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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바이든 행정부 대화 제의 줄곧 냉담…내년 미 대선 겨냥 도발 가능성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발언에 관한 뉴스가 한국 서울역 내 TV에서 방송되고 있다. (자료사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발언에 관한 뉴스가 한국 서울역 내 TV에서 방송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없는 대화 제의 등 협상 재개를 위한 미국 측의 노력에 매우 냉담한 반응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 무력 완성에 집중하면서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모종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30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주권국가의 자주권은 그 어떤 경우에도 협상 의제로 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미국과 마주 앉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북미 대화 재개의 시간과 의제를 정하라고 한 미국에 다시 한번 명백히 해둔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한 비판 차원에서 나온 담화로,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추진했던 ‘전제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또 다시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겁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7일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이 현재 환경에서 미국과의 외교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캠벨 지명자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미국의 모든 접촉 노력을 거부했고, 미측이 서한을 보내거나 북한과 접근하는데 있어 이에 응대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조차 힘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공식 대화에 일절 응하지않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미측 제안을 무시하고 핵 보유국임을 자부하면서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주요 전략무기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북한과의 대화에 기대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로선 북한과의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실익을 얻기 힘들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미국은 계속 공식적인 대북정책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는데 북한이 핵 무력 법제화를 하면서 핵을 보유하는 국가로 발돋움하는 상황에서 과연 미국이 현실에 맞는 정책적인 유연성을 지닐 수 있겠는가 그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캠벨 지명자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 능력 완성 움직임에 우려하면서 억제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질주를 막을 마땅한 수단 이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 핵 무력 사용을 막겠다는 의미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엔 정권 종말이다, 그 메시지가 가장 기본전제가 되는 것이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현시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올해만 벌써 10번이 넘지 않았습니까,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들어온 것도 그렇고. 계속 의지와 능력 차원에서 억지를 걸고 있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대화 거부가 지속되는 배경엔 2019년 미북 정상회담 결렬 당시와 달라진 상황이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은 지난 4년 새 전술핵과 전략핵 차원에서 상당한 진전을 봤고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됐기 때문에 4년 전 미국과의 협상에선 적어도 겉으론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핵 군축 협상을 노골화하는 단계라는 겁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 부부장의 최근 담화에서 “주권국가의 자주권은 협상 의제가 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미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을 동시에 대처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북한이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주력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를 무력화시켜 대북 추가 제재를 막아주고 러시아와의 군사적 경제적 밀착이 강화되고 있는 지금을 핵 무력 완성의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지금 상황이라는 게 북한이 외교적으로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서 핵 무력 고도화를 완성할 수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지금 일단 능력을 상당히 진전시켜 놔야지 나중에 혹시 협상의 기회가 오더라도 우세를 차지할 수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를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현재의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은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 완성을 향해 전력 질주하면서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김현욱 교수는 북한은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선이 다가올수록 바이든 대통령 득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다양한 지역에서의 전쟁과 분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어느 정도의 도발이 발생하고 바이든 정부가 또 거기에 제대로 대응 못하는 상황이 되면 또 추가적으로 지지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내년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봐야죠.”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한국에선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데 집권여당이 패할 경우 북한은 임기 후반을 맞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대한 한국 내 비판여론을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해 모종의 도발로 긴장을 고조시키려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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