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의 주요 석탄 항구에 입항한 선박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는 북한 석탄을 실은 선박이 한국과 캄보디아 등에서 억류됐는데, 실제로 이들 석탄이 선적된 항구는 매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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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포의 석탄 취급 항구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24일 자 위성사진에선 대형 선박 2척을 볼 수 있습니다.
대형 선박 200여척 정박
길이가 각각 150m와 135m인 이들 선박 바로 앞 부두에는 검은색 물체, 즉 석탄이 가득합니다. 또 150m 길이의 선박의 적재함 속에도 마찬가지로 석탄 추정 물체가 실려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2371호에 따라 석탄을 포함한 어떤 광물도 수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최대 석탄 취급 항구인 이곳에서 대형 선박 2척이 석탄을 싣는 듯한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VOA가 이런 방식으로 북한의 주요 석탄 항구인 남포와 송림, 대안 그리고 동해의 청진항을 살펴본 결과 올해 이들 항구를 드나든 선박은 209척으로 집계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남포가 70척으로 가장 많았으며 청진이 62척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대안과 송림에선 각각 43척과 34척이 발견됐습니다.
올해 발견된 209척은 2023년 한 해 동안 포착된 133척에 비해 1.5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구름이 낀 날이나 위성사진이 촬영되지 않은 날을 감안하면 실제로 이곳을 드나든 선박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석탄 항구를 출입한 사실만으로 이들이 석탄을 외부로 반출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표적인 금수품인 석탄을 취급하는 항구에 이처럼 많은 수의 대형 선박이 정박한 것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또 과거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는 제3국 혹은 공해상에서 거래된 북한 석탄의 출항지를 이들 항구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올해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산 석탄 적발 사례도 증가
북한 석탄 수출이 증가한 정황은 올해 해외에서 포착된 사례를 통해서도 일부 엿볼 수 있습니다.
앞서 VOA는 캄보디아 법무부 문건을 분석해, 올해 2월 캄보디아 정부가 북한산 석탄 1만2천t을 싣고 있던 중국 선적의 항쥔룬(Hang Jun Lun)호를 억류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석탄 항구가 여전히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 캄보디아 정부는 올해 5월 26일 팔라우 선적의 씨씨 나인(C Sea Nine)호와 이 선박에 실린 북한산 석탄 4천800t을 적발해 동결 조치했습니다.
씨씨 나인호는 캄보디아 당국에 억류되기 전인 4월 초부터 약 한 달 동안 북한 서해 해상에 머물며 수시로 위치 신호장치를 끄는 등의 수상한 항적을 보였는데, 이 때 북한 남포 등 주요 석탄항에 입항하거나 북한 선박과 환적을 하는 방식으로 북한산 석탄을 선적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올해 3월에는 한국 정부가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적 미상 선박 ‘더 이(De Yi)’호를 나포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더 이호가 북한 서해 석도 인근 해상에서 선박 덕성호와 만나 북한산 석탄을 건네받았다며, 이들 선박들이 선체를 맞대고 북한 석탄을 넘겨받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더 이호는 억류 전까지 러시아로 향하고 있었는데, 해운업계 전문가인 한국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당시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횡행했던 북한산 석탄에 대한 ‘원산지 세탁’ 가능성을 제기었했습니다.
[녹취: 이동근 대표] “러시아에서는 엄청난 양의 석탄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한국, 인도에까지 러시아산이 수출이 되고 있는데, 이 배가 북한에서 나와서 러시아로 석탄을 운송하게 됐다는 것은 아마도 제3국으로 가는 환적을 위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계속되는 제재 위반
이처럼 선박을 이용한 북한의 대북제재 위반 행위가 계속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한국, 일본은 지난 17일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불법 해상 활동에 대응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20여 개국 선박 업계 관계자, 정부 관리 등이 참석했는데,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행사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제재를 회피하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억제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남아프리카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현 상태에선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가 불가능하다며,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 즉 2차 제재를 비롯한 각국의 독자 제재를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