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찰위성 촬영 영상을 활용한 이른바 ‘항공절’ 기념 행보에 나섰습니다. 발사에 성공한 첫 정찰위성을 놓고 대내외 선전전 수위를 한층 높이는 양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군 기념일인 ‘항공절’을 맞아 지난달 30일 공군 주요시설을 방문해 인민군 공군 장병들을 축하 격려했다고 1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방문한 곳은 공군사령부와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 등 2곳입니다.
김 위원장이 공군사령부 작전지휘소로 추정되는 곳을 시찰한 사진엔 각종 대형 디스플레이와 컴퓨터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바닥에는 사람이 올라설 수 있는 초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담배를 손에 쥔 채 첨단장비들을 살펴봤습니다.
벽에 설치된 디스플레이 화면에는 한반도는 물론 일본과 동남아 일부 지역이 포함된 서태평양 일대, 태평양 전역 등의 모습이 흐릿하지만 윤곽을 충분히 알 수 있게 담겼습니다.
북한은 해당 정보가 지난달 21일 발사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로 촬영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디스플레이 하단에 노출된 ‘북위’ 또는 ‘평양 시간’ 등 정보 항목들로 미뤄볼 때 위성 촬영 사진이거나 영상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의 정찰위성 선전전이 강화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기본적으로 북한 입장에선 정찰위성 자체가 해상도 문제를 떠나서 스스로 타격 대상을 확인하고 표적을 선정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거의 모든 기회에서 최대한 이렇게 강조하려고 할 겁니다.”
북한은 정찰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올려 놓은 뒤 연일 미 본토와 한반도 그리고 미국령 괌과 하와이 등의 주요 시설과 군사기지를 촬영했다고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주장해 왔고 위성사진은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김 위원장의이번 행보가 공군과 위성 촬영 이미지를 결합해 자신들의 강화된 공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최근 촬영된 위성 사진과 연계해서 북한군 공군이 한국을 폭격하는 그런 전술을 토의한 것처럼 보여준 것은 이번에 간접적인 위협 선전을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공군사령부가 지휘체계 정보화,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한 데 대해 평가했다”고 밝혀 공군이 현대화된 지휘통제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닭알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당의 힘에 대한 논리이고 정의이며 철학”이라며 “아무리 적이 기술적 우세를 자랑해도 우리 비행사들의 정치 사상적 우월성을 압도할 수 없다”고 치켜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적들의 그 어떤 군사적 도발이나 위협에도 즉시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수 있게 공군의 경상적인 전투 동원태세와 전쟁 수행 능력을 만반으로 제고하는 데서 나서는 작전 전술적 방침들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한 딸 주애를 데리고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를 축하 방문해 감시소에서 비행사들의 시위비행을 참관했습니다.
비행에는 북한이 보유한 전투기들 가운데 그나마 최신형인 미그-29 등이 동원됐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노동신문’의 경우 김 위원장의 이번 현지시찰을 사진들과 함께 4개 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할 만큼 정찰위성과 공군력 강화를 대민 선전 소재로 활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한 연합군에 비해 자신들이 가장 취약한 공군력을 현대화, 정보화로 포장해 과장선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양욱 박사는 그러나 김 위원장이 공군력 강화를 직접 지시한 만큼 최근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이를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북한 입장에서 북러 협력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얻어낼 수 있는 게 항공과 우주 분야이기 때문에 아마 내년엔 새로운 대안이 나올 거고요. 결국 김정은의 말은 실현이 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후에 공군력 강화 방향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보겠습니다.”
한편 ‘노동신문’은 1면에 김 위원장과 같은 가죽 롱코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아버지보다 앞에 서서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의 시위비행을 관람하는 김주애 사진을 실었습니다.
또 아버지와 함께 공군 주요 지휘관들의 영접을 받는 모습의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김 위원장과 동행하며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주로 군 관련 행사에 등장해 왔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김주애의 행보와 북한 매체들의 보도 태도로 미뤄 사실상 후계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의 후계자 시절에도 현지 지도에서 저렇게 부각된 적이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따라 다니는 정도였지 저렇게 기념사진 중앙에 항상 찍히거나 군 수뇌부의 극진한 예우를 받거나 현지 지도의 모습을 옆에서 유심히 바라보거나 하는 그런 측면을 보면 후계수업 중에도 가장 강도 높은 후계수업이고요.”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러나 김주애가 후계자로 결정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고,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하는 상징으로서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견해들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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