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북한 라진항에 또다시 대형 선박이 정박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10월에만 최소 8척의 선박이 이곳을 드나들었는데, 컨테이너가 쌓이면 대형 선박이 들어와 싣고 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라진항 ‘북한 전용’ 부두에서 최근 사흘 동안 선박 2척이 드나들면서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움직임이 반복됐습니다.
VOA가 ‘플랫닛 랩스(Planet Labs)’의 23일자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라진항의 이 부두에 약 120m 길이의 선박이 서 있는 모습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21일 이 곳 부두에 컨테이너 더미가 쌓여 있는 모습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확인해 보도했는데, 이틀 만에 이번에는 선박이 정박해 컨테이너를 선적하는 정황이 포착된 것입니다.
앞서 이 부두에서는 지난 17일에도 컨테이더 더미가 적재됐다가 이틀 뒤인 19일 선박이 정박해 컨테이너를 싣고 떠난 것이 확인됐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라진항의 북한 전용 부두 바로 옆 중국 전용 부두에서도 컨테이너 더미가 쌓였다가 선박이 입항해 싣고 떠나는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는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라진항에 있는 총 3개의 부두 중 중국이 사용권을 갖고 있는 가장 북쪽 부두에서 지난 21일과 22일 약 115m 길이의 선박이 정박했다가 떠난 모습이 확인된 것입니다.
VOA는 앞서 지난 16일과 17일자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중국 전용 부두에서도 115m 길이의 반듯한 직사각형 형태의 대형 컨테이너 더미가 식별된다고 보도했는데, 같은 길이의 선박이 약 나흘 뒤 입항해 물건을 싣고 출항한 것입니다.
이 같은 움직임을 종합해 볼 때 북러 무기거래 장소로 지목된 북한 라진항에서 선박 입출항과 컨테이너 선적 등의 움직임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10월 들어서는 이 같은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VOA가 위성사진을 통해 지난 8월 26일 이후 라진항의 대형 선박 출입을 분석한 결과, 8월에는 북한 전용 항구에 선박 1척만이 입항했고 9월에는 북한과 중국 전용 항구에 각각 1척씩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10월 들어서는 북한과 중국 전용항구에 23일 현재까지 각각 4척 씩 모두 8척이 선박이 드나들었고, 모두 컨테이너 더미 포착 후 2~3일 내 선박 출현이라는 동일한 움직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모두 무기 거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백악관이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곳에서 계속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VOA는 백악관에 이런 움직임에 대한 평가와 우려 등을 묻는 이메일 질의를 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3일 백악관은 북한이 컨테이너 1천개 분량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며 지난달 7일과 8일 이 지점에 적재된 해상 운송 컨테이너가 촬영된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보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북한은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개 이상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1718호 등 다수의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16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의혹에 대한 미국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이는 존엄 높은 유엔 회원국인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동기에 의한 허위정보 캠페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러 무기 거래 정황에 대한 백악관의 지적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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