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이어 한국도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남북한 간 위성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북한은 핵 위협을 고도화하기 위해, 한국은 이에 맞선 억제력 강화를 위해 향후 위성의 추가 발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첫 독자 개발 군사정찰위성이 당초 계획대로 궤도상에서 작동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의 4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전하규 대변인] “현재도 필요한 궤도에서 운행되고 있고, 아시겠지만 수개월 동안 필요한 준비를 거쳐서 전력화될 것입니다.”
한국은 이른바 ‘425사업’에 따라 정찰위성 1호기를 한국 시간으로 지난 2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민간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했습니다.
이후 이 위성은 정상적으로 궤도에 진입해 발사 1시간 18분 뒤인 2일 오전 4시37분쯤 해외 지상국과 첫 교신을 했고, 이로부터 5시간10분이 지난 오전 9시47분엔 한국 내 지상국과의 첫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425위성 1호기는 우주환경에서 원격으로 진행하는 우주궤도시험과 군 주관의 운용시험평가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쯤 본격적인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425사업’은 북한의 주요 전략표적에 대한 감시와 대응을 위해 한국 군의 독자 정찰위성을 자체 연구개발 등을 통해 확보하려는 사업입니다.
한국 군 당국은 425사업에 따른 정찰위성 확보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국형 3축체계’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하규 대변인입니다.
[녹취: 전하규 대변인] “군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군은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능력을 확보하였으며, 군 정찰위성은 한국형 3축체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전력으로 킬체인 역량 강화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킬체인’은 북한의 공격 등 도발 징후가 감지되면 그 표적을 선제타격해 공격을 차단하는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보다 앞서 지난달 2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천리마-1형’ 로켓에 실어 쏴 올렸습니다.
이 위성은 이후 500여㎞ 고도에서 지구 주위 궤도를 돌고 있는 것으로 미한 당국이 확인했고 세밀조종 기간을 거쳐 정식 임무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앞서 지난 5월 정찰위성 발사를 처음 시도했을 때 위성체에 탑재한 광학장비가 3m급 해상도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군사정찰위성의 통상 기준인 서브미터급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이 이번에 쏘아 올린 위성은 지상에 있는 최소 가로,세로 30cm 크기 물체까지 식별해낼 수 있는 고성능 전자광학(EO), 적외선(IR) 장비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간엔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탐지와 추적도 가능합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 위성의 촬영장비 해상도가 떨어져 전술적 가치는 낮지만 핵 공격의 주요 타깃을 식별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냉전 시절 초 수미터급 해상도의 위성을 갖고 서로 상대를 찍었던 거죠. 그걸 갖고 충분히 핵 전략의 초기 단계를 구상해 낸 겁니다. 결국 북한도 그런 역사적 수순을 밟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남북한은 모두 추가 위성 발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내년 4월 2호기 발사를 이어가면서 2025년까지 고성능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 적외선(IR) 장비 탑재 위성 1기 등 총 5기의 고해상도를 갖춘, 800kg에서 1t 무게의 중대형 군사정찰위성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북한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관련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위성을 발사한 뒤 “여러 대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게 된다”라고 미리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당 중앙 전원회의를 통해서 정찰위성에 대한 성공과 거기에 대한 향후 계획들을 아마 일정한 기간을 설정한 계획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1호기 발사에 고무된 방식으로 해서 2호기부터는 향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과 관련된 발언들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한국은 미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 우호국들과 북한의 위성 발사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독자 제재 등 북한의 추가 발사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로 안보리가 무력화한 가운데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이런 조치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무성과 국방성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한일과 호주의 독자 제재, 그리고 미 우주군 관계자의 북한 정찰위성 불능화 조치 가능성 언급 등을 비난하며 맞대응을 경고했습니다.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대변인도 4일 낸 담화를 통해 미국이 한국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두둔하면서 자국의 정찰위성 발사는 비판한다며 “이중 기준적 행태”라고 비난했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향후 추가 발사를 위해 자신들의 위성 보유의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적극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자신의 힘의 증가를 상쇄하는 조치를 또는 자신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조치를 한국과 미국이 한 것이고, 북한 입장에선 이런 식의 상황을 방치하면 계속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거리낌없이 북한의 힘을 제약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에 일단 굉장히 격렬한 수사로 일종의 억제성 경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전문가들은 한국과 위성 경쟁에 들어간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첫 위성 발사는 한국보다 빨랐지만 위성의 현격한 성능 차이가 비교되는 상황에서 특히 해상도를 끌어 올리기 위한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지원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의 권용수 전 국방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지속적으로 그런 해상도를 고도화시키고 높여서 결국 세밀한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는 수준 그게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 아니면 부품 협력이라든지 이런 쪽의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러시아로부터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며 특히 우주와 항공 분야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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