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한국 대통령실이 러시아에 북한과의 과도한 밀착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한국은 또 내일(17일) 중국과 9년만에 외교안보 대화를 갖는데, 이를 통해 북중러 3각 협력 구도를 견제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장호진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임박한 가운데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도 한 바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과연 남과 북 중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장 실장은 지난 16일 한국의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이처럼 북러 간 과도한 밀착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장 실장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배경에 대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올라갔다기보다는 상황적 이해관계 때문에 북한이 부상된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가 아쉽다는 방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주 중 24년만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9개월만에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을 중심으로 밀착해 온 북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협력 관계 등을 논의하며 밀착관계를 한층 공고화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한국 대통령실이 북러 밀착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일시적 협력이라는 인식 위에서 전후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러시아에 경고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러시아와 북한 간 공동성명이나 이런 게 나올 때 한국이 가진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전후 러시아가 원하는 경제 재건이나 경제발전 위한 협력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사전에 경고하는 의미가 있겠죠.”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국 정부는 러시아가 보유한 고도의 군사기술 또는 무기를 북한에 제공하면 자신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기본입장을 러시아에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14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것으로, 북러 군사협력의 레드라인은 핵과 미사일 핵심 기술 이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 장관은 또 “푸틴이 원하는 건 포탄, 특히 우크라이나 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북한에 결정적인 포탄이나 군사적 물품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푸틴 방북을 계기로 양국간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에 가까운 수준의 군사협력 관계를 맺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그러나 북러가 옛소련 시절과 같은 동맹 수준의 조약 체결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예상했습니다.
조 박사는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카드를 갖고 있다며, 군사 분야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줄 수 있는 최대치는 정찰위성 개발 지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외교부와 국방부가 18일 서울에서 ‘한중 외교안보 대화’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국 외교부가 17일 밝혔습니다.
한국은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이, 중국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양자 업무를 담당하는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를 맡습니다.
아울러 이승범 한국 국방부 국제정책관과 장바오췬 중국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도 참석합니다.
외교부는 “외교안보 대화에서 양국은 양자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과 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성묵 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 핵 미사일 고도화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고 북한의 대남 도발, 오물 풍선 도발을 포함해서 김정은 위협 이런 과정에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 주기를 요청하는 아마 그런 내용이 대한민국의 주 관심사가 될 겁니다.”
‘한중 외교안보 대화’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로, 지난달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양자 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입니다.
2013년과 2015년 국장급에서 열린 바 있는데, 이번에 차관급으로 격상돼 9년만에 개최됩니다.
장호진 실장은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거론되는 시점에 한중 외교안보 대화가 개최된다는 것 자체가 최근의 상황이 북중러의 합집합은 아니다라는 것을 오히려 방증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중러 협력 구도’가 구축되는 단계는 아니라며, 한중 관계를 보다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가 푸틴 방북 시점과 겹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러 관계와 북중러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 교수는 중국이 한국과 외교안보 대화를 재개함으로써 북중러 3국 협력과 북러 간 과도한 군사적 밀착에 부담을 갖고 있는 자국 입장을 한층 명확하게 한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북러 안보 협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중국과 한국이 일정 부분 공동의 이익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분명히 나올 것이고요.”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성배 박사 등은 최근 ‘푸틴 방북의 의미와 전략적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보고서를 통해 푸틴 방북 이후 한국 대응 방안과 관련해 “특히 한중 외교안보 대화 개최를 계기로 북중러 밀착에서 중국을 이격시키는 것이 전략적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중국이 심각한 국내 경제 위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과 휴전하고 한국과의 관계도 관리모드로 들어가면서 북중 관계가 냉랭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일중 정상회의 때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했잖아요. 각자 자기 길을 가고 있는 것이고 중국은 이제 한국에 대해 관리모드로 접어들었어요. 또 북러 관계도 한계가 있거든요. 양측이 주고받을 게 없거든요. 따라서 김정은은 북중러 신냉전을 원하지만 중국 생각 다르고 러시아 생각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북중러 연대는 한계가 있거든요.”
‘미한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북한은 실제로 중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중순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중국을 찾았을 때 외무성 부상 담화를 통해 “청탁과 구걸외교”라고 비판했고, 같은 달 말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비핵화’ 표현이 담긴 데 대해서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난폭한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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