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김정은 우상화 작업 전면화…제재·경제난 등 불안 요인


지난 2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지난 2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우상화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선대보다 이른 나이에 김 위원장 우상화를 전면화해 대내외에 수령체제 안정성을 과시하려는 의도지만 국제사회 제재와 경제난 등은 우상화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우상화 작업 전면화…제재·경제난 등 불안 요인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6:48 0:00

북한은 지난달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을 가슴에 달고 참석한 간부들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2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 중 북한 간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지난 2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 중 북한 간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의 초상휘장을 착용한 해당 사진은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김 위원장의 단독 초상휘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인 2012년 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를 북한 내부에서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공개된 건 처음입니다.

초상휘장은 북한에서 일반 주민부터 최고위층까지 가슴에 반드시 부착해야 하는 대표적인 김씨 일가 우상물입니다.

한국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집권한 지 12년이 된 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이 전면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우상화 작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돼 왔는데 이제 단독 초상휘장이 등장했다는 것은 우상화의 정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령체제 아래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는 집권 이후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집권 10년 차를 맞으면서 우상화 수준에 가시적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2년 10월 당 중앙간부학교에서 기념강연을 하면서 ‘새로운 당 건설 5대 노선’을 제시했고, 비슷한 시기 연포 온실농장에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려진 첫 ‘모자이크 벽화’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2년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에서 열린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장에 설치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자이크 벽화. (화면출처: 조선중앙TV)
지난 2022년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에서 열린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장에 설치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자이크 벽화. (화면출처: 조선중앙TV)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단계가 권력을 장악하고 제도적 지위에 걸맞는 지도자로서의 우상화 첫 단계를 지나 사상가적, 시대사적 지도자로 절대화하는 두 번째 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전면적 우상화가 선대 지도자들보다 이른 나이에 이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경우 초상휘장이 1970년 집권 25년차를 기념해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김 주석의 나이는 58세였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휘장 각각.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휘장 각각.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휘장은 1992인 2월 그의 생일 50주년을 계기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올해 나이는 40세입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수령체제가 3대 세습을 거칠 정도로 장기화하면서 새 지도자에 대한 전면적인 우상화 시점이 빨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세습이 거듭되면서 엘리트 참모들은 최고지도자를 절대군주로 떠받드는 일종의 귀족계급이 됐고, 이들은 선대 지도자 시절처럼 우상화 작업을 하는 데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새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를 조기에 마무리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고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일찌감치 후계자로 주목 받을 만큼 공개 행보에 나서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참석한 딸 김주애의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지난 3월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참석한 딸 김주애의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개인 숭배라는 게 밑에서 떠받치는 엘리트들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으로 봐야 되거든요. 과잉충성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후계 조기 공식화도 그렇고 이 모든 것이 김정은 절대주의체제로 가는 의미가 있다고 봐야겠죠.”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전형적인 만기친람형 지도자 즉, 하나부터 열까지 현안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로 보인다며, 자기확신이 강하고 자아도취적인 성향 때문에 일찌감치 자신을 선대 지도자들과 같은 반열에 스스로 올려놓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공업기업소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공업기업소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실제로 본인이 위대한 성과를 도출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전원회의만 해도 지난해보다 성과가 좋다, 그러나 농사는 지금 초반이고 물가나 환율은 최악인 상황이거든요. 그렇게 보면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실제로 자기가 충분히 선대 위상에 올라섰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조 선임연구위원은 선대 지도자들이 우상화를 본격화했던 시점보다 김 위원장의 현 시점은 심각한 경제난과 국제사회 대북 제재, 대남정책에서의 민족과 통일 개념 지우기로 인한 이데올로기적 혼란 등 우상화 효과를 떨어뜨릴 불안 요인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 우상화가 선대 지도자와의 차별화를 함께 부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은 '태양절'과 ‘광명성절’로 부르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명칭을 올해부터 바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올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한번도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참배를 위해 북한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에 방문한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지난 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참배를 위해 북한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에 방문한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김 위원장 우상화를 전면화하는데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등 외부 요인이 자신감으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임을출 교수는 우상화 작업은 최고지도자의 실질적인 성과가 뒷받침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북한은 동맹 수준의 조약까지 체결한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우상화를 한층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러시아와 전례없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협력을 토대로 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이고 그 자신감을 토대로 우상화의 속도를 높이고 우상화 수준까지 고도화하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전면적 우상화가 오는 11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대미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부를 정비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우상화 작업은 기본적으로 대내정치 성격이 강하지만 김 위원장이 북한의 절대권력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드는 게 대미 협상에 있어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북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 중 건물 벽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상화가 선대들과 함께 나란히 걸린 모습이 최초로 공개됐다. (화면출처: 조선중앙TV)
지난 5월 북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 중 건물 벽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상화가 선대들과 함께 나란히 걸린 모습이 최초로 공개됐다. (화면출처: 조선중앙TV)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김정은 사상 형식으로 절대적 지위를 이미 확보하는구나, 이렇게 판단하게 해서 북한 내부 균열이나 사회적 이완이 없는 것처럼 뭔가 외부에 보여지는 것, 이런 것을 노릴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북한은 앞으로 ‘핵 보유국’ 선언을 기반으로 정치와 외교,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의 김 위원장의 행보를 업적으로 치장해 대대적인 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을 위대한 사상가로 치켜세울 ‘김정은주의’를 공표하고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헌법과 노동당 규약 등을 바꿀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