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무기거래 현장’ 라진항에 8월 이후 대형 선박 4척 입항

12일 북한 라진항의 북한 전용 부두에 110m 길이의 선박(원 안)이 정박해 있다. 바로 앞에는 대형 크레인 장비가 자리해 있다. 사진=Planet Labs

미국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항구에서 계속 선박과 컨테이너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VOA는 이 지점에서 대형 선박을 발견해 보도했는데, 북러 간 무기 거래 초기 모습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2일 러시아와 인접한 북한 라진항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110m 길이의 선박이 보입니다.

라진항의 부두 3개 중 북한이 전용으로 사용하는 가운데 부두에 정박한 이 선박 바로 앞에는 무언가를 선적하는 듯 대형 크레인이 놓여 있습니다.

이 지점은 지난 13일 백악관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곳입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 북한이 컨테이너 1천개 분량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며 지난달 7일과 8일 북한 라진항에 적재된 300여개 분량의 해상 운송 컨테이너가 촬영된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같이 보기: 백악관 “북한,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개 분량’ 군사장비·탄약 제공”

그런데 백악관이 공개한 촬영 시점에서 약 한 달 뒤인 지난 12일 자 위성사진에서도 선박의 활발한 움직임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곳에 처음 대형 선박이 정박한 건 지난 8월 26일입니다.

이날 같은 지점에서 길이 120m 선박이 발견됐는데, 당시 VOA는 이 선박이 찍힌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최근 몇 년 간 길이 100m 선박이 이 부두에서 포착된 경우가 없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 때만 해도 이 선박이 이런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백악관이 무기 거래 정황을 공개하면서 이 때도 무기 선적 작업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됩니다.

8월 26일 자 위성사진에선 선박 바로 앞에 놓인 컨테이너 더미도 확인됩니다.

이곳에서 컨테이너가 포착된 건 이날이 처음이고, 이에 따라 무기 거래와 관련된 움직임이 8월 26일을 전후한 시점 처음 시작됐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지난 8월 26일 북한 라진항의 북한 전용 부두에 길이 120m 선박(왼쪽 화살표)이 포착됐다. 바로 옆에는 컨테이너 더미(오른쪽 화살표)가 자리해 있다. 사진=Planet Labs

이후 위성사진에는 이 일대 컨테이너 더미의 크기와 모양이 지속적으로 변하는 장면이 찍혔습니다.

또 8월 26일부터 10월 14일 사이 이곳에 정박한 길이 100m 이상의 선박은 4척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짙은 구름이 낀 날이 약 12일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선박이 드나들었을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선박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 간 이 부두에 머물며 바로 앞에 놓인 컨테이너를 선적했습니다.

종합하면 지난 약 40일 동안 이 부두에선 최소 대형 선박 4척이 드나들고 수백 개의 컨테이너가 옮겨지는 장면이 관측된 것입니다.

물론 이를 모두 무기 거래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이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곳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1718호 등 다수의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도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근거로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거나 무기 분야에서 협력한 개인과 기관 등에 독자 제재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비난하는 성명을 통해 최근 북러 간 만남을 “친선적이며 정상적인 대외관계”라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달 20일 안드레이 보르소비치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미국과 한국 언론이 과장되게 유포하는 추측들엔 아무 근거가 없다”며 북러 무기 거래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