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 연설을 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북 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에 대한 조언을 한국 측에 잇따라 내놨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북정책이 수동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미국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대북정책과 관련해 “인내해야 할 때는 인내하겠지만 한국 외교 문제에 대해 수동적이거나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바이든 전 부통령의 동북아 정책을 자문해
온 자누지 대표는 17일 한국 내 민간 연구기관인 여시재와의 온라인 화상대담에서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에 대해 “우리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수동적이었고 8년간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전략적 인내는 결코 방임이나 비활동을 의미해서는 안 되고 그럴 경우 비극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다만 전략적 인내가 부당하게 취급된 측면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핵실험, 천안함 폭침,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직면해 있었고 북한과의 전면적인 포용정책을 꺼리는 한국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와 마주해야 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특히 북한이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실제로 인내했다고 말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에 끝난다는 점을 언급하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 외교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한국 정부 사람들을 좋은 측면에서 놀라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문재인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 지도하는 역할을 주장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반도 분단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한국 국민이 만들어 내야 하고 미국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잘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자누지 대표는 그렇지만 “동시에 한반도 안보의 딜레마는 한국 국민에 의해서만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한국의 지도자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 프로세스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이 둘이 함께 가는 총체적인 접근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확인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라는 두 과제는 마치 2인3각 달리기
경주처럼 한쪽이 너무 앞서갈 수 없는,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며 “미국과 한국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긴밀히 협력하는 치밀한 조율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문 대통령이 미 차기 행정부에 평화와 종전, 그리고 핵 위협 제거의 동시 대응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그러면서도 한국이 미국에게 적합하지 않은 역할을 기대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남북 협력을 촉진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며 “미국은 안보 딜레마 해소를 돕고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한국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일했으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 보좌관을 지냈습니다.
특히 미 행정부와 국제단체 등을 넘나들며 30년여 년간 동아시아 업무를 다룬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한편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18일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과 화상간담회를 갖고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 때의 ‘페리 프로세스’와 같은 외교적 해법이 ‘바이든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조언했고, 이 장관은 이를 교훈 삼아 향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조혜실 부대변인]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의 핵 능력 진전 등 당시와 상황은 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한-미 공동으로 한층 진화된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바이든 전 부통령 소속 정당인 민주당 쪽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분야 원로입니다. 지난 1999년 10월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내며 ‘페리 프로세스’로 불리는 대북정책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이 로드맵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 미북·북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3단계 접근 방안을 담았습니다.
이 장관은 “클린턴-김대중 정부 간 조율과 협력에 기초했던 ‘페리 프로세스’를 교훈 삼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