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가 내년 대선과 관련해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가짜정보 등에 대한 법률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특수전담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네 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에도 불참하고, 대신 이날 후원자들과 송년행사를 가질 예정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사회적 관심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내용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가 내년 대선을 위한 특수전담팀을 만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CNN' 방송은 바이든 대선 캠프가 대선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해 만들어진 '딥페이크(deepfake)'에 법률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특수전담팀을 꾸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딥페이크란 것이 뭐죠?
기자) 영어 단어 '딥러닝(Deep Learning)'에 '페이크(fake)'를 붙여 만든 합성어입니다. 딥러닝이란 인공지능 기술의 하나인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사람의 뇌가 사고하는 방식으로 컴퓨터가 생각하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즉, 컴퓨터가 수행하는 심층학습입니다. 그리고 페이크는 '가짜'라는 뜻인데요. 둘을 합친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서 진위를 쉽게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 이미지나 영상물 등의 가짜정보를 뜻합니다.
진행자) 딥페이크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기자)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떤 주 선거관리자가 ‘투표가 끝났다’고 알리는 딥페이크 영상이 사회관계망 등에 올라오면 사람들은 이것이 진짜인 줄 알고 투표장에 나가지 않게 됩니다. 혹은 바이든 대통령이 비시민권자들에게 미국으로 들어와서 불법적으로 투표를 할 것을 독려하는 가짜영상이 공개되면 큰 혼란이 벌어지게 되겠죠. 어느 방식, 어느 내용이든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짜정보가 선거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이런 딥페이크가 실제로 유포된 사례가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3월에 있던 일인데요. 2016년 대선 직전 성인영화 배우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삿돈으로 합의금을 지급한 뒤 회계 조작을 했다는 의혹으로 뉴욕 맨해튼지검의 수사를 받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찰에 붙잡혀 끌려가거나 수갑을 찬 사진 등이 공개된 겁니다. 후에 가짜로 확인됐지만 이미 사회관계망 등을 통해 널리 퍼졌습니다.
진행자) 딥페이크가 우려되는 것은 그 영향력이 단지 개별 사진이나 영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반복해서 딥페이크 정보가 유통되면 나중에는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가령 어떤 사진이나 영상이 공개되고 논란이 됐는데, 그것이 '딥페이크였다'라고 밝히는 과정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진짜 영상이나 사진이 공개돼도 '딥페이크다'라는 허위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되고요, 결국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도 바로 이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직접 언급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인공지능 기술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정부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요. 서명에 앞선 연설에서 "딥페이크는 명예를 훼손하고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사기를 저지른다"며 "나도 내 딥페이크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언제 저렇게 말했지?' 하며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캠프가 꾸리는 특수전담팀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요?
기자)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짜정보가 대선 과정에서 유포되면 이에 신속하게 법적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특수전담팀의 목적입니다. 캠프 내 변호사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전담팀에 합류해서 바이든 캠프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가짜정보를 퍼트리는 것에 대응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특수전담팀은 내년 상반기 실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대선 캠프 차원에서 이렇게 개별적으로 인공지능과 관련한 법적 대응책을 준비한다는 것은 연방 차원의 통일된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정치 영역에서의 딥페이크에 대한 규제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에 각 캠프는 개별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딥페이크 관련 연방 법률이 없기 때문에 바이든 캠프는 기존의 선거관리법이나 저작권법 등을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는 지난 8월, 선거에서 이용되는 정치광고에서 딥페이크 영상을 생성하고 배포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는 시민단체의 청원을 받아들여 이를 검토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일부 사회관계망 업체는 자체적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정치광고에 제한을 두고 있죠?
기자) 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보유한 '메타'가 대표적입니다. 메타는 지난달 발표에서 앞으로 AI를 사용한 정치광고에는 AI를 사용했다는 문구가 표시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AI를 사용해서 생성된 사람의 모습이나 사실적인 이미지를 포함하는 선거나 정치 관련 모든 광고에 이 규칙이 적용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네 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에도 불참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NBC' 뉴스 등 미 주요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주에 있을 공화당의 네 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8월에 있던 1차 토론회부터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회에 불참하는 대신 다른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비공개 후원자 행사에 참석할 계획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선 공화당 토론회 일정과 같은 날 공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노조 행사에 참석하고, 별도의 유세 현장에서 연설하는 등 공개활동 일정에 나섰는데요. 이번에는 처음으로 비공개 활동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진행자)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획하는 후원자 행사는 어떤 거죠?
기자) 지난달 26일, 트럼프 캠프는 지지자들에게 'VIP 행사'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트럼프 캠프에 후원하는 사람들은 오는 6일 플로리다 핼런데일 비치에서 열리는 송년행사 참가 추첨에 자동으로 신청된다는 안내 문자였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왜 공화당 대선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는 건가요?
기자)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공화당 내 지지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지지율 면에서 비교도 되지 않는 다른 후보들이 자신을 공격하도록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회로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며 공화당은 앞으로 남은 토론회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지지율은 어떤가요?
기자)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집계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60%입니다.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3위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지지율 12.6%, 9.5%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공화당 대선 후보 4차 토론회는 언제 열리죠?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공개 후원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오는 6일 앨라배마대학에서 열립니다. 디샌티스 주지사와 헤일리 전 대사,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가 토론회에 참가합니다. 앞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경선의 유일한 흑인 후보였던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중도하차했고요.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토론회 참가 기준 중 하나인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기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4차 토론회가 시기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죠?
기자) 맞습니다. 본격적인 대선 경선은 내년 1월부터 시작됩니다. 1월 15일, 공화당 아이오와주에서의 첫 코커스가 열리는 건데요. 이제 5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4차 토론회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내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디샌티스 주지사와 헤일리 전 대사가 치열한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에서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이 여전히 높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고요?
기자) 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30일) 아시아계 성인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여론 조사는 지난해 7월 초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약 7개월에 걸쳐 실시됐습니다. 이 여론 조사에서 10명 중 거의 6명이 자신의 인종이나 민족 때문에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미국에는 약 2천350만 명의 아시안계 미국인이 있는데요.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7.1%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여론 조사 결과 주목할 만한 결론은 뭐였습니까?
기자) 퓨리서치센터는 대부분의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인종차별은 단일 사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여러가지 중복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외국인 취급을 당하는 것 2) 소수민족 가운데서도 교육수준이 높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범 소수민족'으로 비춰지는 것 3) 인종과 민족으로 겪는 일상적인 차별 등 세 가지가 있다고 퓨리서치센터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언급된 세 가지 형태의 인종차별이 복합적으로 온다는 건데요. 관련 내용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먼저, 응답자 78%는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거나, 영어를 못하는 사람으로 가정돼 외국인 취급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공장소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멸시를 받거나 이름이 잘못 발음되는 등의 경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취급을 당한 비율이 이민자와 거의 대등하게 나온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도 ‘외국인 꼬리표’를 떼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인 것 같군요?
기자) 퓨리서치센터는 많은 경우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이, 성인이 된 후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보다 인종차별 경험을 더 많이 겪었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 태생과 이민 1.5세대 절반 이상이 일상생활에서 불쾌한 이름으로 불린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성인이 된 후 이민 온 1세대는 20%만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답했습니다. 퓨리서치는 그 이유로 전자가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거나, 비아시안계 친구를 더 많이 두고 있다는 게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모범 소수민족'으로 비춰진다는 것은 아시안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이 반영됐다는 말인가요?
기자)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성공했거나 근면하며, 권위주의를 존중하는 집단 등으로 묘사되고 있는데요. 특히 흑인 및 라틴계 소수민족과 비교되며 다른 인종이나 소수민족이 따라야 할 모델로도 여겨지고 있습니다. 응답자 63%가 ‘모범 소수민족’에 대한 고정관념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여기에는 수학이나 과학에는 뛰어나지만 창의적인 생각은 떨어진다는 평가 등이 포함된다고 퓨리서치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응답자들 사이에서 ‘모범 소수민족’에 대한 용어가 낯선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44%였습니다.
진행자) 아시아계 중에서도 남아시아계 미국인이 특히 겪는 인종차별이 있다고요?
기자) 네. 남아시아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부탄 등을 포함하는 지역인데요. 남아시아계 미국인의 35% 응답자는 2차 검사를 받기 위해 보안 검색대에서 제지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동남아시아나 동아시아계 미국인에 비해 두 배 넘는 수준입니다. 이외에도 무슬림 아시아계 미국인은 다른 종교 집단에 비해 보안 검색대에서 제지당한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이외에도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종차별로는 어떤 게 있었습니까?
기자) 40%의 응답자가 식당이나 상점 등에서 불친절한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37%는 낯선 사람에게 불쾌한 이름으로 불려본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퓨리서치는 지난 2021년에도 66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같은 주제에 대해 밀도있는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데요. 참가자 대부분이 일상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비방 및 욕설을 들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진행자) 아시안을 표적으로 한 혐오 범죄 내용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응답자 3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시작 이후,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위협 혹은 공격을 받은 사람을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시안 혐오 범죄는 코로나가 악화한 2021년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고, 2022년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진행자) 아시안에 대한 차별 문제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1882년 중국인 노동자의 이주를 금지한 ‘중국인 배척법(CEA)’이 대표적이고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을 투옥한 사건, 911 테러 공격 이후 무슬림, 시크교도, 남아시아인에 대한 거부반응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63%의 응답자는 아시안 인종차별이 그에 걸맞은 충분한 사회적 관심이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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