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매체가 북한과 싱가포르를 오가는 수상한 화물선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특히 이 화물선의 미심쩍은 운항 기록과 확실치 않은 소유권 문제를 지적하며, 대북 제재에 허점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신문이 지난 3개월 간 북한 화물선 던라이트 호의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던라이트 호가 싱가포르와 북한을 왕래하면서 제재 조치를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던라이트 호는 이 기간 적어도 9 차례 싱가포르를 출발해 한반도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 어느 쪽 항구에도 정착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한반도 주변만을 맴돌다가 지도에서 사라지는 등 의심스런 운항을 지속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선박 추적 시스템과 위성 등에 위치정보를 전달하는 북한의 레이더가 충분하지 않기도 하지만, 던라이트 호가 일부러 선박자동식별장치 (AIS)를 껐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 정박한 다른 선박의 경우 AIS 를 토대로 위치정보가 확인됐지만 던라이트 호는 레이더 신호가 충분한 지역을 운항할 때도 매우 제한된 AIS 신호만 보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제재 대상인 던라이트 호가 국제사회 추적을 피해 AIS 작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북한에 입항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전세계 선박은 국제 규정에 따라 AIS를 상시 켜둔 상태로 운항해야 합니다.
신문은 던라이트 호의 불확실한 소유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선박을 소유한 싱가포르의 ‘세나트’사는 지난해 7월 북한의 무기 수출 등에 관여한 혐의로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목됐는데, 이후 2개월 만인 9월 던라이트 호를 홍콩의 선박회사인 ‘베네스타’에 매각했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신문은 ‘베네스타’와 연락이 닿지 않는 점과, 미 재무부와 아시아 내 선박을 감시하는 ‘도쿄 MOU’가 여전히 던라이트 호의 소유주를 세나트로 지목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 같은 해명에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만약 던라이트 호의 소유주가 제재 대상이 아닌 선박회사로 바뀌었다면, 더 이상 제재 대상은 아닙니다. 신문은 세나트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던라이트 호의 소유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던라이트 호가 세나트의 소유라고 해도 싱가포르 정부가 운항을 막긴 힘들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습니다. 던라이트 호가 유엔이 아닌 미국으로부터만 독자 제재 조치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가 북한의 불법 활동을 막으려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 사안이 확인되지 않은 선박까지 일일이 검색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 당국자는 `워싱턴 포스트'에, “정상적인 무역을 막지 않으면서 동시에 (불법 무기) 확산 방지 노력을 기울이는 것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 선박 단속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