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왕이 중 외교부장 "미국과 대화 필요"... EU 정상회의, 가자 전투 '일시 중단' 촉구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26일 미국 국무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과 깊이 있고 종합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 제공을 위한 전투 행위 ‘일시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 내 반군을 공격했습니다. 유엔 산하 ‘인공지능(AI) 고위급자문기구’가 출범한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 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사흘 일정으로 미국에 온 왕 부장은 방미 첫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났고요. 저녁에는 블링컨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왕 부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중국 관리 중에 최고위급 인사라 이번 방미 일정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왕 부장이 블링컨 장관을 만나 무슨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먼저 두 나라가 이견들이 있고, 오해를 줄이고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깊이 있고 종합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양국이 중요한 공통 이익과 함께 해결해야 할 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예상대로 왕 부장이 대화를 강조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는 대화가 미중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 경로로 되돌리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왕 부장은 이날 발언에서 양국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사실도 언급한 거죠?

기자) 맞습니다. 왕 부장은 앞으로도 이견들이 불거질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중국은 옳고 그른 것이 누가 더 강한 팔이나 큰 목소리를 가졌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왕 부장을 맞아 블링컨 장관은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 말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왕 부장이 발언하기에 앞서 왕 부장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과 회담 중 리커창 전 중국 총리 사망 소식에 애도를 전했습니다. 올해 퇴임한 리 전 총리는 27일 심장 문제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진행자) 왕 부장 방문을 두고 미국 정부 쪽에서는 어떤 설명이 나왔나요?

기자) 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의 만남이 의사소통 경로를 유지하고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려는 노력의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올해 들어 경색된 양국 관계를 개선해 보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 미국과 협력할 뜻이 있다고 밝혀서 눈길을 끌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 25일 미국 뉴욕에 있는 미중관계 전국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미국과 협력할 뜻이 있다면서, 두 나라가 이견을 관리하고 국제적 도전들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은 또 양국이 올바른 관계를 구축할지 여부가 세계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번 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언급했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미국은 모든 부문에서 국제 규칙에 따라 중국과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최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중국이 충돌한 사건을 거론하고, “필리핀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면서 “나는 중국과의 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왕 부장의 방미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이 올해 미국을 방문할 것인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다음 달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한 바 있습니다. 시 주석이 이 행사에 참석하면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만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왕 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이 문제를 논의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언제였나요?

기자) 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은 올해 중국에서 시 주석을 만났죠?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이 지난 6월에 중국을 방문했는데요. 당시 시 주석을 잠시 만났습니다.

진행자) 올해 들어 많은 미국 정부 고위 관리가 중국을 방문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블링컨 장관뿐 아니라 상무장관과 재무장관 등도 중국을 방문해 양국 현안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또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상원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두 나라 당국자 사이 교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양국 관리들이 화상으로 국내와 세계 거시경제 개발 문제를 논의했고, 오는 29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방 관련 샹산 포럼에 미 국방부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왕 부장이 27일에는 누구를 만났습니까?

기자) 네. 오전에 블링컨 장관을 다시 만났고요. 오후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바이든 대통령과도 만났는데요.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두 나라 간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소통 라인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미국과 중국, 양국이 세계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관해 공동성명을 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 정상들이 26일 이번 사태를 논의한 뒤에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이들은 성명에서 가자지구에 구호를 제공하기 위한 통로와 전투 행위 일시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성명은 극단적으로 악화하는 가자지구 상황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췄군요?

기자) 네. EU 정상들은 “유럽이사회는 악화하는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에 커다란 우려를 표명하며, 인도적 통로와 전투 행위 ‘일시 중단(pauses)’을 포함한 모든 필요한 조처를 통해 지속적이고 신속하며,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인도적 접근과 구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다르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EU는 민간인 보호와 구호 제공, 식량과 식수, 의약품, 연료, 그리고 대피처 등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 역내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언론 보도를 보니까 이 ‘일시 중단’이라는 용어를 두고 논란이 있었더군요?

기자) 맞습니다. EU 정상들 사이에 용어 선택을 두고 논란이 있어서 회의가 5시간이나 이어졌다고 합니다. 독일과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등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나라들은 일시 중단이란 용어를 지지했지만, 아일랜드와 스페인이 ‘휴전(ceasefire)’이라는 뜻에 더 가까운 문구를 넣기 원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격론 끝에 결국 일시 중단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관련 결의안에서 두 용어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죠?

기자) 네. 미국이 초안을 잡은 결의안에는 일시 중단이, 반면에 러시아 결의안에는 휴전이 들어갔는데요. 결국 두 결의안 모두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주변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현재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 내 반군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27일 미 공군 F-16 전투기 2대가 시리아 동부 2곳을 공습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는 전투기들이 공습한 곳에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반군의 무기고와 탄약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군이 시리아 내 목표물을 공격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지난 1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분쟁이 시작된 이래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 기지와 병력을 겨냥한 공격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미군기지 공격에 쓰인 종류의 군수품을 IRGC가 저장하고 있는 곳을 목표물로 골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공격은 미국이 이란 측에 이번 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려는 목적이 있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레바논에 있는 또 다른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 그리고 자신들이 지원하는 시리아 내 반군 조직을 사주해 이스라엘을 공격함으로써 분쟁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일 이란 측에 경고를 보내고 있는데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중동 주둔 미군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직접 경고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군이 또 가자지구 안으로 진입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이스라엘 군은 지상군이 전투기와 드론(무인기) 지원 아래 가자 중부에서 작전을 펼쳤다고 27일 발표했습니다. 지상군이 진입해 대전차 미사일 발사대와 군사령부, 지휘통제소들, 그리고 하마스 대원들을 포함해 많은 목표물을 식별하고 타격했다는 겁니다. 앞서 이스라엘 군은 지난 22일에도 가자지구 북부에 들어가 작전을 펼친 바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997년에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한편 하마스 측에서는 인질 석방을 휴전과 연계시키는 말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를 방문한 하마스 대표단의 아부 하미드는 이스라엘 군 공습으로 인질 50명이 이미 사망했다면서, 인질들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석방하려면 시간과 차분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차분한 환경이라면 휴전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잡혀 있는 인질이 모두 229명인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자인 AI 알파벳이 컴퓨터 주 회로 기판 위에 놓여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유엔이 인공지능(AI)에 관한 자문기구를 발족시켰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인공지능고위급자문기구’가 26일 출범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발족된 이 AI자문기구는 인공지능(AI)이 전 세계와 인류에 미치는 혜택과 위험 등을 관리, 감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진행자) 그럼 이 자문기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겁니까?

기자) 네. 자문기구는 연말까지 인공지능 거버넌스에 관한 예비 권고안을 작성하고요. 내년 9월에 열리는 ‘유엔미래정상회의(Summit of the Future) 전까지 최종안 작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문기구는 27일 첫 번째 회의를 가졌습니다.

진행자) 자문위원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기자) 자문위원은 전 세계 첨단기술 기업 대표와 관계자들, 정부 관리들, 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는데요. 총 39명으로, 6대륙을 망라해 선정됐습니다. 이 39명의 자문위원단에는 한국인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도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구테흐스 총장이 유엔 산하에 이런 자문기구를 발족시킨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구테흐스 총장은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영향이 커지고 있지만, 이 기술이 장차 인류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AI 개발자들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유엔 산하에 전 세계 핵 활동을 감시 관리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AI)을 관리하는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AI 자문기구 발족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AI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언급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의 설명을 예로 들면, AI의 순기능으로는 위기 예측, 공공보건과 교육 증진, 기후 위기 대응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테흐스 총장은 또한 동시에 AI가 이미 악의적으로 사용되면서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사회적 결속력을 약화하며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등장한 ‘챗GPT’도 우려와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 대표적인 AI 기술의 하나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챗GPT는 미국 AI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출시해 지금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대화형 AI’인데요. 이 챗GPT는 어떤 주제에 관해 물으면 그 질문 내용과 문맥에 맞춰, 갖고 있는 방대한 자료를 이용해 답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이 답변이 훌륭해 그 전문성과 편리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챗GPT 이용으로 지금까지 인간만이 할 수 있던 사고와 쓰기 등의 작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AI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AI가 인류를 풍요롭게도 할 수 있지만 인류의 존재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건데요.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사회, 학계에서는 그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의 이번 AI고위급자문기구 출범도 그러한 국제사회 노력의 일환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