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외교관들이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를 처음으로 면담했습니다. 현재 임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교회를 중심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원을 호소하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 외교부의 프랑수아 라살 대변인은 21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캐나다는 임현수 목사에 대해 첫 영사 접근이 이뤄진 데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라살 대변인은 “임 목사에 대해 종신형이 선고된 데 대해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임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토론토 큰빛교회 목사들은 앞서 20일 열린 임 목사 석방을 위한 비상연합기도회에서 영사 면담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이 교회 노희송 목사는 기도회에서 지난 18일 캐나다 외교관 2 명과 통역이 평양에서 임 목사를 면담했다고 말했습니다. 노 목사는 임 목사가 현재 영적으로 평안하고 건강도 양호하다며,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교회 신도들이 알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임현수 목사는 지난 1997년부터 18년 간 북한을 100 회 이상 드나들며 억류 직전까지 대규모 인도주의 지원 활동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말 라선에서 평양으로 향하던 중 억류됐고, 북한 최고재판소는 지난 16일 국가전복음모 등을 주장하며 임 목사에게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임 목사는 과거 북미 지역에서 열린 북한 관련 집회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면서도 주민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북한 최고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북한이 임 목사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다음날인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트뤼도 총리] “Obliviously, we have tremendous concern about it. The issues of North Korea’s governance and judicial system are well known…”
트뤼도 총리는 “북한의 통치방식과 사법체계의 문제는 잘 알려져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캐나다 외교관들이 임 목사를 만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에 계속 압력을 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트뤼도 총리의 요구대로 북한 당국이 18일 처음으로 임 목사에 대한 영사 접촉을 허용함에 따라 석방 노력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캐나다 내 복수의 소식통은 지난 18일 ‘VOA’에 서울주재 캐나다대사관의 외교관들이 2주 넘게 평양에 머물며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 측의 협조를 받아 임 목사 석방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외교부의 라살 대변인은 21일 ‘VOA’에 “임 목사와 관련해 일부 진행 중인 사안들이 있어 제한된 내용 밖에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라살 대변인은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평양을 방문해 임 목사와 함께 출국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유엔 미디어팀에 직접 문의해 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방북을 추진 중인 반기문 총장이 임 목사 석방에 관여해 귀국길에 함께 평양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20일 임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큰빛교회가 20일 개최한 기도회에서 방북을 추진 중인 반기문 총장에게 임 목사의 석방을 도와달라는 청원운동을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기도회에는 1천 명이 넘는 교인들과 지역 단체장들, 탈북민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적인 청원운동 웹사이트인 change.org에는 북한이 임 목사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이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임 목사 석방 노력을 호소하는 캠페인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웹사이트에 따르면 3만 5천 명의 서명을 목표로 하는 이 캠페인에 21일 현재 2만 8천 명이 서명했습니다.
임 목사의 아들인 제임스 임 씨와 지인들이 후원하는 이 청원운동은 영어와, 불어, 한국어, 중국어로 임 목사 석방 운동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임 목사가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북한 측 주장대로 국가전복 음모 행위를 했다고 말했지만, 과거 북한에 억류됐다 구출된 다른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는 압박과 강요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과거 고위급 인사를 평양에 보내 미국 시민들을 구한 전례를 언급하며 3만5천 명의 서명이 이뤄지면 이를 반기문 사무총장과 트뤼도 총리, 스테판 디옹 외무장관에게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캐나다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도 성명을 통해 북한 당국에 임 목사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캐나다탈북인총연합회는 “임현수 목사가 북한에서 한 일은 굶주린 자에게 밥을 주고 헐벗은 자에게 옷을 주고 고아들을 위해 집을 지어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합회는 “주민들을 제대로 먹여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죽음으로 내모는 당국자들을 비판한 것이 국가전복 음모죄가 된다면 과연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라 할 수 있겠느냐”며 임 목사 석방을 위한 범세계적인 서명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