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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철 원료 코크스 대중 수입 급증…“북러 군사협력 영향인 듯”


북한(오른쪽)과 중국 국기가 중국 저장성 닝보의 음식점에 게시돼 있다. (자료사진)
북한(오른쪽)과 중국 국기가 중국 저장성 닝보의 음식점에 게시돼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북한과 중국 사이 교역액이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특히 강철 원료인 코크스 수입이 급증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규모 무기 생산 지시와 대러 무기 수출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7일 2023년 북중 무역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2억 9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8%, 수입은 20억 35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4%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북중 무역 총액은 23억 달러로 2022년 10억 3천만 달러 대비 2.2배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무역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의 88% 수준으로, 단둥과 신의주 사이 육로 무역이 재개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기존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유엔 대북 제재 강화 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와 비교하면 64% 수준입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지난해 강철 원료인 코크스 수입을 가파르게 늘려 최근 7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코크스를 2만 4천855t 수입했는데 이는 8천t 정도였던 전년도보다 3배, 최근 6년 간 최고치인 지난 2018년의 1만2천244t과 비교해도 2배 이상입니다.

보고서를 만든 최장호 통일국제협력팀장은 “북한은 주체철 생산을 이유로 코크스를 연 1만t 이하 수입해왔다”며 “지난해 이례적으로 급증한 코크스 수입은 북러 군사협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장호 팀장] “다른 산업생산이 증가할 수 있는 요인이 관찰되지 않는 상황에서코크스 수입만 이례적으로 2배 이상 늘었다는 것은 제철분야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정황상 현재는 북러 군사협력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군사 분야에서 쓰이는 금속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제철 원료인 코크스를 전량 수입하다가 김정은 시대 들어 주체철 공법으로 이를 대체하려고 했는데 코크스 수입이 다시 늘어난 것은 주체철 공법이 실패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무기 대량생산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북한은 철강과 합금재료, 각종 화합물 등 무기 재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현지 지도에서 계속 미사일, 중요 전투함선 제작 등 군수물자 생산을 대규모로 확충하라고 지시했고 이 지시에 따라서 무역 부문에서 움직여서 중국으로부터의 코크스 수입을 늘린 것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고서는 이와 함께 대중 수출액이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의 136% 수준이지만 북한 산업생산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보고서는 “대중 수출액 규모가 작아 변동폭이 컸고 중화학과 금속 등 핵심 산업생산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가발과 가수염,속눈썹 수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장호 팀장은 북한의 수출 품목을 제한한 유엔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수출 규모가 현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기 힘들다면서, 다만 중국이 가발 등 수입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어느 정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유엔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의 대중 주요 수출품이던 석탄, 철광석, 수산물의 수출길이 막혔다면서 중국은 특히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고 있는 북한을 감싸는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유럽이 점차 중국에 등을 돌리는 양상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모습을 보인다 이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러니까 북한 경제는 구조적인 벽에 부딪혔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러시아가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보고서는 북러 군사협력이 경제협력으로 확대될 경우 북한 산업생산 정상화의 가속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양국의 경제협력 인프라 미비로 경제협력 사업의 확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90% 이상이고 해외파견 노동자, 외국인 북한 관광 등 다양한 현안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북러 밀착 속에서 중국은 자국의 대북 지렛대인 경제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국경 봉쇄 해제와 함께 유엔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관광 교류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예전에 북한의 지하자원을 수입하거나 이런 부분들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지금 볼 수 있는 것은 관광협력이 가능할 것 같고요. 중국이 관광을 적극화하면 러시아보다 훨씬 많은 수의 관광객이 갈 수 있으니까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보고서도 북한 경제 회복의 핵심은 북중 관계 개선에 있다며 올해 대중 무역의 향배는 북한의 국경 전면 개방 여부, 중국과의 관계 개선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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