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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완전 정지… 군사분계선 훈련 가능


4일 한국 파주에서 남북을 분리하는 비무장지대 근처 전망대에서 북한 사람들이 남북 국경에 있는 감시초소 근처의 군사 울타리에서 작업을 진행중이다.
4일 한국 파주에서 남북을 분리하는 비무장지대 근처 전망대에서 북한 사람들이 남북 국경에 있는 감시초소 근처의 군사 울타리에서 작업을 진행중이다.

한국 정부가 오물 풍선 살포 등 북한 도발에 대응해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한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군은 북한의 적대 행위에 상응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완전 정지… 군사분계선 훈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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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심의, 의결했습니다.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지난 2018년 9월 남북한 간에 도출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인 9.19 군사합의는 상대를 향한 군사적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시킴으로써 대북 확성기 사용과 함께 군사분계선(MDL)일대 군사훈련 재개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지난 2010년 한국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사태에 따른 대북조치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결정, 중동부전선을 지키는 백두산부대 최전방 GOP 장병들이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0년 한국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사태에 따른 대북조치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결정, 중동부전선을 지키는 백두산부대 최전방 GOP 장병들이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이미 북한의 사실상 파기선언에 의해 유명무실화된 9.19 군사합의가 군의 대비태세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덕수 총리] “우리 법이 규정하는 절차에 따른 합법적인 것이며, 그동안 ‘9.19 군사합의’에 의해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가능하게 해 줄 것입니다.”

한 총리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크게 위협함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며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오물 풍선 살포 또한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GPS 교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교신 혼란행위 금지’ 헌장을 무시함으로써, 민간 선박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몰상식하고 저열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자료화면)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자료화면)

대통령실은 앞서 3일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9.19 군사합의를 여러 차례 위반하고 도발을 지속해왔으며, 결국 지난해 11월엔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등 다각적 도발에 대한 맞대응으로 위력적인 심리전 도구로 꼽히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이후 북한이 한국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도발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한국이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얘기는 북한이 전쟁관계로 규정한 상태에서 도발을 하는데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거든요. 따라서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는 북한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양상과 수위에 따라 건건이 또는 단계적으로 9.19 합의 전부 효력 정지의 후속 조치들을 시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작전의 융통성이 많아지고 군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며 이들 조치의 시행 여부는 북한에 달려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2015년 남북한 고위급접촉 합의에 따라 8월 25일 낮 12시 중부전선에서 한국 군 관계자가 대북 확성기의 전원을 내렸다.
지난 2015년 남북한 고위급접촉 합의에 따라 8월 25일 낮 12시 중부전선에서 한국 군 관계자가 대북 확성기의 전원을 내렸다.

이 실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와 관련해 “즉각 운영에 제한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실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고정형으로 하는 방법과 이동형 차량에 부착해서 기동형 확성기를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며 고정형은 전원 연결과 고정 작업 등에 수 시간에서 며칠이 소요되지만, 기동형으론 스피커를 탑재한 채 군사분계선(MDL) 인근 도로로 이동해 바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9.19 합의 효력 정지로 적대 행위 금지구역으로 설정됐던 육상과 해상, 공중 완충구역에서의 포 사격 등 군사훈련을 재개할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한국 군은 9.19 합의에 따라 MDL 5km 이내에서의 연대급 대규모 실기동훈련이나 포병사격훈련, 전투기의 공대지 사격 등을 할 수 없었습니다.

또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군 함정의 기동과 포 사격도 불가능했습니다.

한국 군은 이미 올해 초 북한의 적대행위 금지구역 내 포 사격 등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에 구애받지 않고 적대행위 금지구역에서 포사격과 기동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월 북한의 서해 NLL 인근 포사격에 대응한 서북도서 해병대 포사격 훈련을 제외하고는 본격적인 훈련 재개는 자제해 왔습니다.

지난해 한국 서해 상공에서 실시된 첫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미군 B-1B 전략폭격기(가운데)와 F-22 전투기(아래), 한국군 F-35 전투기가 동원됐다.
지난해 한국 서해 상공에서 실시된 첫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미군 B-1B 전략폭격기(가운데)와 F-22 전투기(아래), 한국군 F-35 전투기가 동원됐다.

군 당국은 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따라 각 군에 적대 행위 금지구역 내 훈련을 재개해도 좋다는 지침을 하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의 도발 양태와 유형, 예를 들어서 북한이 NLL에서 그런 포사격을 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계속 GPS 교란을 NLL에서 한다든지 아니면 오물 풍선을 계속 보낸다든지 그러면 사격훈련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의미가 되는 거죠.”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직후 9.19 합의 중 비행금지구역의 효력을 정지하고 전방 지역에 정찰기를 투입하는 등 정찰임무를 강화했습니다.

이후 북한이 사실상 9.19 합의 파기를 선언한 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재무장과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을 감행했습니다.

한국 비무장지대 남쪽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한국 비무장지대 남쪽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한국 군도 GP를 복원하는 등의 상응 조치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이미 9.19 합의를 무효라고 선언한 북한이 한국의 이번 조치에 크게 반발하진 않겠지만 남북한은 충돌 방지와 완충 장치를 잃게 됐고 한반도 긴장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이제는 완충장치가 사라진 상태에서 그게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가능한 시기로 접어들었다, 그러니까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는 의미를 내포한다고도 할 수 있겠죠.”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남북한이 ‘파기’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9.19 합의는 사실상 사망한 셈이라며, 남북관계가 나아지고 새로운 합의가 만들어지더라도 북한이 한국을 별개의 국가로 보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합의는 도출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전부 효력 정지 결정에 대해 주변국에 사전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가 취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조치를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3일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서울의 외교부 건물. (자료사진)
한국 서울의 외교부 건물. (자료사진)

이 당국자는 “특히 한미 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모든 사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며 견고한 대북 공조를 지속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반응에 대해선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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