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라진항 석탄 부두에서 또다시 대형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2주 간격으로 반복되는 입항 움직임은 러시아산 석탄의 활발한 수출 정황으로 풀이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라진항 석탄 부두에 19일 190m 길이의 대형 선박이 정박했습니다.
위성사진 제공 업체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사진에 포착된 이 선박은 러시아 전용으로 분류된 석탄 선적 부두에 선체를 밀착시킨 상태로 정박해 있습니다.
러시아 전용 부두서 석탄 선적
선박의 적재함에는 석탄으로 보이는 검은색 물체가 가득하고, 부두 바닥 또한 석탄으로 인해 검게 물든 흔적이 뚜렷합니다.
이는 해당 선박이 석탄 선적 혹은 하역 작업을 위해 입항했음을 시사합니다.
이 부두에서 대형 선박이 포착된 것은 정확히 13일 만으로, VOA는 지난 6일에도 같은 자리에서 190m 길이의 선박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이전에도 유사한 움직임이 관측됐습니다. 지난달 11일과 23일에도 길이 190m의 동일한 크기의 선박이 같은 석탄 부두에 정박한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선박이 거의 포착되지 않았던 이 부두에서 최근 12~13일 간격으로 대형 선박이 정기적으로 입항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겁니다.
이에 따라 라진항 석탄 부두가 지난달부터 운영을 재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러시아산 석탄 추정
이 지점은 과거 러시아가 자국 석탄을 제3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사용했던 주요 거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라진항에서 선적되는 제3국 석탄에 대해선 제재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포착된 대형 선박이 러시아산 석탄을 선적하고 있다면 이는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앞서 VOA는 올해 6월 러시아의 의뢰를 받은 한 선박 브로커가 북한 라진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1만5천t의 석탄을 운송할 선박을 찾는다는 공고문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러한 움직임은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산 석탄 수출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이후 해당 브로커는 추가로 선박 운송 공고를 여러 차례 냈지만, 라진항을 드나드는 선박은 사실상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러시아 사업자가 선박 수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당시 선박 업계 관계자는 VOA에 대북제재 논란을 의식한 국제 선박들이 북한 항구 입항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운송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북한 항구에 기항했다가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독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라진항 석탄 부두에 선박이 정기적으로 입항하는 등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 것입니다.
석탄 움직임도 활발
석탄 부두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라진항 석탄 부두의 안쪽에는 석탄을 적재하는 공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부턴 이곳에 쌓여 있던 석탄의 양이 크게 줄거나 다시 늘어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라진항을 활용한 러시아 석탄 수출은 원래 라진-하산 프로젝트로 시작됐습니다. 이는 2013년 11월 한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합의에 따라, 러시아산 광물을 라진항으로 운송한 뒤 다시 한국으로 수출하는 경로를 구축하려는 목표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이 독자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중단됐습니다.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석탄 수출 경로를 모색해 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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