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군사위성 ‘만리경 1호‘가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추진 시스템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수동적인 궤도 선회를 넘어 위성의 적정 고도를 조절하며 수명을 늘리는 놀라운 진전이라는 분석인데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에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위성 전문가인 마르코 랭브로크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북한의 위성 기술이 예상했던 것보다 진일보했다”면서 “매우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랭브로크 교수는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위성 추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궤도를 벗어나도 다시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자체적인 궤도 상승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녹취: 랭브로크 교수] “Many big satellites can raise their orbits but often for somewhat smaller satellites, this is not the case and it's certainly more advanced than a satellite that cannot raise its orbit. And in that sense, yeah it shows something critical about the technical capabilities of the North Korean space program, North Korean Satellite program. That is certainly more than I would say a lot of people who watched the North Korean space program would have thought was possible.”
랭브로크 교수는 선진국들이 운용하는 대형 위성들은 대부분 궤도 상승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북한처럼 작은 위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궤도를 올릴 수 없는 위성보다 확실히 더 발전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궤도 상승 역량 확보는 북한의 우주 프로그램과 위성 프로그램의 기술적 능력에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면서, 이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랭브로크 교수가 VOA에 제공한 위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만리경-1호’는 지난 19일 위성 궤도에서 가장 낮은 지점인 근지점(perigee)을 488km에서 497km로 약 10km 가량 상승시켰습니다.
특히 이 날을 기점으로 24일까지 6일에 걸쳐 5단계씩 단계적으로 고도를 상승시킨 것이 그래프 상에서 분명히 확인됐습니다.
랭브로크 교수는 그 결과 만리경-1호가 단순한 근지점 상승뿐 아니라 기존보다 더 원형 궤도에 가깝게 돌게 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위성 전문가인 조너선 맥도웰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박사도 28일 VOA에 북한이 궤도 수정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맥도웰 박사] “I confirm that the satellite raised its orbit on Feb 21 to 24 and is therefore functioning. It raised its orbit which means it has propulsion. The satellite has more capability that I thought, this will help it stay operating for longer.”
“궤도를 상승시켰다는 것은 추진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위성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기능을 갖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궤도 상승 역량은 북한 위성이 더 오랫동안 작동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랭브로크 교수도 궤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은 북한이 우주 공간에서 위성의 자세나 방향을 제어하고 자유자재로 궤도의 고도를 제어할 수 있는 ‘완전한 통제력’을 갖췄다는 의미라면서, 더 높은 수준의 위성 활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랭브로크 교수] "It means that you can keep your orbit in the kind of orbit that you want through all kinds of natural processes one of them being a drag with the uppermost atmosphere which even at 500 kilometers altitude is still present. It means that a satellite over time will come down so its orbit will become lower and lower. And when you have the capability to raise your orbit, an engine, a rocket engine, it means that periodically you can bring the satellite back to the orbit, orbit the altitude that you wanted and keep it there. And this means that you prolong the orbital lifetime of your satellite it will not come down as quickly as it otherwise would. And for the kind of orbit that this satellite is in the so called sun synchronous orbit, it also means that you can keep the sun synchronous character of the orbit. And sonsynchronous means basically that it's a type of orbit that has a combination of orbital altitude and orbital inclination that makes it pass over a certain spot on the Earth at roughly the same time each day.”
위성은 지구 상층 대기권에 존재하는 항력에 의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도가 낮아지는데, 궤도를 인위적으로 올릴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위성을 다시 궤도로 되돌려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위성의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그럴 경우 위성이 지구 표면의 동일한 지점 위를 매일 같은 태양시에 통과하도록 설계된 태양 동기 궤도(SSO)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돼 위성이 일관되고 정확하게 신호를 송수신하고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용이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북한의 주장 외에 실제로 만리경-1호에 탑재된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위성과의 무선 통신이 포착됐는지 여부에 대한 독립적인 보고는 없지만, 위성 궤도 조정 역량을 갖췄다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모두 상쇄할 만큼 북한이 정찰위성 운용의 매우 핵심적인 기술적 역량을 확보한 것이라면서 “북한의 위성을 더 이상 과소평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매우 낮은 수준의 위성 역량을 보여줬던 북한이 단기간에 이 같은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무기 지원의 대가로 북한에 위성 분야 기술을 이전한 데 따른 영향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주 관련 비정부기구인 ‘시큐어 월드 재단’의 브라이언 위든 우주 프로그램 계획 국장은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발사했던 위성은 정교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위든 국장] “I think when it comes to the satellites and the satellites that are launching North Korea's I would say it was a probably a moderate level of capability. They obviously have some ability. They have put a couple of satellites into orbit. So they have some capability but it was not very sophisticated. So there may be some additional reliability that Russia is able to help with. On the satellite side there may be some technology exchange on for example sensors or engines or other satellite subsystems.”
미 전략사령부 합동우주작전센터(JSPOC)에서 궤도 분석 프로그램 책임자로 근무했던 위든 국장은 그러나 북한이 짧은 기간에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하고 궤도 조정 능력까지 갖췄다면, 이는 러시아가 센서나 추진력을 제공하는 엔진, 기타 위성 시스템 분야에서 기술을 제공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위성 궤도 조정 역량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이 추구하는 미사일 분야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데 우려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t's the same type of technology whether you're putting a warhead in atmosphere to come down on a target on land or whether or not you're putting a satellite in orbit, you still need big missiles, big rockets with the ability to put payload in space and that's what the North Koreans continue to demonstrate with these capabilities. And so I think, you know, it's all part and parcel of the same thing.”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 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ICBM의 핵심적 역량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위해서는 상승 고도에서 추가적인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며, 위성 궤도 상승은 이와 비슷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ICBM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위성 궤도 조정 기술에 대한 영감을 받았을 수 있으며, 반대로 위성 분야에서의 성공을 미사일 분야에 접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1월 22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21일 밤 10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비행해 발사 후 705초 만인 오후 10시 54분 13초에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전했습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26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촬영과 전송 기능을 묻는 질문에 “북한 위성이 일을 하는 징후는 없다”며 “하는 것 없이, 일없이 돌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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