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 위협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의지를 밝힘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탄두 폭발 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빠른 시일 안에 단행하라고 지시했다고 15일 보도했습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에서 비롯됐는데도 김 제1위원장이 또 다시 대형 도발을 예고한 겁니다.
김 제1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 3일 신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하며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쏠 수 있게 항시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9일엔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이어 11일에도 새로 제작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 폭발 시험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이처럼 북한 최고지도자로선 이례적으로 핵 위협 발언을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며 연이어 하고 있습니다. 핵을 포기할 경우 정권 생존이 보장될 수 없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 발언이라는 관측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수령제 국가에서 수령의 말은 곧 법이거든요. 말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자기 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제 갈 길 가겠다는 거겠죠. 일단 자기들이 목표한 핵 보유국으로서의 핵 능력은 충분히 고도화시킨 다음에 그것을 전제로 해서 협상을 하든 뭘 하든 하겠다는 거겠죠.”
따라서 김 제1위원장의 발언에 따라 북한이 5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김 제1위원장의 발언이 유엔 안보리 제재와 미-한 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한 시위의 성격이 있지만 핵 무장 의지가 분명해 보이는 만큼 추가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다음달 말 미-한 군사훈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5월 7차 당 대회에 즈음해 도발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핵 위협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협상 국면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그리고 한-미 군사훈련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북한은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시키겠다는 맞대응 전략의 의도도 있지만 또 그것을 통해서 미국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시키면서 차후에 핵 군축이나 평화협정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적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합니다.”
부형욱 박사는 김 제1위원장의 핵 위협이 북한 내부 동요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 현상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김정은의 강성 발언이 계속되는 것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어떤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으면, 한 번 물러서면 계속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상황에선 자신의 지도력도 추락하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 강공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김 제1위원장이 핵탄두 폭발 시험과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 로켓 시험발사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앞으로 있을 시험은 핵무기 시험임을 한층 노골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에 나설 경우 핵탄두 모습을 공개한 뒤 폭발 실험을 하는 등의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으로 시험발사를 하려고 한다면 기술적인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재진입해서 떨어지는 것을 시험하려면 몇 천 킬로미터 날아서 태평양 같은 데 떨어져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측정하려면 레이더 등 통신설비를 갖춘 선단이 거기에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지금 그런 시험선이 없다고…”
이 박사는 북한이 이런 기술적인 장애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핵과 미사일 시험에 나설 경우 최대한 실전배치 가능한 무기임을 과시하는 방식을 쓰면서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