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엔 신규 대북제재 면제 사업 8건…북한 국경 봉쇄 장기화 여파인 듯 

지난 23일 평양 시내를 걷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유엔 안보리가 올해 새롭게 승인한 대북제재 면제 사업이 8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3년 가까이 외부 지원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대북 지원단체들의 신청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결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7일 현재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 건수는 모두 27건입니다.

이중 대부분은 코로나 방역을 위한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로 면제 기간이 만료돼 다시 연장된 사업들인 반면 올해 새로 제재 면제가 승인된 건수는 8건에 불과합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방역 조치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기 바로 전 해인 2019년의 38건과 비교하면 약 20% 수준입니다.

또한 국경 봉쇄에 들어간 2020년의 25건과 비교해도 크게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제재 면제를 받더라도 북한에 지원 물품을 반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지원 단체들이 신청 자체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6월 공개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대북 지원 단체들은 북한의 장기간 국경 봉쇄 조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패널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비정부기구 7곳 대부분이 안보리의 제재 면제가 이뤄져도 북한의 국경 봉쇄로 관련 물자 반입이 지연되는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올해 새롭게 제재 면제를 승인받은 단체는 한국의 민간기관 ‘납북경제협력연구소’와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이탈리아 농업 기구 ‘아그리컨설팅’, 유엔 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민간 대북 지원단체 ‘이그니스 커뮤니티’, ‘유진벨재단’ 등입니다.

이들 단체는 신종 코로나 방역부터 농업지원, 연탄 제조, 의료재활 등 다양한 대북 지원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됐지만 북한의 호응이 없어 언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의료 관련 인도적 사업을 벌여온 미국의 대북지원단체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은 2019년 12월 승인 받은 인도적 지원 기간이 만료를 거듭해 이미 세 차례나 면제 기간 연장을 신청했습니다.

식량 자문 단체인 이탈리아 비정부기구 ‘아그로텍 SPA’, 핀란드 소재 ‘핀란드 교회 원조 기구’, 한국의 ‘여의도 순복음재단’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이들 단체도 각각 2019년과 2020년 승인 후 북한의 지원 물자 수용만 기대하며 동일 사업에 대한 면제 기간 연장을 두 세 차례 신청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이 같은 문제가 이어지자 아예 대북 지원을 포기한 경우도 있습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거듭된 면제 기간 연장 후 또다시 면제 만료일이 다가오던 지난 2월 VOA에 2019 년 10월 유엔 대북 제재위로부터 면제받은 차량 2대에 대한 대북 지원 계획을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종 코로나에 따른 북한의 국경 봉쇄가 언제 해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북한에 보내기 위해 선적 대기 중인 차량이 더는 없다”며 반입 시기를 알 수 없는 만큼 기다리지 않고 다른 곳에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부를 둔 보건의료 비정부기구인 ‘샘 복지재단’도 두 차례 신청한 면제 기간 연장이 올해 8월 만료됐지만 현재 제재위 홈페이지에는 재단의 관련 사업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제재 면제 기간이 최근 만료됐거나 이달 만료를 앞둔 사업은 모두 4건입니다.

지난 10월에는 한국의 대북 식수 지원 관련 사업이, 11월에는 유니세프와 2020년 3월 첫 면제 후 기간 연장 신청을 한 스위스 외교부 산하 인도적지원기구 ‘스위스 개발협력청’의 면제 기간이 이미 만료됐습니다.

다만 유니세프는 제재 면제 기간 내에 해당 사업을 일부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 1일 유니세프 대변인은 VOA에 “지난달 열차를 통해 결핵용 백신과 홍역 풍진 백신, 혼합백신 등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11월 기간이 만료된 유니세프의 대북지원 사업은 일반 예방접종과 말라리아 예방접종, 신종 코로나 방역 물품이었습니다.

핀란드 비정부기구 ‘핀란드 교회 원조기구’의 제재 면제 기간은 이달로 끝이 납니다.

앞서 이 기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로부터 지난 2020년 6월 북한 내 취약 계층 아동에 대한 식량 지원과 재난 대응 능력 개선을 위한 사업을 위해 27만 달러 상당의 지원 물품 반출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사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