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1718호 등 다수의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16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의혹에 대한 미국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이는 존엄 높은 유엔 회원국인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동기에 의한 허위정보 캠페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러 무기 거래 정황에 대한 백악관의 지적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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