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 달 만에 또 방사포 2발 저강도 시위...전문가 "더 큰 도발 준비 수순 가능성"

북한이 지난 2016년 3월 방사포 부대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한 달 만에 또 다시 서해로 방사포 2발을 발사했습니다. 연초부터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한 무력 도발을 이어가던 북한이 최근 들어 저강도 시위를 벌이며 또 다른 도발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오후 6시 21분부터 37분께까지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항적들을 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서해안에서 서해로 2발 가량을 발사했고 이들 항적은 한국 군 탐지 레이더에 포착됐습니다.

포착된 기종은 구경 120㎜ 또는 240㎜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 군이 이달부터 하계훈련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번 발사의 성격이 일상적 훈련 또는 시험발사인지, 무력시위 일환인지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군은 7월부터 하계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집중호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일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며, 관련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군 당국은 북한 군이 하계훈련 기간 부대 검열이나 대비태세 점검 등을 명분으로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12일에도 서해상으로 방사포 5발가량을 쐈습니다. 당시 발사 기종 역시 구경 300㎜ 미만으로, 유도 기능이 없는 240㎜로 추정됐습니다.

북한은 방사포 발사 외에도 올해 들어 최근까지 17차례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이 중 3차례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벌어졌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이번 방사포 발사가 통상 훈련 차원일 수 있지만 일요일 저녁 시간에 이뤄진 점이 이례적이라며 한국 측의 대응태세를 시험해 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통상적으로 방사포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진 않지만 이를 통해 다른 도발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은 보통 ‘성동격서’격의 도발을 통해, 기습을 통해서 충격 효과를 달성하거든요. 그러니까 서해안에 계속 발사를 하는 것을 보면 훈련 차원일 수도 있으나 또 다른 도발을 준비하기 위한, 정보의 혼선을 주고 하는 페이크성 발사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올들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다종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연이어 감행한 이후 최근 두 차례 연속으로 방사포를 서해에 발사하는 저강도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큰 흐름으로 볼 때 북한이 미국을 주된 표적으로 삼았던 도발의 무게 중심을 한국을 겨냥하는 쪽으로 옮기는 양상이라며 대미 도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약한 고리로 여기는 한국에 대한 재래식 도발에 나서려는 조짐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박사는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도발시 원점을 타격하겠다는 등의 강경한 발언과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이 강조되고 있고 한국 내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북한의 대남 국지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전술핵 단거리 발사체가 대남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을 자극하는 거거든요, 어쨌든. 그런데 최근 두 번은 대남용이거든요. 이것은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에서 일단 무게 중심을 핵실험 계속 준비하는 동향을 보이면서 남한으로 옮겨왔다고 볼 수 있고요. 그 변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대북 전단이라고 볼 수 있죠.”

북한은 지난 2020년 한국의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고, 이보다 앞서 2014년엔 대북 전단을 실은 대형 풍선을 고사총으로 쏘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습니다.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9일 기사에서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지속된다면 2년 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방사포 발사는 도발로 보기 어려운 저강도 시위이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은 사실상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 넘게 잠잠한 셈이라며 이는 7차 핵실험의 기습 강행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침묵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제가 폭풍전야같다는 말씀을 계속 드리는 게 북한 입장에선 7차 핵실험과 고강도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비교적 명확해 보입니다. 시기를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조금 잠잠한 상황에서 극도의 고강도 도발을 해야 확실히 주목도가 올라가고 집중을 받을 수 있으니까.”

박 교수는 국제사회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 올해까지 이어지는 자연재해로 북한 경제와 민생은 임계치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주장대로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면 대미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차원에서 핵실험을 조기에 감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이번 방사포 발사가 다가오는 미-한 공중연합훈련과 10일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국대사의 부임 등에 대한 불만 표출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 부임...미한 동맹 업그레이드 조율 기대

[녹취: 문성묵 센터장] “시기가 F-35A 미 전투기가 들어와 있고 곧 연합훈련을 할 예정이고 더구나 대북 강경파라고 하는 주한 미국대사가 이제 또 부임을 했잖아요. 더구나 일요일 저녁이고 또 서해 방향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비행장이 서해 군산에 있고 서해 방향으로 쐈고 이런 것들을 연관지어 보면 북한이 그런 불만의 일환으로 발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한 두 나라 공군은 이번 주 F-35A를 동원한 가운데 공중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현재 전북 군산에는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 F-35A 6대가 연합훈련을 위해 일시 배치돼 있습니다.

같이 보기: 주한미군 “F-35A 한국 전개”…전문가 “미한에 공중 지배 능력 제공”

미 공군의 F-35A 전투기가 한반도에 공개적으로 전개한 것은 2017년 12월 이후 4년 7개월 만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