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즉각 철수하라는 자문 의견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 정부가 주장했습니다. 인도에서 농산물 가격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하던 농부 1명이 사망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세계에서 자녀 양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나라라는 중국 연구기관 보고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19일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의 적법성에 관한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21일 심리에서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의견을 제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21일) 심리에서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즉각, 아무 조건 없이 이스라엘이 철수해야 한다는 자문 의견을 ICJ가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리처드 비섹 법률고문 대행은 ICJ가 한쪽 당사자의 행위에만 초점을 맞춘 질문들에 대한 자문 의견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재판부에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이라면 정확하게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기자) 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그리고 동예루살렘입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들 세 지역을 점령했는데요. 팔레스타인 측은 장차 독립 국가를 세울 때 이들 지역을 영토로 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이들 이스라엘 점령지는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있어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기본적으로 이들 지역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합니다. 불법 침략 전쟁을 통해 남의 땅을 점령했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그래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스라엘이 이들 지역에서 반드시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기본 입장입니다.
진행자) 이번 ICJ 심리가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 분쟁을 계기로 개시된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지난 2022년에 유엔 일반총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자문 의견을 내 달라고 ICJ 측에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ICJ가 자문 의견을 내도 여기에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는데요. 다만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는 효과는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 관해서는 ICJ에서 별도로 심리가 진행되고 있죠?
기자) 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집단학살”이라며 지난해 이 문제를 ICJ에 제소한 바 있습니다. 이에 ICJ는 먼저 이스라엘 측에 민간인 살상을 방지하고 가자 주민들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라는 임시조처를 내린 바 있습니다.
진행자) 21일 심리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면서 미국 정부가 내세운 논리가 뭡니까?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적절하게 쓰이지 않은 자문 의견이 팔레스타인 평화 노력을 좌초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비섹 대행은 재판부에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의 철수를 향한 움직임이 “이스라엘의 매우 실질적인 안보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안보 요구를 고려하면 점령지에서 바로 철수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비섹 대행은 지난 10월 7일 사태가 이스라엘의 안보 요구를 우리 모두에게 환기했고, 그런 요구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람이 이를 무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한쪽으로 쏠리는 것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면서 이스라엘이 즉각, 아무 조건 없이 철수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ICJ가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심리에서 팔레스타인 측에서도 의견을 내놓았습니까?
기자) 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의 끝없는 군사점령이 영토 점령 금지 규정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고, 인종차별과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부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과거 남아공에서 백인 정부가 흑인들을 장기간 차별하고 탄압했던 체제를 말합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한 남아공 정부도 이번 심리에 참가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부시 마돈셀라 네덜란드 주재 남아공 대사는 20일 심리에서 이스라엘이 과거 자국에 존재했던 아파르트헤이트의 더 극단적 형태를 영구화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현 가자지구 사태를 ‘홀로코스트’, 즉 ‘유대인 집단학살’에 비유해 이스라엘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룰라 대통령을 만나 이 발언에 대해 언급했군요?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이 21일 브라질에서 룰라 대통령을 만났는데요. 이 만남이 끝난 뒤 한 국무부 고위 관리는 기자들에게 두 사람이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미국 정부가 룰라 대통령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블링컨 장관이 분명히 했다고 전했습니다. 참고로 블링컨 장관의 계부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최근 인도에서 정부에 농산물 가격 보장을 요구하는 농부들 시위가 재개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1일 인도 펀자브주 카나우리에서 진행된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20대 농민 1명이 숨졌습니다.
진행자) 사망 원인이 뭡니까?
기자) 네. 영국 BBC 방송은 현지 병원 책임자를 인용해 사망 원인이 머리 총상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정확한 사인은 부검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 현지 경찰 당국은 시위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별도로 시위대가 돌팔매와 곤봉, 몽둥이 등으로 경찰을 공격해 12명이 다쳤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위 지도부는 21일 사망자가 나오자, 이틀간 가두 시위를 중단한다고 이날(21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시위에 나선 농부들이 정부 쪽에 뭘 요구하고 있나요?
기자) 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있었던 농민 시위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것을 지키라면서 다시 수도 뉴델리로 행진하는 시위에 나선 겁니다. 이번에 농민들은 추가로 정부 측에 연금과 부채 탕감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2020년에 농민들이 왜 시위를 벌인 겁니까?
기자) 네. 농산물 판매와 가격, 저장 관련 규정을 완화하려는 여러 법안에 대한 반발에서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기존 규정은 식량 비축량을 늘리고 식량 부족을 막기 위해 일부 필수 작물에 대한 최소 구매 가격을 설정해 농민들을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부터 보호했습니다. 이런 체제는 지난 1960년대에 도입됐는데요. 규정상으로 최대 23개 작물에 적용되는데, 인도 정부가 실제로는 쌀과 밀에만 적용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농민들을 보호하던 규정을 완화하려는 법안에 반대해서 시위가 시작된 것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위가 수도 델리 근처에서 거의 1년 동안 계속되면서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결국 논란이 된 법안들은 모두 폐기됐습니다. 당시 인도 정부는 시위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농부들 유가족에게 보상하기로 했고요. 또 농산물 가격 보장 문제를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농민들은 정부가 그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 농민들은 추가로 가짜 씨앗이나 살충제, 비료를 파는 사람들을 모두 처벌하고 농촌 고용 보장 제도에 따른 근무 일수를 200일까지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시위대는 인도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탈퇴하고 모든 무역협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농민들 시위가 재개된 뒤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지난주에 시위가 재개된 뒤에 처음으로 모디 총리가 이번 사태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모디 총리는 22일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인 X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농민들 복지와 관련된 모든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농민들을 기업가들과 수출업자들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모디 총리 정부가 이번 농민 시위를 가볍게 다룰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총선이 있기 때문에 모디 정부가 규모가 큰 유권자 집단인 농민들을 어떻게든 달래야 할 처지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의 자녀 양육비를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군요?
기자) 네. 중국의 저명한 싱크탱크 ‘위와(YuWa)인구연구소’가 21일 새로운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CNN 방송이 보고서 내용을 정리했는데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에서 자녀 양육비가 가장 비싼 나라는 한국으로 나타났고요. 중국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진행자) 한국이 자녀 양육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죠?
기자) 네. 한국은 이 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세계에서 자녀 양육비가 가장 비싼 나라로 꼽혔습니다. 해당 연구소는 중국의 인구 동향과 출산, 자녀 양육 비용 등을 분석하기 위해 다른 주요 나라들과 비교하고 있는데요.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18세까지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인당 GDP의 7.79배입니다. 원화로 따지면 3억6천만 원 이상, 미화로 27만 달러 이상 들어간다는 소리입니다.
진행자) 중국은 자녀 양육비가 어느 정도나 필요합니까?
기자) 네. 중국은 18세까지 양육 비용이 약 7만4천800달러로, 1인당 GDP 대비 6.3배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려고 한다면, 양육비는 9만4천500달러 정도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진행자) 위와연구소가 비교를 위해 다른 나라 자녀 양육비도 분석했다고 했는데, 어떤 나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미국은 18세까지 들어가는 자녀 양육비가 1인당 GDP의 4.11배로 나타났고요. 인구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도 중국과 비교하면 적은 편입니다. 1인당 GDP 대비 18세까지 일본의 양육 비용은 4.26배였고요. 호주는 1인당 GDP의 2.08배, 프랑스는 2.24배에 그쳤습니다.
진행자) 자녀 양육비가 많이 든다는 건 여러 사회적 현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문제죠?
기자) 맞습니다. 높은 자녀 양육비나 가사와 일의 병행이 어려운 점 등은 여성이 출산을 꺼리거나 결혼 자체를 원하지 않는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인구 감소로 직결되는데요. 보고서는 현재 중국 국민의 출산 의향은 거의 세계 최저 수준이라면서, 중국의 현 인구 상황을 출생 인구의 붕괴라고 묘사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이제 세계 인구 대국이라는 자리를 인도에 넘겨주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로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 됐습니다. 인구통계학적인 위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진 중국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는데요. 보고서는 출산율 감소가 경제 성장, 국민의 행복, 중국의 세계적 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기자) 수십 년간 유지했던 ‘1자녀 정책’은 벌써 폐지했고요. 지금은 오히려 더 많은 자녀를 갖도록 장려하는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재정적 지원도 제공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이유가 뭘까요?
기자) 사회적 인식과 구조적 문제에 따른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요. 보고서는 그 이유의 하나로 결혼한 여성에 대한 직장 내 부정적인 인식과 대우를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출산 휴가를 사용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되거나, 승진 기회를 놓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일부 여성은 자녀를 키우는 동안 일을 그만두지만,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하는데요. 보고서 저자들은 현금 지원과 세금 혜택, 주택 보조금, 출산과 육아 휴직 등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신속한 국가 정책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