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중단하라는 경고성명을 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할 경우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혀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현재 준비 중인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습니다.
강호필 합참 작전본부장은 20일 국방부에서 발표한 대북 경고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강호필 작전본부장]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우리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도발행위이다.”
강 본부장은 “북한이 경고에도 불구하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 본부장이 언급한 필요한 조치는 9.19 남북 군사합의의 일부 효력 정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 본부장은 북한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다수의 남북 합의를 지속해서 위반해왔다면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인 9.19 군사합의도 유명무실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2020년 11월 창린도 해안포 사격을 시작으로 중부전선 최전방 소초(GP) 총격 도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의 미사일 발사, 한국 수도권 지역으로의 소형 무인기 침투 등 9.19 군사합의 조항들을 명시적으로 위반했다"면서 북한은 9.19 군사합의 준수 의지가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강 본부장은 그러면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은 한국에 대한 감시정찰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한국 군의 감시와 정찰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19일 한국 공영방송인 ‘KBS1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이 앞으로 일주일 내지는 늦어도 11월 30일 한국이 미국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최초의 군사정찰위성을 스페이스X의 ‘팰컨9’으로 올리기 전에 발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 장관은 “한미가 연합으로 북한 동향을 보고 있다”며 “일주일 전후로 쏠 수 있는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장관은 “정찰위성을 발사하려면 엔진을 제대로 갖춰야 하고 엔진 시험을 해야 한다”며 “러시아 도움을 받아서 엔진 문제점을 거의 해소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엔진시험한 곳에서 동창리로 이동하고 고정발사대를 조립한 뒤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데 일주일의 시간이 걸린다”며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시점을 ‘일주일 전후’로 판단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9.19 군사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온 신 장관은 이날 방송에서도 “북한은 공격하고 우리는 방어만 한다”며 “사실상 북한만 이롭게 하는 합의”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 군 당국이 북한의 위성 발사 움직임에 대해 공식 경고성명을 낸 데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 정부 내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의 명분을 쌓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장관이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의 명분을 한국이 좀 쌓고 있는 게 아니냐. 오늘 합참 발표도 장관의 9.19 남북군사합의 무효화의 단초를 북한 정찰위성으로 연결하다 보니까 합참 차원에서도 국방부 기조를 따라가자는 차원에서 성명을 낸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죠.”
이런 가운데 한국 대통령실은 20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습니다.
NSC 상임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과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준비 동향 등 도발 가능성과 대응 방안을 점검하는 한편 군 방위태세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북한이 ‘10월 중 3차 발사’를 공언한 이후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나온 위성 발사 지원 약속이 발사 시점에 새로운 변수가 됐다며, 최고지도자의 권위가 걸린 ‘1호 사업’인 만큼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보완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러시아의 기술을 도움 받는데 북한의 과학기술자들은 굉장히 조급했을 것이다, 수령의 교시가 이미 떨어져 있는데 가능하면 빨리 이행하는 게 충성을 보이는 거잖아요. 가능하면 시기를 앞당겨야 된다라고 굉장히 서둘렀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어요.”
한국은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자체 개발한 첫 군사정찰위성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쏘아올릴 예정입니다.
한국의 정찰위성은 전자광학(EO)과 적외선(IR) 장비를 탑재했고 정찰위성 기준점인 서브미터급 즉 해상도 1m 이하인 첨단장비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북한이 지난 5월 1차 시험발사 실패 당시 한국 군이 서해상에 추락한 위성체 일부를 찾아내 분석한 결과 북한 측 위성은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국제사회 제재로 확보하기 어려웠던 위성 개발 기술을 확보하거나 아예 완제품을 제공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의 발사체 기술은 이미 궤도 안착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전 발사와 비행 패턴과 경로를 일부 수정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앞선 두 차례 시도의 실패 원인은 러시아의 도움으로 보완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기술적 문제 보다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발사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게 권 전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한국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은 아니지만 미국의 스페이스X 거기에 탑재해서 이달 말에 발사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관점에서 김정은이 그러면 먼저 한번 쏴 보자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북한이 당분간 정찰위성 발사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알곡고지 점령 등 올해 경제 성과를 결산하는 연말에 접어들었고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 혐의 등으로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원래 11월, 12월 이쪽으로 가게 되면 내부 경제목표 달성에 주력을 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지금 북러 간 군사 협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쉽게 말하면 은밀한 북러 간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금 문젯거리를 만들 이유가 없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북한은 지난 18일 첫 ‘미사일공업절’을 맞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었지만 별 다른 동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11월18일은 북한이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날로, 북한은 지난 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를 통해 이 날을 미사일공업절로 지정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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