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9형’ 발사 문제를 논의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과 한국 등이 북한을 비호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가 자위권 차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의 비협조로 성과 없이 회의가 끝났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의 로버트 우드 차석대사가 4일 “북한의 지난 10월 3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우드 차석대사] “The United States condemns in the strongest possible terms the DPRK’s October 30 launch of an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n direct violation of multipl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 DPRK continues to advance its unlawful ballistic missile program and has now launched well over 100 ballistic missiles since the beginning of 2022. Each of these tests is a flagrant violation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se are unacceptable attempts to undermine global peace and security and make us all less safe.”
우드 차석대사는 이날 북한의 ‘화성-19형’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북한은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진전시키며, 2022년 초부터 지금까지 10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 평화·안보 훼손 … 용납할 수 없는 시도”
그러면서 “이 같은 시험들은 각각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며 “세계 평화와 안보를 훼손하고, 우리 모두의 안전을 저해하는 용납할 수 없는 시도”라며 비난했습니다.
앞서 지난 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미사일총국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전했습니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 미국과 한국, 일본, 프랑스, 슬로베니아, 몰타 등 안보리 7개 이사국들은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우드 차석대사는 “안보리가 북한에 책임을 물을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고 북한을 비호해 온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습니다.
[녹취: 우드 차석대사] “We are here again today because two members of this Council – China and Russia – have repeatedly shielded the DPRK, contributing to the normalization of these tests and emboldening the DPRK to further violate this Council’s sanctions and resolutions. Despite being Permanent Members of this Council, Russia and China have shamelessly protected Pyongyang from any reprisal, or even condemnation of its actions.”
우드 차석대사는 “오늘 우리가 다시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안보리의 두 이사국, 즉 중국과 러시아가 반복적으로 북한을 감싸며, (북한의) 이 같은 (미사일) 발사가 일상화되도록 만들고, 안보리 제재와 결의를 계속 위반하도록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행동에 대한 그 어떤 보복으로부터도 북한을 뻔뻔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심화한 북러 간 군사 협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습니다.
우드 차석대사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불법적으로 북한 군인을 훈련시키는 가운데 안보리 제재 및 결의를 공개적으로 위반하며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려는 러시아의 의지는 끝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군인들이 탄도미사일이나 기타 무기 사용과 관련한 훈련, 혹은 지원을 받거나 제공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 2270호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 “북한 미사일 진전, 안보리 결의 미이행 결과”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유엔 안보리가 지난주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한 후 북한이 ICBM을 발사한 데 주목했습니다.
[녹취: 황 대사] “Its intention could be to distract the world’s attention from its troops in Russia, demonstrate themselves as larger than life, or gain diplomatic leverage amid the US presidential election.Regardless of the intention, it was clearly an attempt to advance its missile technology, which makes the launch another flagrant violation of multipl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 Republic of Korea condemns it in the strongest possible terms.”
황 대사는 “북한의 의도는 러시아에 있는 자국 군대로 집중된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거나, 자신들이 강대국임을 과시하려 하거나, 혹은 미국 대선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도와 무관하게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려는 시도가 분명하며, 이는 안보리의 여러 결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으로 한국은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발사는 빈곤한 왕따 정권이 어떻게 엄격한 안보리 제재 체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며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자재, 기술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커다란 (제재 체제의)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안보리 실패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은 회원국들이 결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전 세계가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4월 러시아 반대로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평가하는 전문가패널이 해체된 것을 상기하고 “반복적인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심지어 핵무기까지 보유한 두 국가 (북한과 러시아) 간의 협력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다급한 북한은 러시아에 병사를 파병하고 북한 외무상이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정당한 성전으로까지 언급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몇 안 되는 친구들은 북한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모든 이사국들, 단합된 목소리 내야”
야마자키 카즈유키 일본 대사는 북한의 ‘화성-19형’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하고,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ICBM의 사정거리는 지구의 4분의 3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야마자키 대사] “This ICBM launch is more threatening than ever as it reached a height of over 7000 kilometers and a flight time of about 86 minutes, the highest and longest length trajectory of any missile that North Korea has launched to date. Its estimated range capability of 15,000 kilometers covers three fourths of the globe. I reiterate the launches of ballistic missiles by North Korea are undermining the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that the UN Charter has given this Council the primary responsibility to maintain”
이번 발사는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가장 높은 고도인 7천여km로 상승했고, 비행 시간은 86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위협적이며, 사거리는 1만 5천km에 달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헌장이 안보리에 부여한 주요 책임인 국제 평화 및 안보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서 “모든 이사국들은 세계 평화를 위한 (유엔) 헌장에 대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도발에 단합되고 강력한 대응을 표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야마자키 대사는 이어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 산하 전문가패널이 해체된 지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양국의 군사적 협력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안보리 결의에 대한 위반과 제재 회피가 계속되는 데 대해 우리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침묵 전략은 실패…북한에 함께 대응해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11월 의장국을 맡은 영국의 바버라 우드워드 대사는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하고 “86분이라는 최장 시간을 비행한 북한의 이번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또 다른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우드워드 대사] “It shows that the DPRK continues to advance its illegal nuclear and ballistic weapons programmes, posing a clear threat to global peace and security. Year by year, the DPRK flaunts its growing nuclear capabilities. Yet still, some Council members prevent us from speaking out with one voice. This strategy of silence has failed. It is time for us to act, to defend the global non-proliferation architecture, to uphold the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and to deliver on the mandate of this Council to address the most pressing threats to peace and security.”
우드워드 대사는 “해마다 북한은 핵 능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이사국들은 우리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침묵의 전략은 실패했다”며 “이제 우리는 행동해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수호하고 핵확산금지조약을 지키며 평화와 안보에 대한 가장 시급한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이사회의 임무를 이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러시아를 포함해 모든 안보리 이사국들에 이번 (북한의) 발사를 규탄하고,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 이행 약속을 재확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러시아는 이날도 북한을 비호하고 나섰습니다.
안나 옙스티그네예바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오늘 회의를 소집한 목적은 북한을 악마화하기 위한 것으로 매번 동일하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이유 없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핵협의그룹(NCG) 등을 거론하며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그 동맹들의 행동을 살펴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자위권 차원 … 핵무력 포기 안 해”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회의 당사국으로 자리한 북한의 김성 주유엔 대사는 ICBM 발사가 자위권 행사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오히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정당한 주권적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적인 회의를 개최한 것을 비난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대사] “Like all strategical weapons tests we have conducted so far, these are parts of the exercise of the trust and allegimate right to self defense to reliably safeguard the security of our sate as well as peace of the region and bold against escalating reckless nuclear war threats of hostile forces.”
김 대사는 “지금까지 우리가 실시한 모든 전략무기 시험과 마찬가지로, (이번 발사는) 우리 국가의 안전과 역내 평화를 수호하고 적대세력들의 무모한 핵전쟁 위협에 과감히 대처하기 위한 자위권 행사의 일환”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핵자산을 동원한 전쟁훈련을 벌이고 있다”며 “이 같은 군사적 도발은 한반도 및 그 주변에서 핵 전쟁의 재앙을 불러오는 행위로 안보리가 지체없이 해결해야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한 적대국들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핵무력 구축을 가속화하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발언권을 얻은 미국 측의 우드 차석대사는 “안보리는 지금 불법 회의를 열고 있지 않다”면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라고 말하고 “북한 측 대표는 헌장을 읽어 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규탄성명이나 결의 채택과 같은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습니다.
우드 차석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은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 성명을 제출했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단합된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수호하려는 안보리의 법적 구속력 있는 조치를 지지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우드 차석대사] “The United States introduced a press statement which sought to condemn DPRK’s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n direct violation of this Council’s resolutions. It is unfortunate that Russia and China could not join us in voicing a united denunciation, and to uphold the Council’s legally binding measures that seek to safeguard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결의 채택과 의장성명, 언론성명 발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중 강제력을 갖는 ‘결의’는 5개 상임이사국의 반대 없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동의해야 하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과 언론성명은 상임이사국 반대 없이 과반 찬성으로 채택됩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22년에도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회의에서 새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고, 이후 초안을 배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해당 결의안은 최종 무산됐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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