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 북한 새해맞이 관광 갔다 체포돼'

북한 평양의 공항 내부. (자료사진)

북한이 ‘반공화국 적대혐의’로 미국 대학생 1 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학생은 북한에 관광을 갔다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2일 북한 당국이 미국 버지니아 대학 (University of Virginia)에 재학 중인 오토 프레데릭 왐비어 씨 (21)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왐비어 씨가 관광 목적으로 북한에 입국해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다 적발됐다고 전할 뿐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왐비어 씨는 중국에 본사가 있는 영국계 북한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를 통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이 여행사는 22일 성명에서 왐비어 씨의 북한 억류 사실을 확인하며, 왐비어 씨의 가족과 평양의 스웨덴대사관에 이를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스웨덴대사관은 북한과 수교를 맺지 않은 미국의 외교 업무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왐비어 씨가 닷새 기간의 북한 ‘새해맞이’ 관광을 마친 뒤 지난 2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중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체포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체포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 국무부는 22일 성명에서 미국인 억류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사생활 보호 우려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미국인을 보호하는 것은 국무부의 최우선 임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행사 측은 미 국무부와 이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왐비어 씨가 조속히 석방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버지니아대학 학생 명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왐비어 씨는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출신으로 경제학과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왐비어 씨의 사회연결망 서비스 (페이스북) 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5월에는 쿠바를 방문하고 2014년에는 뉴욕에서 열린 기후변화 시위에 참가하는 등 국제 사안과 여행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관광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버지니아대학 자료와 학생회 대표를 인용해 왐비어 씨가 성적이 우수하고 문제 해결 능력과 지도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수여하는 특별 프로그램(Echols Scholars-intellectual risk-takers)에 선정된 우수한 학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왐비어 씨의 억류가 확인되면서 북한에 억류 중인 서방 국적자는 3명으로 늘었습니다.

앞서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며,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가 지난해 10월부터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평양에서 보도했었습니다.

김정욱 선교사 등 한국인 3 명도 비슷한 혐의로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입니다.

북한 정부가 반공화국 적대 혐의로 서방 관광객을 체포해 억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특히 미국인들의 경우 전직 대통령 등 고위급 인사들의 방북을 통해 석방 혹은 추방하며 내부의 체제선전에 활용해 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 시민들에게 어떤 행태로든 북한을 여행하지 말 것을 여행경보를 통해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특히 지난해 내린 경보에서 개별 여행 뿐아니라 단체여행을 해도 구금 혹은 체포될 수 있다며 거듭 여행하지 말 것을 경고했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