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확산하는 것을 막고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군이 25일 밤 가자지구에 들어가 작전을 펼쳤습니다. 러시아 의회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을 최종 통과시킨 가운데 러시아 군이 핵 공격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이후, 캐나다가 받아들인 아프간 난민 수가 4만 명에 육박한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진정시키기 위해 유엔이 노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관련 결의안 채택이 실패했군요?
기자) 네. 25일 안보리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제안한 결의안을 두고 표결이 있었는데요. 두 결의안 모두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두 결의안 표결 결과가 각각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미국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가운데 10개 나라가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러시아 결의안 역시 찬성하는 나라가 중국, 러시아, 가봉, 아랍에미리트(UAE) 4개 나라에 그쳐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몇 표 찬성이 나와야 하나요?
기자) 네. 최소한 9개 나라가 찬성해야 하고요. 여기에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한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진행자) 미국이 내놓은 결의안과 러시아 결의안 내용이 조금 달랐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결의안에는 봉쇄된 가자지구 내 원조 제공을 위한 군사 행위의 일시 중단과, 국제법 테두리 안에서 모든 나라가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반면 러시아 결의안에는 즉각적이고 지속적이며 완전하게 존중되는 ‘인도적 휴전’을 촉구하고, 민간인들을 겨냥한 모든 폭력과 적대행위를 비난하는 문구가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두 결의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중단(pauses)’과 ‘휴전(ceasefire)’이라는 용어에서 볼 수 있었죠?
기자) 네. 군사 행위 중단이라는 말은 휴전보다는 덜 공식적이고 기간이 짧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니까 미국 결의안에 나오는 중단이라는 말은 가자지구에 구호를 제공하는 동안만이라도 잠시 교전을 멈추자는 의미가 더 큽니다.
진행자)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뒤 미국과 러시아에서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미국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크게 실망했다”면서 “오늘 표결은 실패했지만, 단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는 “이번 일로 미국은 안보리 결정이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군이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면서 “미국 결의안은 극도로 정치적인 문서로 분명히 민간인들을 구하기보다 역내 자국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네벤자 러시아 대사가 이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실제로 이스라엘군이 25일 가자지구에 들어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군은 26일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관련 영상을 올리고 군이 밤새 가자 북부를 급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 군은 이번 공격이 다음 단계 전투 준비의 일부였다면서 “군이 많은 테러부대와 기반시설, 그리고 대전차 미사일 발사 기지를 타격한 뒤 가자지구를 떠나 이스라엘로 복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7일 이번 사태가 시작된 뒤에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들어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기자) 네. 지난 22일에도 이스라엘 군 탱크와 보병이 들어가 반군 로켓 발사 요원들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반군이 발사한 대전차 미사일로 이스라엘 병사 1명이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25일 가자지구 내 지상군 투입 의사를 다시 확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밤 TV로 방영된 연설에서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제, 어떻게, 그리고 몇 차례나 지상군을 투입할지는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측에 지상군 투입 연기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최근에 나왔죠?
기자) 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 보도였는데요. 미국이 중동 주둔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방공미사일 포대를 추가로 현지에 긴급 배치하고 있는데, 이 배치가 완료될 때까지 지상전 시작을 미뤄줄 것을 이스라엘 측에 요청했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현재 많은 나라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안으로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 문제를 언급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이집트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난 뒤 민간인들 목숨을 위험하게 하는 대규모 개입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지상전이 수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 군의 봉쇄와 연이은 공격으로 가자지구 내 상황이 최악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재 상태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식량, 식수, 의약품 등은 물론이고 특히 연료가 다 떨어져 가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전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연료 반입을 금지한 탓에 병원 등 기본 시설들이 기능을 모두 멈추기 직전인 상황인데요. 가자지구 안으로 들어가는 다른 보급물자 양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또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내 250개 목표물을 공습하는 등 맹렬한 공격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유엔은 가자지구 안에서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7천 명을 넘어섰다고 26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러시아 군이 25일 핵 공격 연습을 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군 총사령관인 블라미르 푸틴 대통령 지도 아래 육·해·공 핵 억지 전력과 장비를 동원한 훈련이 시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번 훈련이 적의 핵 공격에 대응해 전략공격 전력으로 대규모 핵 공격을 수행하는 연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훈련에서 중요한 핵 공격 수단인 미사일도 발사했습니까?
기자) 네. 크렘린궁 측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순항미사일이 발사됐다고 전했습니다. 야르스 ICBM이 극동에서, 그리고 또 다른 미사일이 바렌츠해에 있는 핵 추진 잠수함에서 발사됐다는데요. 크렘린궁은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훈련에는 또 TU-95MS 장거리 전략폭격기도 참여했다고 크렘린 궁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군이 핵 공격 연습을 한 날 러시아 의회는 핵무기와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법안을 통과시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상원이 이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인준 철회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이미 지난주 러시아 하원(두마)을 통과했는데요.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됩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CTBT 인준 철회 이유로 미국의 행동을 들었죠?
기자) 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인준 철회가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데요. 미국의 입장이라면 미국이 CTBT에 서명은 했지만 이를 인준하지 않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진행자) CTBT 인준을 철회했으니까 이제 러시아가 핵실험을 재개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러시아 정부는 CTBT 인준을 철회해도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는 한 러시아도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가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핵실험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러시아는 핵실험 재개 외에도 미국과 맺었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이행을 중단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내비치는 등으로 서방 측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 측의 군축 관련 대화 제의를 거절했군요?
기자) 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25일 전략적 안정과 군축 문제에 관한 대화를 재개하자는 미국 정부 제안을 받았지만, 지금의 정치환경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이 러시아 관련 적대정책을 바꿔야 과거와 같은 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캐나다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대거 수용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4만 명을 수용하겠다고 한 약속을 올해 안에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자 아프간 난민들의 재정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습니다.
진행자) 지금 캐나다에는 아프간 난민이 얼마나 있습니까?
기자) 네. 캐나다 정부 기관인 ‘이민∙난민∙시민권 캐나다(IRC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캐나다 정부는 적어도 3만9천730명의 재정착을 성공적으로 도왔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실제로 4만 명 수용까지는 많이 남지 않은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들 난민과는 구분되는 경우이긴 하지만, 2021년 이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캐나다 정부를 위해 일했던 사람 약 1만2천 명도 특별이민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에서 재정착했습니다. 지난 2년간 캐나다에 정착한 아프간 난민의 절반 이상은 인권 운동가, 언론인, 소수 종교와 소수 종족, 성 소수자 등을 위한 인도주의적 프로그램을 통해 수용됐습니다. 매리 사바터 IRCC 홍보관은 VOA에 캐나다의 아프간 주민 재정착은 1인당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고, 전체 숫자상으로는 미국 다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지금 아프간 난민들을 얼마나 수용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정부는 2년 전 카불 함락 당시 12만 4천 명을 공수했고요. 이 가운데 적어도 7만7천 명이 미국 임시 체류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미 의회에서 이들의 장기 거주와 미국 시민권 취득에 관한 ‘아프가니스탄 조정법(Afghan Adjustment Act)’이 발의됐는데요. 하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한편 국토안보부는 최근 이들의 임시 체류 기간을 2025년 5월까지로 연장했습니다.
진행자) 캐나다는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습니까?
기자) 캐나다는 도착 즉시 캐나다 영주권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매우 특징적인 점인데요. 다만, 캐나다 정부는 이들의 캐나다 입국을 허용하기 전에, 해외에서 자격 심사와 관련 절차 등을 모두 마친다고 합니다.
진행자) 영주권자도 법적 체류 허용 기간이 있죠?
기자) 맞습니다. 5년 동안 캐나다에서 거주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반드시 3년은 캐나다 내에서 거주해야 하고요. 그러고 나서 캐나다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아프간 난민들의 숙박, 음식, 의료비 등 1년짜리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해 재정착 서비스에 6억1천500만 달러를 배정했습니다.
진행자) 캐나다에 재정착한 아프간 난민들의 성별에 따른 통계도 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적어도 1만7천 명이 여성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전 아프간 정부에서 근무한 공무원이나 법조인, 사회 운동가 등이 많았는데요. 여성의 교육, 고용, 정치 활동 등 기본적 권리를 억압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 집권이 이들의 탈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