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 후속 조치로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등 인권 강화 방안들을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또 윤 대통령의 남북 당국간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15일)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한국 정부의 후속 움직임이 있는지요?
기자) 네, 한국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을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오늘 태스크포스를 발족했습니다. 국가안보실 1차장 주도로 만들어진 TF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김수경 차관, 이인배 통일비서관이 고정 멤버로 참여합니다.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 대한민국'을 달성하기 위해 7대 통일 추진 방안을 발표한 만큼 이를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는 그 일환으로 '북한 자유 인권펀드'를 연내 조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자유 통일 대한민국에 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를 확보하기 위한 '국제 한반도 포럼'도 다음달 초 제1회 행사를 개최합니다.
진행자) 김영호 장관이 8.15 통일 독트린 후속 조치와 관련한 별도 언론브리핑도 가졌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영호 장관은 오늘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언론브리핑에서 ‘8.15 통일 독트린’ 후속 조치들을 소개했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등 인권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실천 방안들을 제시했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 경제사회 실태인식 보고서’ 등 북한 실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를 확산시킬 방안들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또 북한 주민 정보접근권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민간 차원의 콘텐츠 개발 등 다각적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통일 독트린에서 제시된 자유인권펀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김영호 장관] “북한 자유인권펀드가 확정되면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민간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장관은 정부가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외부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국제사회에서 또 외국 비정부기구(NGO)에서도 기술 발전을 반영해서 다양한 대북 정보유입 방식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자유인권펀드가 만들어지면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의 활동에 한층 힘이 실리겠군요. 그렇다면 펀드 조성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도 나온 건가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이 펀드의 재원이나 운영 근거, 규모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남북협력기금법에 민간 기부금 계정이 지난달 생겼다”며 남북협력기금의 민간 기부금 적립제도를 활용할 계획임을 시사했습니다.
이 제도는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민간 기탁금을 정부 출연금과 분리해 적립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난달 10일 시행됐습니다. 기부금을 내면서 사용 목적을 지정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대북 인권 탈북민단체인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회장은 지난달 11일 통일부에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써달라’며 탈북자동지회 회원들이 모은 기부금을 전달해, 이 제도가 시행된 후 첫 민간 기탁자가 됐습니다.
서재평 회장입니다.
[녹취: 서재평 회장] “이번에 마련된 법은 개인이나 민간이 남북교류기금으로 내놓을 때 그게 북한 주민의 자유와 삶의 개선을 위해 써달라고 하면 그 돈을 거기에 쓸 수 있게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북한 인권 펀드 조성을 정부 재정이 안 들어가더라도 민간을 통해서 마련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남북협력기금의 용도가 남북 주민 간 왕래 비용, 남북교류·협력 촉진, 남북 경제협력 손실 보상 등으로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촉진하는 민간활동 지원에 협력기금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해당 법 개정을 포함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의 이번 통일 독트린은 북한 인권 문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던데요, 또 다른 방안들은 어떤 게 있나요?
기자) 이번 통일 독트린의 특징 중 하나로 국제사회와의 연대 강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인권 문제 또한 국제사회에서 해당 담론을 확산하기 위해 북한인권 국제회의를 열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구상입니다.
다음달 초 개최키로 한 ‘국제한반도 포럼’은 2010년부터 통일부가 매년 연 다자포럼인 ‘한반도국제포럼’을 확대 발전시킨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오경섭 박사는 이번 통일 독트린은 북한 정권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북 인권 활동에 대해 거의 지원을 하지 않았던 역대 정부들과 차별점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경섭 박사] “북한인권재단 자체가 출범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걸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인권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킨 한국 정부의 새 통일전략에 대해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에 대한 예상들이 나오나요?
기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통일전략을 북한체제를 부정하는 흡수통일론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 무대에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의 대립을 반제 투쟁이라며 진영 외교를 강화하는 구실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 주민들의 정보접근권 강화는 필요하지만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그리고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북한 당국의 정보 통제와 주민 탄압을 강화시키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정부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정보 유입, 정보 접근권을 강화한다고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북한 당국은 더 강력한 통제와 처벌을 할 것이고 거기에 따라서 북한 주민들의 위험에 대한 노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거죠.”
진행자) 윤 대통령의 남북 당국간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과 관련해선 한국 정부의 후속 움직임이 있습니까?
기자) 김영호 장관은 이 제안과 관련해 언론브리핑을 통해 거듭 북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김영호 장관] “이를 위해 북한 당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이 재가동되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는 등 남북대화 재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김 장관은 대화협의체 제안에 북한이 반발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한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과거 실무급 대화로 시작해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다며 남북 간 신뢰, 교류가 없는 상황에서 상향식 접근을 통해서 하나하나 성과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